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16

일상_20191016

샤오미 미밴드 기준으로 늘 하루 만보 이상을 걷다 늦여름 이후로 하루 만보를 넘긴게 얼마 되지 않았다. 실제 하루 6천~8천보 사이 구간이 집중되는 양이라 모처럼 만보를 넘기기로 하고 간소한 차림에 산책을 나섰다.대략 반석산 초입과 솔빛유치원 사이 산책로 정도를 다니다 솔빛 유치원 너른 공터에 몇 바퀴를 돌며 만보를 채웠다. 한 동안 태풍과 비바람에 운동장 가장자리에 수풀이 서로 엉켜 있는데 그 와중에 코스모스 한 송이가 꽃잎을 활짝 펼쳤다.가지가 거의 꺾여 있지만 여전히 새파랗고 꽃잎은 여전히 싱싱하다. 유치원 담장에 박이 매달려 있는 건 뭐지?유치원에서 키운 건 아닐테고 인근 주민들이 자그마한 텃밭을 일구는데 이것도 그 분들 중 한 분이 씨를 심으신건가?삭막한 도시 한가운데 철제 담장을 의지 삼아 이..

일상_20191015

아파트 담벼락이자 울타리인 영산홍 더미 아래 이목을 끄는 꽃 한 송이에 이끌려 자세를 낮추자 들국화 한 송이가 미소 짓는다. 가을의 정점으로 다가설수록 아침 저녁으로 부는 찬바람에 꽃이 버티기 힘든 시기건만 조금 엉성한 꽃잎일지라도 꽃은 여전히 화사한 기운을 뿜어 댄다.화려한 꽃은 한 때일 뿐이고 소박하고 주변에 흔한 야생화들은 일 년 중에도 꽃을 피운 시기가 길다.작년 12월에 들판에서 땅에 납쭉 붙어 자라는 민들레를 봤던 만큼 너무 화려하고 자극적인 시선에 모든걸 빼앗길 필요가 없다.

햅쌀 선물_20191012

임실 여행 중에 집에 도착하여 고스란히 모셔 놓은 쌀 2포대는 은사께서 직접 보내 주신 선물이다.일가 형제 친지 가족분들이 옛부터 여주에서 터전을 잡고 계신 분들이라 농번기에 함께 농사도 짓고 꾸준히 왕래도 하시면서 왕성한 사회적 활동을 하시는 분도 많으신데 이번에 추수를 하셨다고 일 년 치 양식을 주셨다. 여주쌀이야 워낙 유명해서 밥을 짓게 되면 마치 기름을 살짝 두른 것 마냥 빛깔이 반짝이고 찹쌀을 섞어 놓은 마냥 밥알이 찰지면서 탱글탱글하다.한식에서 반은 밥이라고 늘 현미, 콩을 적절히 섞은 잡곡밥으로 식사를 챙기는데 이번 여주쌀로 만든 하얀 백미밥은 그야말로 꿀이 따로 없을 만큼, 흔히 게장 같은 걸 비유해서 밥도둑이라고 한다면 여주 백미밥은 반찬 도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심리적인 부분도 무시..

넘치는 파워, 파워 베슬과 탄탄한 만듦새의 위키오 허브_20191011

맥북에 빈약한 포트를 대체하는 방법은 와이어리스에 익숙해지거나 아님 허브를 장착하는 수 밖에 없다.허브 장착 시 정품 충전기 출력이 상쇄되어 다른 주변 기기를 연결하거나 특히 하드디스크 연결을 하게 되면 강제 추출이라는 이상 작동으로 스토리지가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되어 정품 충전기 출력을 능가 하면서도 안정적인 충전기를 구입했지만 회사에 두고 쓰다 보니 집이나 회사를 제외한 다른 외부 장소에서 여전히 불안한 불씨는 존재했고, 해결책은 여전히 안정적이면서 출력이 높은 충전기를 구입하는 방법 외엔 달리 대안이 없었다.예전부터 눈 여겨 봐 왔던 파워 베슬은 안정성과 고출력 외에 포트가 많아 여러 기기를 동시에 충전해도 출력 상쇄를 거의 알아 차릴 수 없고, 최신 퀵차저 버전도 지원한다.문제는 가격인데 ..

아이폰 깨지다_20191010

임실, 전주 여정을 마무리하고 휴식 없이 2시간 반 정도 내리 달려 집에 도착, 차에 산재해 있는 짐과 살림들을 꾸려 주차장을 벗어나던 중 손에서 미끄러진 아이폰이 바닥으로 번지 점프했다.손에 잡고 있던 아이폰이 '미끄덩'하는 순간 그걸 알아 채고 충격 흡수를 위해 발을 내밀려고 했지만 미처 온 몸을 감싸고 있는 짐으로 인해 발 뻗지 못하고 디스플레이 정면으로 바닥에 추락한 댓가는 참혹하다.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자유 낙하 실험을 많이도 했지만 이번엔 떨어지는 순간 불길한 느낌이 그대로 현실로 재현되어 광영의 상처를 새겨 버렸고, 때마침 2년 보험 만기도 가까워져 불행 중 다행이다.이전에 콘크리트 바닥으로 자유 낙하 하면 어김 없이 모서리 스뎅 부분이 먼저 착지하여 불행한 상황을 많이 모면했지만 이번..

호수에 빠진 가을이려나, 임실 옥정호_20191010

옥정호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다시 찾은 국사봉 전망대는 하늘 아래 모든 세상이 가을에 빠져 경계를 끝없이 확장하고 있었다.국사봉 전망대는 팔각정이 아니라 국사봉을 오르다 보면 산 중턱 지점의 데크가 깔린 곳으로 왜 옥정호를 찾게 되고, 왜 국사봉에 오르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며, 여러 멋진 사진보다 그 자리에 서서 눈 앞에 펼쳐진 전망을 여과 없이 바라 보게 되면 그 진가를 이해할 수 밖에 없다.그와 더불어 지상에 나린 가을은 옥정호가 솟구치고 붕어섬이 꿈틀대는 착각 마저 들게 할, 비유하자면 전주 비빔밥의 풍미를 극대화 시키는 감칠맛 나는 양념일 수 있겠다.  주차장 초입에 이런 이정표가 손을 흔들듯 반긴다.어느 블로거가 올린 이 사진을 보며 이제야 제대로된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정표가 가진 ..

전주, 아니 한국의 대표 먹거리 비빔밥_20191010

전날 전주 한옥마을 다녀 오는 길에 임실 현대옥에서 저녁을 해결 했는데 일찍 소등하는 시골에서 유독 그 불빛이 눈에 들어올 만큼 밝은 활기가 느껴졌고, 동탄이나 전주 현대옥을 생각하고 갔다가 그만 겹겹이 실망하고 말았다.남부 시장식은 팔팔 끓이지 않고 그냥 따끈한 상태로 바로 줍줍해도 되는데 뜨거움에 가려진 많은 맛들이 조화롭게 입안에서 맴도는 특유의 구수함이 좋아 자주 먹건만 완전 끓인 상태로 나온다.분명 남부 시장식이라 했건만 실수를 한건지 이 매장만 그런건지 몰라도 사정 없이 보글대는 시각적 실망에 더해 콩나물 양은 고작 위에 살짝 덮어 놓은 정도로 빈약했다.밥이 모자라면 더 떠먹어도 되는데 문제는 전체적인 빈약함이지 밥의 양은 아니다.이른 추위에 따스한 분위기와 달리 내용은 실망하고 자리를 떴고,..

석양이 들 무렵 한옥마을_20191009

이제는 전주 하면 한옥마을이란 공식이 몇 년 전부터 생겨 하나의 관광 명소가 되어 버렸다.곡성 형과 헤어져 다시 차를 몰고 전주로 들어왔고, 딱히 목적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지나는 길에 노상 주차가 아주 길게 늘어선 도로를 지나며 전주천 너머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흥에 겨운 소리가 넘쳐 나는 한옥 마을임을 쉽게 알아 챌 수 있었다.때마침 공연장 부근을 지날 무렵 주차가 가능한 공간을 발견하고 얼른 주차한 뒤 흥겨운 소리를 따라 도로를 건너고 강을 건넜다. 이미 석양을 본 마당에 길게 돌아 다닐 순 없어서 전주천 일대를 끼고 있는 마을을 둘러 보고 기왓장이나 몇 장 건져 보려 했는데 사람들이 많아 한적한 사진을 찍는 다는게 수월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석양에 비낀 돌다리 건너는 사람들이 인상적이라 초점을 흘..

음식으로 마법을 부리는 전주 사람들_20191009

처음 전주를 방문했던 90년대 중반, 미각이 신세계를 경험한 나머지 밑반찬으로 나왔던 열무 김치가 어느 누군가 베어 먹은 흔적이 있었음에도 그냥 먹어 버릴 만큼 머물던 내내 완벽히 식탐을 충족시켜 준 기억이 있다.가뜩이나 많이 나오는 찬거리를 비롯하여 딱 집어 비빔밥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식이 가짓수가 풍성한 걸 떠나 입안에서 혓바닥을 농락하는 음식 솜씨에 반해 부근을 오게 되면 늘 전주는 거치는 과정 중 하나 였다.이번엔 임실을 왔지만 내심 전주와 가깝고 때마침 곡성 형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건만 전주에서 보자고 하신다.나야 땡큐지! 2박 3일 여정 중 전주를 몇 번 들락날락 거렸는지 헤아리기도 귀찮다.최소 하루 2번.일단 이번 여정의 첫 방문은 곡성 형과 만나 매콤 돼아지 갈비찜을 먹었는데 형이 나..

생활 가까운 옥정호, 전망대 오류를 범하다_20191009

미리 이실직고 하는데 이날은 제대로 헛다리 짚은 날이다.옥정호와 국사봉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채우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온 생활 속 버르장머리 없는 습관으로 옥정호의 명물인 붕어섬을 제대로 못 본데다 만나기로 했던 형과 빠듯한 약속 시간으로 도착해서도 대충 둘러본 잘못을 어이 말로 다 설명하리.그저 어디를 가나 큰 저수지와 별반 다를 바 없었고, 어디로 왔다 어디론가 떠나가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 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결국 이 모든 미덕(?)의 근원은 게으름이라 지나와서 후회해 본들 뭔 소용 일까? 국사봉이라는 간판을 보고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전망대 삘 나는 국사정이라는 팔각정에 올라 사방이 트여 있는 경관에 감탄사는 연발했다.가을이라는 계절적 특성이 괜한 감정을 자극하여 자그마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