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100

남한강의 곁가지, 장자늪_20200829

충주로 내려오는 길은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폭우가 쏟아졌고, 서충주신도시에 도착하여 커피 한 잔 내릴 무렵 천의 얼굴을 가진 하늘에서 무자비한 구름이 창궐했다. 꼭 들러야 되는데 늘 지나쳐 왔던 충주 고구려비 전시관에 기필코 오겠다는 다짐으로 도착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휴관이라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고구려란 이름에도 흥분되는 걸 보면 한민족의 숨겨진 기백과 한이 이 나라에 서려 있고, 화려한 불꽃처럼 타올랐던 그 시간은 영원히 이 땅과 가슴속에 남을 거다. 코로나19와 피서철로 인해 국내 여행객이 늘었다지만 여전히 관심의 뒷전에 밀린 곳은 어쩌다 들리는 발자국 소리조차 굉음으로 들렸다. 코로나19로 임시휴관이라 아쉽지만 어차피 충주는 만만한 거리에 자주 오는 여행지라 다음을 기약하..

봄의 정점에서 눈이 내린다, 태백 오투리조트_20200412

이른 아침부터 눈이 내려 창 너머엔 마치 수묵담채화처럼 첩첩으로 설산의 풍경이 연출되었다. 4월은 봄의 정점 이건만 기온은 혈기왕성한 동장군의 위력 못지않게 열린 창을 파고들어 뺨을 스치는 바람은 제법 날카로운 추위의 칼을 휘둘렀다. 눈길의 위험을 피할 요량으로 사람들은 서둘러 태백을 떠났고, 봄눈의 절경을 맞이하려는 나는 아득한 함백산으로 출발했다. 2015년 11월에 텅 빈 함백의 설국을 밟았던 이후 그 당시와 절묘하게 일치되는 정취와 추억을 표류하고자 처음 의도와 다른 함백으로 발길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2015년에도 오투리조트에 올라 첩첩한 산을 따라 함백을 갔던 만큼 처음엔 기억에서 조차 먼지 자욱하던 추억이 기습적인 눈발로 떠올랐다. 비교적 이른 ..

큰 어르신 지리산에 안기다_20191127

광주대구 고속도로를 따라 곧장 남원 인월에 도착한 건 정오가 살짝 지난 시각이었다.지리산의 거대한 형체가 먼곳부터 어렴풋이 유혹의 촉수를 뻗히고, 그와 더불어 최종 목적지인 구례 또한 지리산에 기대어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단아한 도시라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로 언젠가 부터 벼르고 벼르던 결정이었다.2013~2014년 초까지 출장이란 명분으로 남원을 뻔질나게 다니던 인연으로 제법 익숙한 지역이란 명분에 힘 입어 뱀사골 너머 구례는 늘 '멀지만 두루두루' 가봐야 되는 여정의 코스로 낙인을 찍어 두었고, 더불어 예전엔 산채 요리가 잡초향 가득한 몸에 좋은 음식 정도로 치부 했지만 뱀사골 초입 즐비한 산채 식당을 방문한 이후로 몇 년 지나도록 그 즐겁던 혀 끝의 미각을 잊지 못하고 있었기에 과감히 뱀사골을 경..

오도산 휴양림에서 마지막 시간_20191126

전 날 비슷한 시각에 오도산 휴양림으로 첫 발을 디딘게 아쉬울 만큼 하루 시간은 금새 지나 마지막 밤을 맞이했다.첫날은 휴양림을 통틀어 우리 뿐이었고, 이틀째 접어든 날은 비록 집 한 채 불이 켜져 있었지만 조금 떨어진 곳이라 첫째 날과 진배 없었다.산에서 맞이하는 초겨울 추위라 기온도, 분위기도 싸늘 했는데 그나마 마당 한 가운데 덩그러니 불빛을 밝히던 녀석이 유일한 세상의 빛과 같았다.늘 그렇듯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주변을 서성이다 밤하늘 총총한 별을 카메라로 담았지만 기대했던 은하수는 보이질 않고, 시간이 지날 수록 구름이 삽시간에 몰려와 하늘을 덮어 버렸다. 별은 밝지만 은하수가 보일 정도로 별이 빼곡 하게 박혀 있지 않았고, 점차 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물론 도시나 수도권 어디..

오도산 정상에서 천리안의 시선으로_20191126

독수리의 천리안이 되어 넓은 세상을 한아름 품어 시선의 경계점에 대한 동경의 나래를 펼친 날이다.시선이 닿는 곳은 금수강산이 새겨 놓은 장관이, 햇살이 닿는 곳은 구름이 새겨 놓은 뜻깊은 상형 문자의 아름다운 싯구가 넘치는 세상이었다.계절에 대한 미련을 훌훌 털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충실하고 스스로에 대한 진실을 간과하지 않게 훈계해 주는 자연의 가르침을 이고지며 하늘과 가까운 꼭지점에 서서 아무런 말 없이 겸허해 졌다. 평소 기나긴 동선을 따른 것과 달리 이번 여정은 잦은 이동을 배제한 만큼 합천에 있는 동안 오도산 정상만 목적지로 삼고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오르막을 따라 결국 산봉우리에 다다랐다.도착과 동시에 뒤따른 오토바이 한 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평일의 한적함을 그대로 즐길 수 있었는데 산 정상엔..

생태숲의 숨겨진 얼굴에 반하다_20191024

숲속광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세세히 가을을 낚은 뒤 생태숲 가장 깊이 있는 하늘광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고프로로 계속 촬영을 하며 허술하게 둘러봤던 소나무숲을 천천히 둘러봤다.허나 그 전까지 몰랐던 진면목, 하늘을 향해 높게 뻗은 빼곡한 소나무숲이 압권이었다. 하늘광장에 도착하여 비록 가늘어진 빗줄기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는 상태라 비를 피할 수 있는 야생허브원 앞 천막에 타입랩스를 작동시킨 상태로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를 뽀개고, 광장 일대를 돌아 다녔다.그 전에 그리 많던 전나무가 대부분 잘려져 나간 상태인데 노랗게 변하는 잎이 그대로 인걸 보면 얼마 전에 나무를 쳐낸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가을에 맞춰 녹색 이파리가 가지에서 부터 샛노랗게 물드는 모습이 전나무숲을 이룬 상태에서 빛결이 고왔던 걸..

생태숲에 도착, 다시 미련처럼 내리는 비_20191024

통고산에서 빠져 나와 서둘러 영양으로 향했다.옥방까지는 이제 편하게 올 수 있어 그만큼 시간을 단축 했고, 그 이후로는 예의 그 고불고불한 산길을 넘어 영양 생태숲으로 넘어 왔는데 출발할 때 불길한 예감은 산길을 넘어 오는 동안 확신으로 바뀌어 빗방울이 굵어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작년 10월에 2차례 먼 길 마다 않고 방문 했건만 유독 여기 오는 날만 골라서 비가 내리더니 올해도 어김 없이 비가 마중 나왔다.뭔 일이다냐!몇 번 왔다고 길은 이제 익숙해 졌는데 비까지 익숙해지면 카메라를 사용하지 못해 안타까워 부득이 아이폰으로만 촬영 했던 작년과 똑같이 올해도 그럴 판이었고, 도착해서 차창 밖은 세찬 비바람이 낯선 자의 방문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러고 보면 여기 방문 했던 첫 해..

산에 걸린 구름_20191018

영주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풍기로 넘어가는 5번 국도 안정을 지날 무렵 좌측 산봉우리에 구름이 걸려 있다. 5번 국도가 거의 고속도로 수준의 자동차 전용도로라 함부로 차를 세울 수 없어 조금 지나 신전교차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데 역광으로 인해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다. 흔치 않은 광경인데 도로를 내려 멀찌감치 잘 보이는 자리를 잡아서 사진으로 담을 껄 그랬다. 후회 되는 걸! 앞만 보고 먼길을 가야 되는 부담감에 잠시 풍기IC를 지날 무렵까지 잊고 있다 바로 고속도로 옆에 큰 산이라 이내 이 특이한 광경과 함께 아쉬움까지 몰려 왔다. 때마침 아이폰과 샤오미 셀카봉 리모컨이 페어링 된 상태라 거치대만 돌리고 리모컨 키를 눌러 댔는데 제대로 포커싱되지 않아 건질 사진은 거의 없었고, 다만 이런 특..

이른 아침의 적막_20191018

어쩌면 빠듯한 시간에 정처 없이, 반쪽 짜리 여행으로 전락해 버린 이번 여정은 짧은 시간에 비해 동선만 길어 뚜렷한 흔적도 없었다.그래서 영주와 봉화에 갈 여정 없이 무작정 고속도로를 타고 저녁이 지나 도착하여 암흑만 반길 뿐이었다.밤에 잠이 드는가 싶더니 가을 먼지 털듯 후다닥 잠이 달아난 시각은 새벽 2시가 채 안되어 누운채 잠을 청해도 온갖 잡념이 한발짝 다가서는 잠을 떨쳐 버리자 아예 잠자리를 털고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영주에 흔치 않은 24시 해장국 집에서 든든한 아침 끼니를 해결하고 봉화로 향하는 길은 완연한 밤이라 간헐적으로 상향등을 켜 암흑을 뚫고 달렸지만 목적지에 거의 다다를 무렵 동녘 하늘에서 부터 서서히 암흑이 걷히고 있었다. 텅빈 도로를 질주하다 동녘 여명이 다가오자 차를 세워 두고..

일상_20190921

주말에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가을 소식을 전해 주기 위해 가을 내음이 물씬하여 가벼운 방수 코트를 하나 걸치고 공원을 나갔다. 걷기 좋은 나무 터널 아래 바람을 타고 온 미세한 숲의 향기가 잠자고 있던 미소를 깨운다. 오후가 무르익을 수록 빗줄기는 더욱 가늘어져 얇은 방수 코트 위에 송알송알 빗물이 영근다.걷기 좋은 산책로를 따라 가는 동안 공원이 텅빈 것처럼 길 위를 걷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부쩍 줄어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이 반가울 때가 있던 날이다. 적막의 한가운데 서서 비와 바람의 곡조를 음미한다.이렇게 가벼운 비는 도리어 활동에 큰 지장이 없고, 묘한 적막의 단맛이 느껴진다. 해 질 무렵 구름을 뚫고 석양이 비춰 육중하던 구름을 붉게 태워 허공으로 날려 버린다.어찌나 이 색감이 고운지. 가을에 감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