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32

일상_20171014

기나긴 연휴가 지나면 후폭풍도 거세다.오죽했으면 출퇴근도 벅차!그나마 주말이 빨리 돌아와서 다행이다. 아침저녁으로 가을 정취가 강하긴 한데 들판은 여전히 여름 같다.가로수를 보면 점점 가을에 대한 마음 준비를 해도 될 터인데 성급한 벚나무 정도만 제 풀에 못이겨 조금씩 이파리를 갈아 입는다. 자전거를 타고 오산으로 가면 오산천 고수부지에 자전거길이 있는데 사실 가장 끝은 행정구역 상 평택과 겹쳐 있다.늘 지나는 길로 한 번 마음을 먹었으면 무우 뿌리라도 절단내 봐야지? 해도 10km 조금 못 미친다.생각보다 가깝다는 말. 오산대학교 앞 고수부지가 나름 사람도 많고 넓직한 공원으로의 모습을 갖췄다.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가 매력인걸. 하늘은 이미 가을이다. 갈수록 자전거 활용도가 떨어져 조금만 타도 금새 지..

황금 한가위 여드레 날, 평택 자전거 여행_20171007

연휴 7일이 지나 3일만 남았다. 역시나 일 주일 중 금, 토가 좋은 것처럼 앞두고 있을 때의 설렘이 가장 기분을 들썩인다.집에 있으면 괜스리 우울해질 것만 같아 알을 깨고 나오는 어린 새처럼 자전거를 타고 늘 타던 코스를 넘어 평택행을 결심했다.오산역까지는 자전거로 이동하고, 그 후 1호선 전철을 타고 평택역에 내려 지도로만 봐 왔던 안성천 자전거 길을 직접 라이딩하고, 미리 예약한 평택 도심의 숙소에서 하루 쉬고 다음 날 집으로 가는 계획은 처음의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되는 결정이었다. 초행길이라 평택역에서 부터 헤매는 바람에 시간이 생각보다 꽤나 지체되어 역사를 빠져 나왔고, 그리 멀지 않은 안성천까지도 상당히 지체되어 해가 서쪽으로 상당히 기울었을 시간 즈음 안성천에 도착했다.자연스레 조급해질 수..

황금 한가위 이렛 날_20171006

황금 연휴의 반이 지났다.여전히 이 날을 포함하면 평소의 명절 연휴 정도지만 전체 일자에서 반이 지났다는 생각에 모든걸 대입하는 몹쓸 버릇이 생겨 반타작에 더 마음을 쓴다.1년 넘게 손 놓고 있던 포켓몬고를 하면서 대부분 시간이 허비된 기분에 손에 들고 있던 아이패드-태블릿으로 하면 더 실감 나거든-를 내팽개치고 텀블러에 라지 사이즈 커피와 출력 좋은 스피커를 챙겨 밖으로 무조건 뛰쳐 나왔다. 도심에서 이런 우거진 나무숲길(?)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데 동탄의 나이가 어느덧 10살이 지나면서 묘목 수준이던 나무들도 제법 자라 이렇게 대견하게 컸다.집이 가까워 틈틈히 자주 걷게 되는 길이 이렇게 멋지게 가꾸어진 것도 내 복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도로는 한산하다.그나마 여느 명절 연휴에 비해 사람들은 종종 ..

일상_20161127

전날 내린 첫 눈은 그리 춥지 않은 날씨로 인해 대부분 바로 녹아 비가 내린 양 온통 축축히 젖어 있었건만 자전거 타러 나간 오산천 고수 부지 조차 고인 물을 피해 다니느라 쉽지 않았다.바람에 이끌려 이리저리 휘둘리던 갈대마저 물에 젖은 강아지처럼 털이 폭삭 달라 붙었다.계절이 다가 올 때 기온차는 익숙치 않은 상태라 가장 혹독하기 마련인지 고수 부지는 썰렁하기만 했다.애시당초 쉰나게 한 바퀴 돌려고 했던 계획도 도중에 접어버리고 적당히 쉴 만한 곳을 찾아 가져간 빵과 커피만 비우고 온 휴일이었다.

일상_20161112

미친 듯이 가을을 털어 내는 찬겨울의 강바람. 가을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 일까?바람이 부는 대로 가냘픈 몸을 흔들어 대지만 절대 꺾이지 않는다.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런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면서도 기동력이 어느 정도 따라 주는 고로 한 자리에서의 식상함에 젖을 겨를이 없다. 사정 없이 흔들어 대는 바람에 흔들리기만 할 뿐, 꺾이거나 뽑히지 않고 조롱하듯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너희들의 부드러움을 난 얼마나 경탄했던가! 부는 바람과 남은 가을 정경에 아이들이 신나서 사진 찍어달라고 보챈다.너른 고수 부지의 잔디밭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가 보기 좋구먼. 갈대 너머에서 강렬하게 웃어대는 햇살 가을이 만들어 놓은 나무 터널이 작별을 예고하는 추풍낙엽.이 터널이 보기 좋아 자전거를 타..

일상_20161106

바야흐로 만추를 지나 겨울을 맞이해야 될 시기.일상이 바쁜들, 휴식도 있기 마련이고 그 빠듯할 것만 같던 일상도 기실 시간의 이기심은 내 착각이나 마찬가지다. 추위와 더불어 자전거 라이딩도 위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오산을 갔다 올 만큼 내 엔진은 아직 건재하니까 두 세 바퀴 돌 겨를에 한 번 갔다 오는 정도로 급격히 짧아졌음에도 그만큼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더 챙긴다.그래서 짧아진건가?오산천 고수 부지는 가을이 지나 심심찮게 갈대밭의 일렁임을 목격할 수 있다.이 곧게 뻗은 공원길에 사람 구경하기가 더 힘들만큼 여유를 허벌나게 때릴 수 있다지? 자욱한 키다리 갈대숲 너머 맑음터공원 전망대가 '내 키가 더 크거든!' 외치듯 꼬나보고 있는데 늘 보던 인공구조물은 이미 식상해 있던 터에 가을 옷을 입은 갈대는 도..

바람 부는 가을엔 오산천으로 가자?_20161003

개천절이 월욜이라 주말, 휴일과 짝짜꿍 하는 덕분에 한가위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콤달콤한 연휴를 안겨 줬다.그 연휴 동안 뭘 했지?기억에 남는 건 역시 찍어 놓은 사진 덕분에 마지막 셋째 날, 개천절.시월이 시작하는 가을이라 내리 쬐이는 햇살도 따스해, 겁나 불어 오는 바람의 향기도 좋아, 뭐 하나 불만이 있을 수 있을까?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이기 전, 손수 내리는 드립 커피는 이미 입으로 털어 넣기 전인데도 향기에 도치되어 마시기를 기다리는 설렘은 여름 끝자락에서 가을을 기다리는 조바심과도 같다. 오산천 고수 부지 끝자락엔 인가가 거의 없어 사람도 적어 쉬기엔 안성맞춤이렷다.때 마침 고수 부지 한 켠에 화사한 개망초가 바람결에 날리는데 그 꽃잎을 붙잡고 일광에 빠진 나비들이 제 물을 만난 물고기..

일상_20160918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환상적인 한가위 연휴의 마지막 날.적당히 흐린 날과 더불어 기분 좋은 바람에 이끌려 자전거를 타고 오산천을 따라 남쪽을 바라고 떠났다. 자전거를 타고 출발할 무렵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로 가을 바람이 흔들어 떨어진 낙엽들이 길가에 모여 조잘대는 풍경이었다.여름의 신록이 점점 빛깔을 잃어감과 동시에 성급한 것들은 이렇게 배 째라! 오산천 고수 부지를 따라 끝까지 가면 이렇게 인가가 드문 들판이 펼쳐지는데 전방에 꺾기는 길을 지나면 유턴하듯 다시 북쪽으로 고수 부지를 따라 가게 되어 있다.솔직히 연휴 마지막 날의 침울함을 극복하고 얼마나 사진 찍을 마음이 생기겠는가?하여 이 사진을 끝으로 사정 없이 집으로 페달을 저어가 그냥 음악이나 들으며 푹 쉬어 버렸다.긴 한가위 연휴야, ..

가을 성묘_20151017

한가위 성묘를 가는 건 늦어 버리면 찾아 오는 추위의 날카로움으로 차를 이용해야 되는데 요맘때가 자전거로 다녀 오기 가장 시기 적절한 타이밍이다.간편한 복장에 강한 햇빛만 적당히 방어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50여 킬로미터가 그리 부담 되지 않거니와 강을 따라 한창 만개해 있는 가을 운치를 백 배 누릴 수 있음이다. 황금네거리 부근에 잡아 놓은 숙소를 빠져 나와 눈팅도 만족시킬 겸 대중교통으로 이동, 따스한 햇살이 눈부실 만큼 전형적인 가을이라 날은 기가 막히게 잘 잡았다.만약 차를 이용했더라면 이런 호사를 호사라 느낄 수 없이 그저 지나치는 과정으로만 봤을터라 누가 내린 결정인지 몰라도 현명했다라고 봐! 1차 목적지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대여한 후 뱃속 허기를 달래고 출발~새로 조성한 공원인지 아주 빈약해 ..

이천 갈대 바람_20151006

이천을 갈 일은 어쩌면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나 보다. 혹시나 싶어 카메라는 챙겨 갔건만 마땅히 인상 깊은 가을을 볼 수 없어 노심초사하던 차, 그렇다면 커피 한사발 땡기면서 고민해 보자. 이천 미란다 호텔을 지나서 가까이 투썸에 갔더니 첫손님이었는데 그럴 생각 없었음에도 브런치로 퀘사디아를 시켜 폭풍 흡입을 하곤 곰곰히 생각에 또 생각.아마도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환하고 친절하게 맞이하는 중년 여성 분의 화사함에 기분이 좋아서 덩달아 식욕 작렬했나 부다.잠시 앉아 있는 사이 거짓말처럼 사람들도 밀려 오는데 금새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과 좁지 않음에도 들어차 버린 주차장을 보자 한적한 시골 동네라고 얕볼 수 없으이.이천도 뻔질나게 방문했던 곳이었건만 무척이나 오랜만이라 방향 감각이 상실해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