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이천 갈대 바람_20151006

사려울 2015. 11. 1. 02:12

이천을 갈 일은 어쩌면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나 보다.

혹시나 싶어 카메라는 챙겨 갔건만 마땅히 인상 깊은 가을을 볼 수 없어 노심초사하던 차, 그렇다면 커피 한사발 땡기면서 고민해 보자.




이천 미란다 호텔을 지나서 가까이 투썸에 갔더니 첫손님이었는데 그럴 생각 없었음에도 브런치로 퀘사디아를 시켜 폭풍 흡입을 하곤 곰곰히 생각에 또 생각.

아마도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 환하고 친절하게 맞이하는 중년 여성 분의 화사함에 기분이 좋아서 덩달아 식욕 작렬했나 부다.

잠시 앉아 있는 사이 거짓말처럼 사람들도 밀려 오는데 금새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과 좁지 않음에도 들어차 버린 주차장을 보자 한적한 시골 동네라고 얕볼 수 없으이.

이천도 뻔질나게 방문했던 곳이었건만 무척이나 오랜만이라 방향 감각이 상실해 버려 언뜻 떠오르는 거라곤 설봉공원 뿐인데 2005년 도자기축제 때 첫인연을 맺었은 만큼 내겐 의미 있는 공간이라 하겠다.

게다가 가을 전경이 멋진 공원 중 하나였지만 무슨 심보로 허허벌판에 조용한 곳을 찾기로 했다.

근데 요즘 식욕은 시도때도 없이 땡겨 입맛 가리지 않는 걸 반가워해야 하나?




우선 이천에 왔으니 테르메덴에 들러 육신을 세척하고 먹은지 얼마 되지 않은 브런치는 까맣게 잊고 점심을 때워볼까?

테르메덴은 가을 노천탕이 제격인데 가을 바람결을 맞으며 하늘을 우러러 보는 기분은 조금 더 진일보한 자유를 같아서 아주 가끔 찾기도 한다.



아직은 가을이다 라고 단언하기 애매한 풍경이지만 큰 일교차와 뽀송뽀송한 대기의 내음을 맡으면 완연한 가을이 오는건 시간 문제여.




때 빼고 광도 냈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든든한 점심도 먹었겠다 이제 들판에 널린 가을을 좀 낚아채야 되는데 아뿔사! 이제는 식곤증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몸을 천근만근으로 만든다.

테르메덴에서 잠깐 눈을 붙였건만 몸을 둔탁하게 만든 졸음은 쉽게 물러날 기세가 아니라 잠시 주차를 하려고 빠진 곳이 바로 복하천 수변공원이란다.

용인 양지-이천-여주를 잇는 42번 국도에서 이천으로 진입하는 바로 초입에 복하천을 건너자 마자 있는, 이천 시내와는 제법 거리가 있어서 인지 찾아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덕분에 하천 뚝방길은 자전거 라이더들의 멋진 트랙이 되어 대부분 지나치는 사람들이 자전거에 몰입 중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차에 내 자전거를 매달고 여기로 와서 가을 내음을 맡아 볼 좋은 장소를 찾은 셈이다.



공원에서 이천 시내를 바라 보면 이렇게 쌀이 유명한 고장 답게 빛깔 고운 벼가 보기 좋게 펼쳐진 너머에 시가지가 보인다.








공원 아래 복하천을 내려가 보면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가을 바람을 다소곳이 읽어 내곤 멋지게 표현해 내는 이 갈대들의 아우성이 햇살을 받아 매캐할 만큼 화사하다.

잠시 졸음을 달래려 들렀던 자리였건만 가을 풍경에 도치되어 애시당초 졸음을 망각해 버린 사람처럼 지천에 펼쳐진 가을의 속삭임을 들으려 행복한 분주함에 무척이도 바빴던 시간들이었다.

짧지만 짙은 여운을 남기고 떠나는 키스의 달콤함처럼 가을은 뺨에 촉촉히 부딪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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