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때론 포근하게, 때론 강렬하게, 파크로쉬_20220316

사려울 2023. 2. 21. 17:19

일 년에 한 번은 꼭 오게 되는 정선, 그중에서도 파크로쉬 또한 꼭 들러 지친 여정을 털어내기엔 적절하고 편안한 베이스캠프가 되어 버렸다.
휴식이라는 컨셉에 걸맞게 사물들 사이에 배치된 여유와 뒤뜰에 추구된 쉼터, 게다가 여기를 찾는 사람들 또한 거기에 맞춰 느림의 보폭으로 추억의 돌탑을 쌓는다.
석탄이 부르는 음악소리에 한껏 춤을 추는 모닥불이 그리웠는지 한참을 앉아 춤사위 공연에 심취하는 동안 밤은 깊어 달무리가 시선의 이불을 펼친다.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

원래 의도와 다르게 혼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았던 이번 여행.영동 고속도로 진부에서 내려 정선 숙암으로 천천히 흘러갔다.토 요일 저녁이라 차가 많을 법도 하지만 진부를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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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방문한 파크로쉬_20190328

2월 중순에 찾아왔던 파크로쉬를 이번엔 하루 이용할 요량으로 역시나 밤길을 달려 왔다.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 지난번 도착 시각이 저녁 8시 반 정도 였다면 이번엔 한 시간 가량 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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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방문, 여전한 밤_20200201

세 번째 방문하는 파크로쉬는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편안한 분위기에 몇 가지 특징적인 것들로 인해 이번에도 선택하게 되었다. 전체적인 시설로 따지면 꽤나 고급스럽고 분명한 컨셉을 지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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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둥지로_20200202

이른 시간에 파크로쉬로 돌아와 저녁을 기다리던 중 주변을 둘러 보다 이색적인 것들을 만났다. 산중 추위는 서울의 추위와 비교할 수 없이 매섭지만 공기 내음이 향그롭다. 그래서 잠깐 둘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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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올 수 밖에 없는 파크로쉬_20210302

다음 숙소로 옮겨 봇짐을 풀고 리조트 주변을 산책하며 그리 멀지는 않지만 운행의 걸림돌이자 멋진 동반자 였던 눈길에서의 긴장 또한 훌훌 털어낸다. 적어도 1년에 한두 번 오는 사이 속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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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 작은 마을, 파크로쉬_20210303

여행의 끝이 다가와 마지막 밤이 되어 숙소 주변의 텅 빈 공간을 차분히 둘러보며 풀어놓은 기대의 봇짐을 다시 추스른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한 권리와 권한이 부여되지만 정신없이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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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HDC : 네이버 블로그

파크하얏트 서울/부산과 정선 파크로쉬 리조트, 속초 아이파크콘도를 운영하는 호텔HDC 공식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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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파크로쉬가 현대산업개발이란 건 아주 뒤늦게 알았다.

정선이라면, 게다가 정부 사업 개발지와 붙어 있는 걸 보면 당연히 강원랜드 계열사나 정선이 주체가 아니었을까 의심 없이 받아들였었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HDC였다니!

석탄이 모닥불을 흥겹게 하는지 지치지도 않고 춤을 췄다.

조용한 뜰에서 석탄에 뿌리를 틀고 밤새 꺼지지 않는 모닥불-석탄불이 맞겠지만-의 온기를 쬐고 있노라면 경직된 마음이 한 올씩 느슨해지고 엮인 잡념들이 실타래가 불타듯 천천히 재가 되며 꼬인 것들이 먼지로 증발되는 것만 같았다.

물론 옆에서 자신들의 앞마당인 양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떠들어 대는 커플이 아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

조금은 불편해진 뜰을 벗어나 고요한 라운지를 둘러보며 작년 요맘 때와 같은 흔적을 찾듯 헤집고 다녔다.

달라진 게 뭐가 있다고 해도 덤덤히 받아들일 마음이긴 해도 잠깐의 방황은 도리어 먼 길 달려온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주기 때문이었다.

라운지에서 다시 루프탑으로 올라와 암흑 속에서도 위풍당당하게 거대한 형상을 드러낸 가리왕산 방면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꽤나 큰 알파인 트랙마저 왜소하게 만드는 가리왕산의 거대한 산세는 지금 이곳에 서는 순간 어느 것도 견줄 수 없는 압권이었다.

멀리 보냈던 시선을 거두고 다시 돌아와 바로 밑 뜰에 멈췄다.

원래 조용한 곳이라 좀전 커플의 소음은 상대적으로 증폭되어 오염이나 다를 바 없었는데 그 소음이 사라지고 남아있던 사람들마저 하나둘 떠나 다시 차분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미세 먼지 주의보가 있던 날이라 바람 속에 비소식과 함께 어우러져 밤하늘 거대 달무리가 시선의 이불이 되어줬다.

가리왕산 반대편 백석봉 방면의 파인포레스트 또한 평화롭기는 마찬가지.

밤이 늦어져 숙소로 돌아가려는 찰나 멀리 뭔가 꼬물꼬물 움직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냥이 가족들이 둥근 돌구덩이에 고인 물을 사이좋게 마셨다.
주차장에 내려가 얼른 밥을 가져온 사이 녀석들은 옹기종기 모여 있어 가까이 다가가 햇반 용기에 한 그릇 담아 주자 잠깐 경계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번갈아 식사를 했는데 다른 어미와 다르게 제 배를 먼저 불렸다.
한 주먹 더 덜어주자 역시 어미와 턱시도가 먹고 그제서야 배가 부른 지 새끼 태비가 먹었다.
코점이는 어미가 아닌 거 같은데 뒷다리를 다쳐 절뚝거렸고, 아깽이 둘은 정신없이 장난치며 쫓아다녔다.
나중에 그릇을 치우고 깨끗한 디딤돌 위에 밥 한 주먹 올려 놓았는데 코점이가 먹긴 하나 녀석의 눈빛은 너무 긴 잔상으로 남았다.
우수에 찬 눈빛이 깊어 슬픔만 비춰지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 '촉'이란 게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자 그 촉이 정확했다.

녀석들은 움푹 패인 화산암 조형물에 고인 물을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었다.

코점이는 어미가 아닌데 그렇다고 새끼도 아니었다.

그럼 넌 누규?

뒷다리를 다쳐 심하게 절뚝이는데 그보다 눈빛의 깊은 우수가 여운에 남았다.

햇반 그릇에 가득 담은 밥을 어미와 턱시도 아깽이가 독식했다.

심지어 다른 태비 아깽이가 오자 낮은 저음으로 으르렁거렸다.

불쌍한 코점이는 몇 개 먹는가 싶다가도 이내 자리를 내줬다.

옆에 있는 움푹한 화산암 조형물에 물이 고였는데 앞서 처음 발견했을 당시 여기에 모여 고인물을 나눠마시고 있었고, 정신없는 아깽이들이 뛰어놀던 중 검정 아깽이는 위에서 까불다 물에 잠시 빠졌지만 여전히 활기 넘쳤다.

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요 아깽이 녀석이 까불다 빠져서 물이 튄 자국이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깽이들, 그중에서 검정 얼룩이의 혈기가 더 넘쳤다.

이렇게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저 귀여움에 흠뻑 빠져 자리를 뜨지 못한 것도 있다.

두 아깽이는 각자 뛰어놀기도, 아니면 서로 장난치기도 했다.

코점이도 좀 먹으라고 밥을 더 덜어놓으면 다른 녀석들이 가로챘고, 코점이는 여전히 주변을 맴돌았다.

아깽이 입에 점이 있었다.

어미는 여전히 식욕을 채우지 않았는지 주구장창 먹기만 했다.

혈기 넘치는 아깽이는 제가 빠진 물에 다시 코를 박고 갈증을 해소했다.

하긴 그만큼 설쳤으니까 당연히 목마르겠지.

이튿날 기상과 동시에 습관처럼 가리왕산을 응시하며 잠을 떨치고 여정에 대한 설렘을 가득 충전했다.

날씨는 전날과 달리 흐리면서 맑은 대기가 맞이하여 감사를 되뇌었다.

물론 가리왕산은 두터운 구름에 가려졌지만 동강은 높은 구름 아래 그 당당한 위세를 펼치고 있겠지?

숙소에서 출발하기 전 루프탑에서 평창 진부가 있는 북녘을 바라봤다.

천운이란 다름 아닌 바로 이런 거다.

높은 구름으로 잔뜩 흐리지만 전체적으로 어둑하지 않고 게다가 대기 미세 먼지는 아주 청명한 수준이었다.

지금까지 이 자리에서 바라본 백석봉의 저 선명한 능선은 최상이었다.

내가 밟고 서 있는 이 세상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큰 어른, 가리왕산의 비장한 자태를 머리와 가슴에 새겨 넣곤 내가 맞이할 새로운 시간을 만나러 가자.

가리왕산은 정선군 정선읍, 북평면, 평창군 진부면에 걸쳐 있는 높이 1,561.9m로 남한에서 9번째 높은 산이다.
[출처] 가리왕산_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가리왕산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북평면과 평창군 진부면에 걸쳐 있는 산. 높이 1,561.9m. 북서쪽에 백석산(白石山, 1,365m), 서쪽에 중왕산(1,376m), 동남쪽에 중봉(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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