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16

냥이_20220914

하루 최소 한 번은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발치에 와서 장난감과 집사를 교차로 쳐다보며 냥냥거리는데 물론 놀고 싶은 비언어라는 거 집사는 흔히 알 수 있지만, 꼭 장난감일 필요는 없었다.어떤 게 되었건 테이블 위를 빠르게 움직이면 녀석 또한 집사의 비언어라는 거 눈치채곤 놀이를 시작했다.허나 가끔은 녀석이 무척 흥분하여 동공이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놀이를 조절하여 녀석이 지나치게 흥분하는 걸 막았다. 행주로 테이블 위를 닦으면 녀석은 장난끼를 발동하며 놀이로 인식했다.그러다 이렇게 동공이 확대되면서 흥분하게 되는데 몇 번 놀이 중 이런 경우 녀석은 이성과 본능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어 조절이 필요했다.

화정족발에서 만난 슬픈 냥이_20220908

찐더위와 엉뚱한 버스를 잘못 타는 걸로 인해 일산까지 3시간 소요, 모처럼 만난 지인과 쇠주를 들이켰는데 묘하게 취하지 않는 건 어떤 안주보다 감칠맛 나는 대화 덕분이었다. 잠시 나와 한층 시원해진 바람을 쐬는데 길 생활이 고된 녀석을 만나게 되었고, 녀석으로 인해 우리 냥이 이야기로-사실은 팔불출의 입덕 터지는 자랑질이 맞겠지만- 이렇게 새로운 대화 소재가 흥미진진할 줄이야. 같은 길 생활 하던 냥이라 길에서 잠시 만난 녀석의 모습에 고단함을 유발한 고달픈 숙명이 읽혔다. 그래도 놀라지 않고 잠시 눈인사 건네는 여유와 더불어 녀석의 불편해하는 한 쪽 눈을 보면서 마음이 쓰라렸다. 녀석의 왼쪽 눈이 언뜻 봐도 확연히 불편해 보였다. 냥이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슬픔이 서린 건 그들만의 숙명에 내가 휘..

내륙의 바다 대청호의 연이은 경관들, 직동 근장골과 찬샘정_20220902

자글자글한 주름에는 그만큼 많은 사연과 희열이 있다.꺾임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한 카오스는 다듬어진 직선에 비해 예측할 수 없는 반면 꿈을 꿀 수 있어 더 많은 이정표를 꾸릴 수 있고, 애써 변증 하지 않아도 역사와 자취는 충분히 설득된다.지금까지 숨 가쁘게 도로를 질주했다면 한 번 정도 초점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자기 합리화에 적합한 포인트, 발아래 세상을 명징하게 볼 차례였다. djdonggu - 대청호오백리길 드라이브 코스의 숨은 사진 명소 「근장골 전망대」 www.cdnews.co.kr마산동 산성에서 출발하여 냉천로를 따라 북쪽으로 천천히 달리자 도로에 닭이며 강아지들이 노니는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졌고, 녀석들이 지나길 기다렸다 다시 질주를 하다 보니 도로 우측에 간간이 호수 전망도..

돌무더기 아래 역사의 뒤안길, 대전 마산동 산성_20220902

공기마저 졸고 있는 한적한 길의 끝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시간의 빈맥만 울렸다.길을 걷는 동안 거듭 피부에 달라붙는 거미줄은 외면이 쳐놓은 그물로 이방인의 방문을 꽤나 거부했다.정상에 가까워 비탈길을 걷노라면 길의 끝은 기약 없었고, 발밑 입자는 급히 굵어져 중력의 저항을 원망하던 찰나 하늘이 마주하며 지친 손을 잡아줬다.오르는 내내 산성에 대한 의심은 정상에 이르러 돌더미가 희미한 정황인지 한무리 소나무만 위풍당당했던 과거를 속삭이며 허망한 세속에 우두커니 절경을 밟았다.  갑자기 나타난 장수말벌이 흥을 깨기 전까지 주위를 둘러 꽤나 심도 깊은 작품에 몰입하여 금세 올라온 수고를 잊는 사유의 가벼움, 너털웃음으로 대신했다.마산동 산성은 대전광역시 동구에 있는 삼국시대 백제의 테뫼식으로 축조한 석축 성곽이..

대청호의 바람이 머무는 곳, 명상정원_20220902

문화의 힘, 소외의 껍질을 깨고 관심의 노른자를 일깨워줬다.위태로운 비탈에 의지한 마을이 바다와 더불어 재조명받는 시대, 그게 이성적으로 용납되는 시대에 접어들자 질펀한 수풀의 텁텁한 장벽이 거대한 호수와 더불어 재탄생했다.복잡한 호반의 지형은 그들만의 소외에 익숙해져 세상과 유구한 단절에 떠밀렸건만 집요한 문화의 포옹에 더는 버틸 재간 없이 습한 증오를 깨부수고, 햇살 자박한 정원에 길을 그렸다.때마침 옅은 대기의 창이 열리자 비로소 바람의 언어가 들린 날이었다.명상정원은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지 부근에 2020년에 조성되어 현재 대전시 동구를 대표하는 대청호 관광명소가 되었다. 어린이, 노약자 등도 쉽게 산책할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이 명상정원까지 이어져 있고 정원 내에 전망 데크, 전통담장 등이..

작은 산줄기들 사이의 바다, 대전 대청호 거북바위와 전망대_20220902

너른 세상에 대한 갈망은 비단 인간에 한정되지 않았다.흙과 물의 경계에서 알을 놓고 다시 너른 세상으로 떠나려는 거북 한 마리도, 대청호반길에 동경의 알을 찾는 여행자도 시선의 접점은 호반과 하늘이었으며, 혹독하게 옭아맨 의지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함이었다.그래서 호반길 따라 여행을 결단한 게 아니었을까?대청호의 만수 면적은 72.8㎢이고, 저수지 길이 86㎞, 총저수량은 높이 76.5m에서 80m까지 홍수조절 용량을 합쳐 14억 9000만㎥에 이른다. 이 저수량으로 금강유역의 만성적인 홍수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대전광역시·청주·군산·전주 등 유역 내의 인접 도시에 연간 13억㎥의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또한 금강 하류 연안·미호천 연안 및 만경강 유역의 농경지에 연간 3억 5,000만㎥의 관계용..

호수 위 태고의 섬, 옥천 대청호 부소담악_20220901

대청호는 대전에서 만만하게 찾을 수 있는 전국구 관광지로 주체할 수 없는 욕심에 해 질 녘 도착, 대전 바로 외곽이면서 이내 오지마을처럼 한산한 도로를 질주하여 급히 목적지로 향했는데 사람이 익숙한 냥이 가족의 환영을 우선적으로 받았다. 금세 어둑한 밤이 찾아와 서둘러 차에 오자 어린 삼색냥이 얌전하게 움츠리고 있어 츄르 하나 꺼내 돌아섰는데 녀석이 어떻게 알고는 뒤를 쫓아와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었다. 깨끗한 햇반 그릇에 츄르 하나를 짜서 주자 녀석이 환장했다. 츄르가 없는데도 녀석은 여운이 남았는지 그릇을 계속 핥아 손으로 그릇을 잡아 내밀자 여전히 빈 그릇을 핥았다. 어느 정도 쪼그려 앉아 있다 그릇을 치우고 손가락을 내밀어 봤는데 살짝 경계의 뒷걸음을 치다 한발한발 신중하게 다가와 손끝에 빰을 문..

들판의 강인한 생명_20211115

들판에 무심히 자란 생명들도 제대로 알게 된다면 향내 그윽한 봄나물 못지않다. 진면목을 알고 있는 시선은 귀한 나물이 되지만 내 눈엔 그저 들판 위의 여타 생명들과 다를 바 없다. 집에 가져와 겉절이 해서 한 입에 쏙 넣으면 그동안 움츠리고 있던 묘한 향이 기지개 켜듯 기나긴 여운을 남기고 후두덮개를 간지럽힌다. 이거 꽤나 귀한 나물이라는데 마치 봄동 축소판 같다. 이름하야 곰보배추~ 이건 황새냉이란다. SNS는 내게 없는 지식도 척척 챙겨준다. 가르쳐 주신 분, 감사합니다~ 매발톱. 황새냉이. 들판에 심어 놓은 단풍나무와 곰보배추를 캐던 중 이웃사촌이 있어 사진을 몇 컷 찍었더랬다. 황새냉이를 보면 강인한 생명력의 상형문자 같다. 어떤 환경에서도 생존하며 겨울에도 생긋한 모습이다. 거미줄이 감고 있는 ..

한 때의 영화, 옥방정류소_20211030

한 때 동해로 가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머무르던 옥방정류장은 높은 답운재를 넘기 전 잠시 동안 긴 한숨을 들이쉬던 길목으로 여기서부터 구부정 고갯길이 시작되지만 이제는 조급한 문명의 직선에 외면당해 과거의 영화를 마냥 기다리는 곳이다. 마을 부근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생수터가 있어 옆에 차를 세워 놓고 한 모금 물을 들이키자 영락없는 생수다. 힘차게 넘치는 생수가 아닌 우물처럼 고여 있는 물을 길러야 되는데 그리 차갑지는 않고 시린이빨이 걱정되는 사람에겐 딱이다. '산삼의 고장 옥방생약수'란 표지석이 있는 것 보면, 그 위에 제사 지내듯 종이컵 물 한 잔을 드려놓은 것 보면 나름 지역 분들이 신성시하는 약수터겠지? 바로 도로 옆이라 물 긷기 편한데 우물처럼 고인 물에 떠있는 건데기를 잘 봐야 되겠다...

깊어가는 통고산 가을_20211029

해 질 무렵 이번 가을의 마지막 페이지에 살짝 책갈피 끼운다. 하루 해가 지고 남은 땅거미와 그 아래 어스름 피어난 가을 물감이 잠들기 전, 흔들어 깨우는 속삭임에 부시시 영근 미소로 울긋불긋 화답하는 인사가 끝나면 겨울 피해 깊은 잠에 빠져 들겠지? 잠시 잡은 손 놓기 싫어 잰걸음으로 길을 타지만 어느새 졸음 참지 못하고 하나둘 가을 등불이 눈을 감는다. 불영 가을 습격 사건_20141101 이제 희귀해져 버린 가을을 본격적인 사냥에 나서기로 한 프로젝트 1탄, 이름하야 불영 계곡 가을 습격 사건 개봉 박두~ 두둥!! 10월의 마지막 밤에 급작스런 회사 일정으로 늦게 끝나 버렸어 ㅠ meta-roid.tistory.com 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 여전히 산골에 남아 서성이는 만추의 풍경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