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석양의 자장가에 잠들다, 취묵당_20220103

사려울 2023. 2. 10. 05:28

발아래 흐르는 달천의 유유한 평온을 싣고 마치 뒷짐을 진 채 유유자적 서산마루로 넘어가는 석양이 하루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며 불그레 세상 이야기를 아름답게 흩뿌렸다.
새해가 밝아도 여전히 시간은 제 앞길만 바라며 주위를 둘러볼 틈 없이 빠르게 흐르건만 그 사이를 흐르는 강물은 고뇌를 달래느라 흰물결을 겨울 아래 숨기고 발자국 소리 없이 시나브로 지나간다.
겨울 낮이 짧아 아쉬움은 배가 되어 떠나는 석양의 뒷모습에 작별 인사할 겨를 조차 없었다.

취묵당
취묵당은 1662년(현종3년)에 김시민의 손자 백곡 김득신(栢谷 金得臣)이 만년에 세운 독서재(讀書齋)이다.
팔작지붕에 목조 기와집으로 내면은 통간 마루를 깔고 난간을 둘렀다.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괴강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더불어 정자건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문화재청_국가문화유산포털

 

충청북도 문화재자료 괴산 취묵당 (槐山 醉墨堂) : 국가문화유산포털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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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민사에서 우측 나지막한 산의 계단길 따라 오르는 사이 달천 너머 석양이 급히 기울기 시작했다.

뜨거운 석양에 걸린 한 줄기 구름은 그 열기에 혼비백산 타들어가며 검은 재만 남았다.

천천히, 그러나 지나고 나면 찰나 같은 석양의 자취.

취묵당에 도착하면 그 정체를 알 수 있게 되는데 김시민 장군의 손자, 김득신 독서재란다.

달천 굽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강자락의 언덕에 위치, 충민사 옆 작은 언덕배기를 사이에 둔 취묵당은 석양 조망 또한 멋진 곳이었다.

목재의 시각적 질감이 그대로 살아서 마치 숨 쉬며 멈추지 않고 나이테를 늘리는 것만 같은 취묵당에서 바람도 지나는 발자국 소리를 낮추고 아주 천천히 흘러갔다.

석양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자욱한 땅거미만 지상을 비출 때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취묵당과 충민사를 빠져나왔고, 그 길목인 충무교를 지날 무렵 이제 졸기 시작하는 충민사를 뒤돌아 작별 인사를 건넸다.

모든 세상을 대낮처럼 비추던 땅거미마저 서서히 꺼져갈 무렵 급히 떠나온 여정의 시간도 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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