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398

쓸쓸한 망우당의 밤_20170503

오랜만에 찾아 온 대구는 아부지 찾아 뵙고 미리 예약해 놓은 인터불고 호텔로 도착, 그 사이 해가 서산으로 기운지 한참을 지난 깊은 밤이 되어 버렸다.오마니 주무시는 모습을 보고 카메라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챙겨 바로 옆 망우당 공원으로 행차 하셨는데 언제나 처럼 여긴 밤만 되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적막의 공간으로 단장해 버린다.(망우공원 야경_20150403, 산소 가는 날, 봄도 만나_20160319) 영혼이 없는 누군가가 나를 째려 보는 낌새에 올 때마다 깜놀한다.가뜩이나 사람이 없는 공원에 흐릿한 조명 뒤 동상은 자주 오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처럼 가끔 들리는 외지인은 당연히 놀랄 수 밖에 없을 거 같다.분명 밤에 누군가 여기에서 나처럼 놀라 자빠진 사람이 있을 거야. 텅빈 공..

일상_20170423

봄이 무르익어 가는 반석산 둘레길을 일요일의 게으름을 박차고 일어나 걷게 되었다.한 동안 자전거 타기를 등안 시 하면서 위안 삼아 반석산을 올랐건만 여름이 가까워지면 다시 자전거 타기에 집중하기로 하고 올 봄은 걷기로만 했다. 노인공원에서 부터 둘레길에 합류하여 가볍게 걷기 시작한다. 단숨에 오산천 전망 데크까지 걸어 가면서 봄이 참 많이 익었구나 싶다.어느샌가 5월부터 조금만 활동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짧은 봄을 실감하게 되는데 얼마 남지 않은 4월의 조바심에 잠깐의 짬이 허용되면 이 길로 접어 들던 횟수가 이제는 셀려면 복잡해 졌다.이 길을 이용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는 이마저도 힘들다고 벤치만 보이면 넙죽 엉덩이를 깔고 깊은 심호흡에 허덕였지만 이제는 친숙해진 만큼 전망 데크는 그냥 무시하고..

일몰_20170422

서산으로 지는 태양이 유별나게 커 보이던 저녁, 지상의 옅은 구름에 비끼어 여러 가지 컬러의 옷을 걸쳤다.맑은 대기로 인해 선명한 그 자태에 잠시 눈이 멀었던 봄날 저녁. 해가 완전 지고 나서 둘레길을 걷던 중 길에 아주 미세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봄에 활동을 재개하는 아주 작은 곤충들의 눈빛이란 걸 평생에 걸쳐 처음 알게 되던 날, 거미 한 마리가 둘레길을 가로 질러 어디론가 열심히 가고 있다.엄청나게 가느다란 그 빛을 못 봤다면 널 밟았겠지?이 사실을 알고 나서 부턴 밤에 둘레길을 걷기가 조심스럽다.

일상_20170421

금요일의 칼퇴근에 맞춰 집이 아닌 동탄복합문화센터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넋 나간 사람 마냥 걸었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제법 활기가 넘치는 중에 유독 눈에 띄이는 일렬로 늘어선 꽃들. 손에 있는대로 아이폰을 그대로 활용해서 담은 꽃들이 뮤지컬을 앞둔 배우들의 화려한 드레스 같다. 야외 공연장 뒷편은 잔뜩 찌뿌린 날이라 생각보다 산책 중인 사람들이 적은 대신 공연장 좌석이나 야외 테라스는 언제나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여전하다. 나도 모르게 둘레길로 접어든 건 길 따라 걷다 초록의 유혹에 이성이 마비 되었을 터, 골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의 한결 같은 정돈된 모습이 보기 조~타.(일상_20170415)일 주일 정도 지난 사이 초록이 많이도 세상을 보기 위해 솟아 올랐다. 둘레길..

추억을 걷다_20170419

길지 않은 시간이 주어 졌음에도 나는 주제 넘게도 무리한 여행 계획을 세웠고 비웃기라도 하듯 출발하는 저녁 시간부터 계획이 어그러져 1박의 여행은 그저 한적한 곳에서 잠이나 자고 오는 반쪽 짜리가 되어 버렸다.게다가 출발하는 이른 저녁 시간에 기습적으로 내린 비는 사실 가는 길조차 나의 단념을 부추겼으나 평일 한적한 시간에 쉽지 않은 결단이었던 만큼 강행의 깃발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이번 만큼은 게릴라식 여행이라 3주 전에 미리 예약해야만 하는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었지만 평일의 혜택은 모든 숙소가 단기 비수기라 아쉽긴 해도 주말 휴일에 비해 저렴하다는데 위안 삼아야 했다.충주 켄싱턴 리조트는 그나마 집에서 접근이 용이한, 여행 기분을 충족하면서 이동 거리가 짧은 곳인데다 충주는 이미 ..

일상_20170415

시나브로 벚꽃이 지기 시작하면서 4월의 눈인 양 어느 순간부터 바닥에 꽃잎들이 자욱하다. 여전히 활동하기 좋은 시기엔 이견이 없지만 못 된 버릇인 앞서 예측하는 센서가 여름 더위의 촉수까지 더듬었다.가만 있어도 땀에 쩔어, 끈적해, 땀 내 나, 모기 발광 옆차기 해, 피서철이면 물가 피싸, 인산인해에 차들도 많아...매년 맞이하는 여름이지만서리 그래도 새롭게 짜증 지대로라 달갑지 않아 봄과 가을이 더 돋보이는 거겠지.쓸데 없는 잡념을 물리치고 그나마 낮이 길어진 지금 활동하기도 딱 좋다. 동탄주민센터 옆에 아직 꽃잎이 많이 남은 벚꽃을 보면서 가방 속에 카메라를 끄집어 내어 넥스트랩에 손을 끼웠다.꽃잎이 우수수 떨어질 생각이 없다는 건 파랗게 뻗어 나오는 이파리만 봐도 알 수 있듯 아직은 태동하는 초록이..

봄의 절정에서 호수를 품다, 하나_20170410

입대를 앞둔 조카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2년 동안 세속을 떠나 있는데 아이폰이나 플스를 가져봐야 개밥에 도토리고 그렇다고 생까기엔 삼촌으로써의 밑천이 다 드러나 가슴에 양아치 추억만 남길 거 같았다.근데 유형의 상품만이 선물은 아니잖나?특별한 선물이라면 추억도 괜춘한 방법인데다 가끔 내가 가는 여행에 이 녀석도 싫은 내색 없이 따라 나서는 경우도 있고 가고는 싶으나 또래가 없어 혼자 뻘쭘함을 감당하기 거시기해서 망설이다 포기했던 경우도 있었다.그래!때마침 철 좋은 봄날 세상 구경 같이 하자 싶어 오마니 뫼시고 바다처럼 탁 트인 느낌과 강원도 산간 오지 느낌도 낭창하게 누릴 수 있는, 충주호가 발치에 내려다 보이면서 가파른 첩첩 산들이 모여 있는 충주 계명산 휴양림으로 결정했어. 출발 ..

일상_20170407

공원에서 묵묵히 자라던 민들레가 활짝 만개하여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활짝 꽃망울을 연지 제법 시간이 지났을 법한데 여전히 탱글한 자태와 더불어 이제 뽀송한 솜털을 달아 놓은 씨앗도 세상 구경에 나설 채비를 끝냈다. 완연한 봄을 알리는 벚꽃과 개나리가 서서히 대지를 물들이려 하는 봄의 정점에서 기분 좋은 산책을 해 본다.

쑥 뜯으러 가세_20170402

괜한 객기를 부렸나? 쑥국의 향그로운 여운과 비교적 깨끗하게 많이 나는 곳을 이야기 했다가 꼼짝 없이 끌려 가게 되었다.먹는 걸 좋아하는 것 뿐인데 길도 안내해야 되고 덩달아 쑥까지 뜯어야 되다니!평소 자전거 타고 오산을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틈틈히 봐 왔던 장지천변에 인적을 피해 자라던 쑥이 워낙 탐스러워 추천했던 건데 같이 가잖다.오마니, 누님 식구와 같이 동탄 산단지구를 관통하는 장지천으로 갔다, 아니 끌려 갔다.(일상_20170325) 장지천 저류지 공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띄이는 건 바로 만발한 산수유꽃과 몸 보신 하느라 여념이 없는 파리다.자전거를 타고 오산까지 갔다가 오는 길에 근래 들어 여기에서 휴식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조용하면서도 주위에 봄의 징표들이 널려 있어 잠깐이지만 충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