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한밤의 반석산 둘레길 산책_20160130

새해 첫날, 개통 이래 처음 가 본 반석산 둘레길은 작은 산치고 제법 알차게 구성해 놓았구나 싶었다. 반석산 언저리에 숲을 관통하는 산책길이 3.7Km라지만 편평한 길이 아니라 고도차가 변칙적이라 실제 이 길을 걸었을데 두 배 이상의 운동 효과가 난다.덕분에 낮 동안 자전거를 열심히 탔던 피로감이 남아 여차 하면 다리에 경련이 일어날 태세라 신호가 오면 다리에 힘을 풀고 쉬엄쉬엄 걷는 사이 시간은 제법 흘러 버렸다.아침에 새해가 오기 전의 대업이었던 눈밑에 쥐똥만한 점 제거 시술을 하고 마치 한방 주먹 찜질을 한 양 벌~겋게 달아오른 면상이 자칫 타인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응께로 색상이 살짝 가미된 변색렌즈를 꼈지. 노작공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데스크에 올라 아이뽕으로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를 향해...

일상_20160130

지금까지 살면서 외모에 트라우마가 있다던가 프라이드가 있다던가의 고찰 같은 건 안해봤는데 사춘기 시절에 어느 순간 혹부리 영감처럼 좌측 눈 바로 밑에 점이 떡! 붙어 있었다.자고로 대화 중엔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하게 되는데 가끔 그런 `눈 밑에 쥐똥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음력 새해가 오기 전에 반다시 빼겠다던 결심을 실행하지 않으면 얼마 남지 않은 설연휴엔 제수용품 마련에, 그간 온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피로와 게으름이 가만 안 둘거 같더라.그래서! 결심 했던 만큼 신속히 행동으로 옮겨 가뜩이나 아침 잠 많은 유혹을 과감히 떨치고 거금(?)을 들려 눈 밑에 쥐똥만한 점을 뺐다, 아니 엄밀히 이야기하면 시술하는 동안 고기 굽는 스멜로 보아 태웠다는게 더 맞을 거 같다.생각보다 수월..

바람과 갈매기 세상_20160123

유별나게도 춥던 주말, 욕 나올만큼 수은주도 영하 18도란다, 18 언제 갔던지 기억도 까마득한 서해-같은 화성인데도 여긴 동탄에서 1시간 이상을 가야만 한다, 역시 화성은 뎁따 커!- 바다가 만수무강히 잘 계시나 궁금해 찾아 가던 중 갑자기 내리는 눈보라가 바닷가가 가까워 질수록 예봉이 날카롭다.그래도 차가 우리를 모셔 주시니 아니 갈 이유는 없잖여.인가는 거의 없는 궁평항에 도착, 수산공판장 인근에 차는 줄지어 서 있는데 지나는 사람들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이유는 눈보라가 거의 태풍 수준이라, 가뜩이나 기록적인 한파라는데 바람살까지 워낙 거세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돈단다.내가 질수 있으랴!방파제를 따라 나름 무장을 하고 걸어가는데 워찌나 바람이 세차고 추위가 막강한지 한 발, 한 발 떼기가 인내..

빙벽의 향연_20160123

후배님이 자랑거리라고 나한테 보내준 빙벽을 보고 있노라면 겨울 내음이 물씬하다.자랑 삼아 청송얼음골에 보란 듯이 당당하게 빙벽 등반을 하고 왔는데 거기가 이런 곳이요, 하며 자랑질을 했건만 건성으로 듣는 내게 몇 번을 강조한다.그럼 사진을 내게 보내라고 했더니 이때다 싶었는지 번개의 속도로 한꺼번에 사진을 전송했고 한참 지나 청송얼음골이 어떤 꼬락서니인가 싶어 찾아봤는데 제법 먼 거리에 있다. 어떻게 이런 오묘한 꼬락서니가 나온다냐!조악한 실력에 아이폰으로 찍었다는데 이런 경이로운 광경이 실제 본다면 탄성에 턱관절 무리 오것지?후배님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일상_20160117

휴일에 부릴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늑장은 다 부리곤 뒤늦게 부시시하게 자전거를 탄 답시고 페달을 힘껏 밟았건만 몸이 예전 같지 않어(?) --; 이제는 자전거 타는 코스는 습관처럼 오산천을 따라 오산 고수부지를 한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가는, 물레방아 일정인데 그나마 돌아가는 길에 아직 햇살이 붙어 있다면 투썸에 들러 커피 한사발에 간단히 주전부리로 입을 즐겁게 해준다. 자전거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일한 낙이 바로 이 커피 한잔과 편안하게 뮤직 라이프를 연장시켜 주는 보스 사운드링크 미니.특히나 여기 투썸은 동탄산단지구 내부에 있어 평일은 모르겠지만 주말 휴일엔 사람들이 빠져 나간 텅빈 공간이 되어 버려 어떤 곳을 가더라도 한산해서 내겐 특권과도 같은 여유이기도 하다. 만사가 귀찮은게 그대로 보인다..

꽃의 비밀_20151230

트레킹 멤버들과의 2015년의 마지막 만남은 대학로 연극 관람으로 대망의 한 해를 마무리 했다규. 장진 특유의 해학이 넘치는 작품이래나, 그리하야 퇴근 후 신속하게 대학로에 가서 커피 한사발 마시면서 설렘을 다독거렸다.연극 시작 30분 전에 도착했을때 잠시 서 있을만한 공간이 있다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일 정도로 인산인해(?)였고 극장에 입장해서도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만원이라 기대감은 덩달아 급상승. 극장 입구에 장진감독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잠시 후 응답하라 1988에 선우역을 맡았던 고경표가 왔다.티비에서 보는 그대로 별 괴리감이 없는 생얼에 특유의 썩소.아이폰으로 촬영해도 선명하게 나올 만큼 가까이 있었지만 그냥 보는 걸로 만족하고 극장으로 입장했다. 약간 뒷자리를 예약해서 자리에 앉자 마자 인증..

2015년 마지막 한잔_20151229

엄밀히 야그하면 마지막 개인적인 술자리가 맞겠다. 가끔 서로 위안의 술잔을 기울이던 승용이 형과 의기투합하여 근래 고정 장소로 고착된 식당에 가서 늘 조용한 분위기에서 먹는 닭볶음탕과 쇠주를 곁들여 끊이질 않는 이야깃거리에 2015년의 아쉬움을 나눴다.하긴 아쉬움이라고 표현해도 대부분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도 우스겟소리들로 한참을 웃기도 하고. 저물어가는 2015년이 당시엔 모르다가 떠나려하는 즈음, 그 시간이 소중함을 또 다시 뒤늦게 깨닫는다.헛됨이었다고 여겼던 것들이 기실 소중했던 하나의 큰 조각이었고 지루했던 난제가 스릴감 있는 모험이었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늘 옆에 있던 사람들이 소중한, 그래서 내 값진 시간 2015년을 툴툴 털고 쿨하게 보내기 위한 홀가분한 자리였다.

머나먼 삼척 원덕_20151225

가족 여행이라고 찾아간 삼척은 사실 대가족이 이동하기에 거리상으로 무리일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자유로운 시간은 성탄절 당일 뿐이라 여행에 익숙치 않은 가족, 특히나 아이들이나 오마니께선 녹록치 않은 고행길과도 같을 수 있겠다.성탄전야에 서둘러 퇴근한 뒤 일행들을 재촉하여 출발할 무렵엔 이미 9시가 넘어 암흑이 잔뜩 끼인 오지를 둘러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부지런히 고고씽 했지만 도착은 자정을 훌쩍 넘어 새벽 1시가 막 지나서 였다.그나마 흥림산 휴양림의 넓직한 숙소를 이 몸이 애시당초 예약한 덕에 말끔히 피로를 풀고 이튿날 오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삼척 원덕으로 출발~영양 흥림산 휴양림은 첩첩산을 넘어 비교적 오지에 있는 자그마한 휴양림이라 힐링하기엔 제격이었다.이미 올해 세번째 방문이라 내..

뮤직 라이프_20151223

조카들이 귀띔해 준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는 잊고 지내던 LP 레코드판의 기억을 되살림과 동시에 짧지만 모처럼 음악에 심취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퇴근과 동시에 간단한 저녁을 처묵하시고 바로 날아간 이태원.도착하자 마자 바로 저기구나! 싶을 그런 멋진 꼬락서니 좀 보소!!! 온실처럼 완죤 통유리 건물의 매끈한 자태로 내부는 규모에 비해 협소하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듯 아기자기하면서 편안하게 안방에서 음악에 심취할 수 있는 삘이 난다.그런 분위기와는 달리 출입은 비교적 엄격하고 생소한 편인데 현대카드 소지자를 포함, 3명까지 가능하다고 하여 징그럽게 귀여운 울 조카 2명을 데리고 뮤직라이프의 호기심을 충족하러 갔다.내부 출입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올 법한 삼엄한 행동 강령에 따라 뮤직라이브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