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16

가을의 노란 함박눈이 아름다운 순창 채계산 일광사_20221104

칼바위능선의 매력을 향유하기 위해 가을 체계산으로 향하던 길에 노란 은행 물결이 살랑이는 길의 정취를 애피타이저처럼 즐겼다.산 능선과 연결된 길이라 작은 사찰로 지나면서 그 길이 막혀 다시 돌아나오던 중 사찰 귀퉁이에 얌전히 있던 백구가 어느새 따라와 몸을 쉴 새 없이 비비는 통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참 스담을 하다 돌아 나오는데 녀석이 쫓아와 가던 길을 용케 알아채고 함께 동행하는 모습에서 마치 헷갈리는 길을 제대로 짚어 주는 것만 같았다.때마침 출렁다리를 찾아 길 잃은 차량 한 대가 다가오자 제 임무를 다하고 서둘러 숲길로 돌아가 버린 녀석에게 인사도 못한 채 진입로에서 녀석이 사라진 숲길을 쳐다보며 짧은 반가움에 씁쓸히 작별했다.여정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인연과 추억은 작은 원동력이자 스스로에..

유독 고운 은행 치맛자락, 순창 동계고등학교_20221104

교정에 쌓인 아름다운 추억만큼 진득한 가을.만추의 정취는 허무가 아닌 결 다른 낭만임을 항변하듯 지나는 바람에도 낙엽은 우수수 떨어져 곱게 써서 접은 편지 마냥 노란 마음으로 채색시켰다.한걸음 물러서 아쉬운 소설은 한걸음 다가서 눈부신 시가 된다.세심에서 채계산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먼 편으로 언제나 한적한 745 도로를 타고 후천마을에서 13번 국도에 합류한 뒤 연산마을 로터리를 지나던 중 전주 방향 15번 국도로 우회전하는 방향 멀리 가을로 물든 교정이 보여 잠시 곁길로 새듯 15번 국도 방향 관전마을로 향했다.도로는 줄곧 한적한 데다 너른 대지에 길게 뻗은 도로라 천천히 달리기엔 그만이었는데 곁길 가을이 물든 비교적 오래된 시골 교정의 모습은 몽환적이기까지 했다.원래는 학교 밖에서 담장 너머 고개를..

만추 기억의 시작, 임실 세심자연휴양림_20221104

3년 만에 다시 찾은 휴양림에서 가을의 자취가 남긴 잔상에 가슴이 물들었다.불태울 듯한 그 많던 단풍은 어디로 가고 이제 남은 불씨가 누군가를 손꼽아 기다린 한적한 휴양림, 만추라 읽지만 미련은 여전히 온전한 가을 텍스처 만을 오려 망막을 굴절시켰고, 걸음은 약속처럼 계절의 흔적으로 방향을 잡았다.뽀얀 대기를 비웃듯 가을이 채색한 빛결은 그 무엇의 방해도 굴하지 않던, 임실의 만추였다.[이전 관련글] 한적한 가운데 오로지 물소리 가득한 세심 휴양림_20191008임실 세심 휴양림 도착은 당초 예상 시각보다 이른 초저녁이었다.가는 거리가 멀어 느긋하게 가다 보면 밤 늦은 시각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고속도로 트래픽은 거의 없었고, 미리 내려간 커meta-roid.tistory.com기나긴 가을 휴가의 첫 ..

변치않는 정겨움, 원주 부론_20221031

작지만 꽤 역동적인 지역, 원주 부론에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지인과 함께 찾아 식사를 나누고 냥이들을 만난다.지난번 넉살 좋은 치즈냥을 만났지만 간식을 얼마 주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엔 녀석이 외출 중이라 만날 수 없고 대신 이웃냥을 만났다.챙겨 주시는 분이 계셔 특히나 동네냥들이 많은 곳이라 그 재미로 찾기도 했고, 흥원창이 있어 몰래 숨겨둔 명소 마냥 즐겨 찾기도 했다.멋진 가로수가 어울린 길이 덩달아 멋스러운 동네, 남한강-섬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멋진 부론에서의 가을 내음이 참 좋았다. 부론면은 강원, 경기, 충북의 세 도에 접해 있고 원주시의 서남단에 위치한다. 산지가 많아 현계산(535m)·봉림산(579m)·황학산(332m) 등이 솟아 있으며 곳곳에 산간분지가 발달되어 있다. 손곡리에서 발원한..

상행길, 잊지 못할 냥이와의 만남_20221027

짧은 하루 동안 많이도 다녔고, 많은 만남과 헤어짐도 있었다.내려가는 길에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에 들렀고, 이어 노령으로 건강이 급격히 떨어진 외삼촌도 뵙고, 명절이 지나 절대 지나칠 수 없었던 아부지 성묘까지, 그리고 오마니 추억의 장소에 들렀다 이른 저녁을 해결한 뒤 상행길에 올랐다.다리를 건널 무렵 퇴근 러시아워라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가다 서다를 반복했는데 그 찰나 차창 너머 광활한 가을 하늘에 석양이 질러 놓은 노을 불빛에 매료됐다.어차피 막히는 교통이라 조바심 낼 필요도 없어 차라리 잘 된게 아닌가.석양빛 물드는 하늘이 어찌나 고운지 이렇게 정체 구간 속에서 하늘을 충분히 감상하며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갔다.다리를 지날 무렵 남은 석양이 급격히 떨어지더니 아파트 옥상 구조물에 살짝 ..

가을 성묘_20221027

제사와 명절이 지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성묘를 했고, 괴산 문광저수지와 합천 외삼촌께 문안 드린 뒤 바로 성묘를 위해 묘지로 갔다.이번에도 울 귀한 아부지 누워계신 곳에 울 귀한 오마니 뫼시고.가을에도 들판에 자라는 생명들은 여전히 꿋꿋했고, 잠시 허리와 고개를 숙이면 그 생동감 넘치는 생명의 역동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대숲은 이렇게 보이는 부분이 전부이긴 해도 아직 가을이 찾아올 자리를 내어 놓고, 녹음은 그 가을을 분주히 기다렸다.관리사무소에 올라가 몇 년 치 관리비를 지불하고 내려오기 전 장실에 잠시 들렀다 나오는 길에 냥이 가족들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쳐다봤다.차량 트렁크에 늘 쟁여 놓고 다니는 밥이 있어 한 주먹 내어주자 호다닥 도망가는가 싶더니 다시 돌아와 빤히 고개를 내밀었다.선량한 ..

가을에 대한 노란 편지,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_20221027

그리움의 모양이 점을 찍어 노란 물결 흩날렸다.이렇게 가을은 끝끝내 낙엽으로 키스의 여운만 남겼지만 또한 계절은 어느새 숨결처럼 다가왔다.충북 괴산군 문광면 양곡리에는 아름다운 문광저수지가 자리하고 있다.작은 농촌마을인 양곡리에 농업용수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들과 괴산을 찾은 사람들에게 산책과 명상을 할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문광저수지는 호수 위로 드리워진 산그림자와 아침 물안개 그리고 저수지 옆으로 은행나무길이 조성되어 있어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문광저수지는 깨끗한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한국농어촌공사에서 1978년에 만든 400미터 길이의 저수지이다.준계곡형의 저수지로 주변에 숲이 우거져 있고, 고목이 많아 사계절 내내 ..

곰팡이 조청_20221016

선물 받은 전통 조청의 캡을 개봉하는 순간, 환영의 꽃다발이 땋! 눈에 띄었다. 9월 초 제조한 제품인데 이건 어디서부터 믿어야 되나? 선물이라 주신 분께 알리기 난감해서 교품을 위해 직접 연락을 취했다만 난감하구먼. 곰팡이 배양 키트? 생산자-판매자-소비자 간 신뢰란 건 시장 경제에서 접점이 없는 걸까? 교품을 받더라도 찝찝해서 쉽게 손이 가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많은 제품들 중 한 건을 전체인 양 일반화시킬 수 없어 브랜드는 노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런 사례를 찾는 것도 귀찮아 내돈내산은 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