나무 197

일상_20180519

근래 내린 화끈한 봄비로 주말 미세먼지는 자취를 감추고 대기는 청명했기에 간편한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새들이 머무는 오산천은 근래 비가 많았다는 반증처럼 수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반석산 어딘가에서 발원하는 여울도 많은 비로 인해 떨어지는 물소리가 힘차다. 세상 모든게 평온할 줄 알았는데 개미들은 마음과 다르게 혈전을 치르고 있다. 비가 온 뒤, 생명들은 더욱 역동적이고 부쩍 자랐다.봄에 시작되는 식물은 연약하고 고운 녹색에서 강인하고 짙은 녹색으로 옷을 갈아 입는 중이다. 아이폰에 인물 사진 특화 기능이 있는데 동상도 인물로 인식한다.신통방통~ 녹음만 짙어질 줄 알았는데 적단풍 또한 더욱 매혹적인 붉은 빛을 내기 시작한다.

비가 내려 영롱한 불금_20180518

퇴근길에 내린 소나기가 그치고 급작스레 구름이 걷히면서 늦은 밤에 청명한 하늘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서 산책을 했다.비가 내린 뒤 잠깐 동안 볼 수 있는 물방울 보석을 보기 위함이었다.실로 오랜만에 나서는 밤 산책이라 큰 망설임 없이 도리어 설렘만 챙겨 나섰다. 약간 높은 곳을 찾다 육교 위에 올라 하늘을 쳐다 보자 이내 선명하고 또렷한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이 보인다.금요일 밤이라 평일에 비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많은데 오산천 산책로에 들어서자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비 내린 여파는 사람들 발길을 묶어 놓았다.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걷다 요란한 자연 여울의 힘찬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규모는 작지만 요란한 물소리와 밤에도 쉽게 볼 수 있는 흰 물거품을 보면 잠깐이지만 얼만큼 비가 많이 내린 건지 ..

나무 터널길_20180516

학업 동안 캠퍼스 내에서 가장 잊지 못할 건 이런 나무 숲과 그 나무들이 만들어 놓은 터널들이다. 나무도 꽤나 울창하고 컸지만, 있어야 될 자리에 모여 눈과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 걸 어찌 잊으리~ 이 터널을 따라 벤치가 빼곡히 놓여져 있고, 학생들이 많을 땐 이 많은 벤치도 학생들로 빼곡히 점거 되어 있었다. 점심 식사 후 일 주일에 이틀 동안 20시간 남짓 한 강의실에서 함께 해야 될 학우들과 시원한 그늘에 앉아 커피와 이야기 삼매경 중이다.2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어울려 있어 이 시간이 아니면 언제 이런 다양한 연령층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한 데 어우러질까?그럼에도 커피 한 잔에 이렇게 동질감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것을. 6시가 넘어 석양이 서쪽으로 기웃거릴 무렵 운동장에서 ..

대구는 이미 봄으로 익었다_20180515

5월 중순이면 봄 재킷을 걸치고 출퇴근 하기 적당한 때이거늘 대구는 벌써 얇은 반팔 셔츠가 적당한 시기가 되어 버렸다. 햇볕이 따가운 건 둘째 치고 공기 자체가 벌써 훈풍이라 얇은 외투라도 걸치는 순간 땀이 등짝을 간지럽힌다. 캠퍼스 나무 숲은 이미 서로 햇살을 훔치려는 나무 가지들이 빼곡히 하늘을 막고 있어 울창해지기 시작하는 그늘이 생기면서 그 그늘 밑으로 부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더위가 가까워졌다.오후 3시면 하루 중 가장 공기가 뎁혀진 때라 나무 그늘에 그 많은 벤치가 학생들로 촘촘히 채워져 있다.학업 첫 날은 전 날 소주 한 사발에 늦은 도착으로 하루 종일 졸음이 밀려와 실제 하루 두 번 마시는 리터 용량의 커피도 효력이 없어 곤혹을 치렀다.가장 앞 줄에 앉아 하염 없이 허공을 향해 ..

까까머리 학창시절을 떠올리며_20180118

오래 살던 시골 동네를 등지고 다시 도심에서 생활을 시작한 순간부터 군 복무 후 까지 9년 여 기간 동안의 시절이 각인된 추억의 장소를 찾기엔 그리 망설임도, 많은 거리를 이동할 필요도 없었다.물론 처음부터 걸어서 10여 km 이상을 이동했지만 생각보다 피로도가 쌓이지 않았고, 차가 아닌 도보의 장점으로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된 골목길을 이용할 수 있어 이동 거리도 적었다.2017년 11월 30일 이후 추억 산책이라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건 아니지만, 앞서 하루를 보낸 추억 산책이 나쁘지 않았고, 이왕 마음 먹은 김에 시간이 허락될 때 마음 편하게 즐겨보자는 의미에서 강행을 했다. 추억에 따른 시간 순서대로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경우 도보 거리가 지그재그로 뒤섞여 도중에 지치고 시간도 많이 걸릴 ..

일상_20180113

전날 늦은 밤부터 내린 눈은 다음날 이른 아침에도 고스란히 결정체를 유지한 채 내려 앉을 수 있는 모든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한 동안 매형이 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중 몇 군데 매입을 했는데 한 곳에 컨테이너 집을 한 채 두겠단다.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부시시한 잠을 깨워 끌려가다 시피 화성의 한 업체로 찾아 갔는데 생각보다 짜임새 있고 집을 잘 조립해 놓았다. 유명 업체라는데 한참 지난 지금 찾아 가라면 모를 만큼 업체명이나 가는 길이 낯설었다.결국 이 집으로 하지 않았다는 반전.

성탄_20171225

해가 거듭될 수록 성탄절 같은 경사스런 날에 대한 감흥이 없어지고, 그냥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데 익숙해져 버린다.특별히 무언가 하려는 것보다 일상의 연장으로 받아 들이고 늘 하던 대로 생활을 한다.그래서 음악을 들으며 마냥 걷는 걸루~ 반석산 둘레길을 걷다 전망 데크에서 잠시 가쁜 숨을 가라 앉히는 동안 여울공원을 멍하니 바라다 본다.어차피 새로 조성된 공원에 인근 아파트들도 대부분 공사 중이라 공원은 텅 비었다. 둘레길을 걷던 중 부쩍 짧아진 겨울밤이라 이내 땅거미가 내려 앉으며 등불을 깨워 불을 밝히자 일제히 빛이 쏟아져 나온다.여전히 하늘엔 밝은 땅거미가 가득한데 시간이 그만큼 흘렀음을 깨우쳐 주는 구만. 반석산 정상 바로 아래 전망 데크에서 동녘 하늘을 바라 보면 아직은 훤하다.그 하늘 아래 허..

성탄 이브 한파_20171224

성탄절이라 회사에서 미리 사온 케익을 잘라 대충 먹고 늦은 밤에 복합문화센터로 산책을 나섰다. 비는 그쳤지만 뒤따라 온 한파가 내린 비를 얼려 버리는 바람에 땅은 빙판으로 바뀌고, 땅에서 자라는 각종 풀은 얼음 결정체가 맺혀 가로등 불빛을 반사시켜 반짝인다. 복합문화센터 뒤 야외공연장과 잔디밭길은 얼음으로 뒤덮여 버려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신중해 진다.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미끌, 듣던 음악을 조작 하느라 잠시 딴전 피우면 미끌. 벤치는 얼음이 되어 버렸다.여기 한 시간만 앉아 있어도 괄약근 얼겠구만. 잔디에 맺혀 있던 빗방울도 그대로 얼어 버려 서리들이 서로 모여 조잘거리는 것만 같다. 성탄절 전야라 복합문화센터 앞은 여러 색깔 불빛이 반짝인다.이 불빛을 보노라면 아이가 된 마냥 괜스레 설레고 마음이 ..

일상_20171224

날이 풀려 곳곳에 쌓인 눈들이 녹는가 싶더니 성탄절 이브에 추위를 몰고 오는 비가 내린다.그리 많은 비는 아니라 방수 되는 외투를 입고 거리를 걷던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앙상한 가지에 맺혀 빛을 굴절시키는 물방울이다.막상 사진으로 찍어 보면 별반 차이가 없는데 육안으로 보면 가지에 보석을 달아 놓은 마냥 초롱초롱 하다. 길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간 곳이 반석산 노인공원으로 산수유 열매에도 빗방울이 맺혀 있다.여기까지 왔응께로 야자매트를 깔아 질퍽이지 않는 둘레길로 올라섰다. 산수유가 아주 탐스럽게 붉그레 하다. 둘레길을 따라 진행하다 노작 공원 호수로 내려 가자 텅빈 공원에 속삭이는 빗소리 뿐이다. 산책로를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재봉산 아래 인공하천 산책로에도 이런 열매들이 주렁주렁..

겨울도 쉬어가는 조령_20171209

역사적인 날이었다.바로 아끼던 렌즈를 박살냈던 날.아쉽게도 티워니로 찍은 사진은 맥북 수리때 백업 부재로 날아가 버린 불상사.근데 가슴에 남은 기억은 좋았어. 통나무 집을 나와 며칠 전 내린 눈이 추위로 얼어 붙어 고스란히 쌓여 있는 문경 새재 길로 출발했다.가던 길에 데크가 있네? 차에서 스피커를 챙겨 연신 이어지는 오르막길로 가다 보면 통나무집이 보인다.적당한 거리를 두고 띄엄띄엄 자리 잡은 통나무집은 안에서 여간 떠들어도 다른 곳에 전달이 되지 않고 흩어져 버려 음악을 크게 듣기 좋다. 늘 다니던 큰 길을 버리고 통나무집들이 있는 작은 길로 계속 진행하다 보면 큰 길과 만나는 길이 있다. 아마도 휴양림에 식수로 사용하는 댐이 아닌가 싶다.담수된 곳은 철조망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사방댐 앞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