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16

일상_20180913

새로 영입한 렌즈의 성능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그냥 써보고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집 가까운 곳으로 다녀 오지 않으면 초조해져 못 견디겠다. 저류지 공원에 도착하여 하늘을 보자 가을 느낌이 물씬하다.거대한 새털구름이 광활한 하늘을 뒤덮고 있는데 마치 비장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오산천을 따라 산책로를 걷는데 노랗게 물든 낙엽을 보자면 가을을 확신해도 좋다는 시그널 같다.낙엽 하나가 거미줄에 걸려 단단히 매달려 있구먼. 몇 장의 사진을 찍어본 결과 당연히 만족은 한 상태로 시작해서 렌즈에 대한 리뷰는 패스하고-내심 귀찮아서?- 후지 조합은 약간 어두운 결과물이 더 애정이 가는 이유는 뭘까?조도를 조정해서 몇 장을 찍어 놓으면 밝은 사진은 뭔가 허전하거나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고, 약간 어두운 사..

고민 끝, 렌즈 영입_20180913

2015년 8월에 후지카메라에서 렌즈 대여 이벤트를 개최하며 이 녀석을 처음 만났다. 줌렌즈지만, 전 구간에서 조리개 2.8이라...실제 렌즈를 대여해서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었다.가격에 대한 부담감과 더불어 내께 아니면 왠지 편하게 사진을 찍지 못할 것만 같은 결벽증이 있었는지 모르겠다.허나 허접하게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후지카메라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 내면서 쨍함과 부드러움, 두 가지를 함께 표현하는 능력이 있어 위시리스트에 올려 놓고 늘 눈팅만 하다 현재 보유한 렌즈의 한계를 참지 못하고 질렀다.그냥 겁나! 허벌나게! 억수로! 좋다.역시 카메라보다 더 중요한 게 렌즈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실력과 열정이다.

신선이 노니는 다리_20180909

선유교라 하여 낙동강 상류에 절경을 끼고 있던 다리를 지나치기만 하다 처음 건너 보게 되었다.이미 최상류 지역인 석포에 제련소가 있어 그리 맑은 자태는 없지만 여름이면 레프팅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조금만 하류 방면으로 내려가면 청량산과 안동 도산면에 인접해 있는 곳이다. 강이 만들어 놓은 절경은 태백에서 발원하여 구문소라는 특이한 작품을 만들어 놓은 만큼 실력은 정평이 나 있어 충분히 짐작은 할 수 있다.물살은 유연하고 유속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굽이치는 곳마다 바위산을 도려 내어 산이 감추고 있는 태초의 속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굽이치는 강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선유교가 있어 흔들바위 만큼의 스릴보다 편안하게 절경을 감상하는 용도에 가깝다. 봉화가 그리 알려져 있지 않..

깊은 산속_20180908

여울은 맑기만 하고, 바위에 자욱한 이끼는 푸르기만 하다. 가을 장마 여파로 모터 펌프에 모래가 가득 들어차 물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그렇다고 여울에 내려가 샤워를 하기엔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버틸 재간이 없고, 그냥 넘어 가자니 찝찝함에 버틸 재간이 없다.하는 수 없이 저녁에 큰누님 뫼시러 영주역으로 가는 길에 사우나에서 해결해야겠다. 주위에 널린 수풀은 곤충들의 은신처이자 삶의 터전이라 가까이 다가가면 온갖 벌레들, 거기에 벌까지도 바글바글하다.내가 이땅에 의지하며 살아가듯 벌레들도 예외는 아니다.평소 느끼고 생각치 않았던 삶들이 이곳에 오면 숙연해 진다.

산중의 새벽_20180908

해가 뜨기 직전의 가을 하늘은 차갑다.유난히 말벌이 눈에 많이 띄는데 밤새 10마리 정도 잡은 거 같다.이른 새벽에 눈을 뜨게 된 것도 이슬에 젖어 힘을 쓰지 못하고 기절한 말벌들 확인 사살 때문.그러다 시골 깡촌의 새벽 정취에 도치되어 버렸다. 동녘 하늘에는 아직 일출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하늘에 거대한 비늘이 끼어 어디론가 바삐 흘러가고 있다. 감각대를 끼우고 발치에 흐르는 여울에 장노출 했다. 풀잎과 밤새 밖에서 음악을 연주하던 스피커에 이슬이 아롱다롱 매달려 조잘거린다. 집에서 2년 동안 자라다 올 여름부터 새로이 자리를 튼 흙이 궁합에 맞는지 소나무는 부쩍 자랐다.섭씨 11도로 9월 초 치곤 제법 서늘한 산중 오지에 어떤 문명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오로지 밤..

시골 장터_20180907

세속을 떠나 봉화로 가는 길.길 곳곳에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계절과 혁명은 길을 따라 전이 된다고 했던가!이왕 콘크리트 가득한 회색 도시를 벗어난 김에 시골 장터에 들러 뿌듯한 눈요기 거리도 한봇짐 챙겨야겠다. 봉화로 가던 길에 필연의 코스인 영주에서 앞만 보며 달리던 시선에 긴장을 풀자 덩달아 가을 하늘이 반긴다. 터미널 고가를 지나며. 찾아간 날이 봉화장날이라던데 역시 시골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장날이지만 이미 마무리 되는 분위기라 한적하다. 장터 갔으니까 시골 국밥 한사발 땡겨야지.국밥을 비우는 사이 장터 지붕 너머 붉은 노을이 하늘을 장식한다. 시골 하늘에 노을은 더 뜨겁다. 해가 저물자 이내 밤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