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가을의 노란 포효,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20241105

사려울 2024. 11. 20. 22:09

땅과 하늘을 단단히 이고 지고 얼마나 긴 세월 희열과 그리움에 견고한 가지와 이파리를 떨궜을까?

인간의 잣대로 비교하고 대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존재란 걸 알기에 사방으로 뻗은 가지엔 어느새 가을 결실이 주렁주렁 열려 전염병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을 찾게 했다.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나이는 800∼1,000년 정도로 추정(지정일 기준)되며, 높이 32m, 둘레 16.27m로 논밭 중앙에 있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전체가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일부 가지는 부러질 염려가 있어서 받침대로 받쳐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마을에 살던 성주 이씨의 한 사람이 나무를 심고 관리하다가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큰스님이 이곳을 지나는 길에 물을 마시고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 지팡이가 자랐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이 나무 안에 흰 뱀이 살고 있어서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겼으며, 가을에 단풍이 한꺼번에 들면 그 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동안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가운데 살아온 오래되고 큰 나무로서 생물학적 가치가 높고, 신목으로서 역할을 하고 전설을 가지고 있는 등 민속문화를 알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출처]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국가유산포털

 


[이전 관련글]

 

거대한 시간 앞에서, 반계리 은행나무_20200912

찾는 이 없는 고요한 시골마을을 지나며, 그 적막한 울림에 잠시 기댄다. 지나는 이도, 마을 인가도 거의 없는 외딴 깊은 산속 마을처럼 수풀이 무성하고, 바위 틈틈 이끼가 자욱하지만, 그렇더

meta-roid.tistory.com

 

큰 품 아래 그늘, 반계리은행나무_20210911

천년 영혼이 깃든 나무의 자태는 어떤 형용사를 열거해야 그 위상과 자태에 걸맞는 붓으로 조각할 수 있을까? 이 자리에 서면 도가 사상에 찌들지 않더라도 어쩌면 신의 존재를 수긍할 수 밖에

meta-roid.tistory.com

 

노을 지붕,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20220925

지나는 길에 굳이 들러야 할 곳, 800년 수령의 은행나무는 존재 만으로도 먼 길 수고로움조차 지나치게 가볍다. 기나긴 세월 동안 희로애락의 쓰고 단맛을 셀 수 없는 세포 속에 저장시켜 무성한

meta-roid.tistory.com

 

가을 젖는 반계리 은행나무_20221011

시대의 순응과 시간에 대한 평온이 800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일 수 있겠다.나무의 껍질을 빌려 세상을 유유자적하는 신선 같은 존재, 원주 거돈사지 느티나무와 함께 생명의 그늘이라 불러도 그

meta-roid.tistory.com

 

반계리_20231107

 

meta-roid.tistory.com


파랗거나 앙상할 때 찾아 한적한 은행나무를 보곤 마음껏 감탄사를 포효했는데 이번엔 가을 절정을 앞두고 찾아 주차부터 걸어오기까지 사뭇 다른 세상 같았다.

그래도 이 자리에 서는 순간 파란 가을 하늘에 노란 물감을 풀어헤치듯 거대한 위엄을 드러낸 은행나무는 왜 사람들이 먼 길 수고로움 마다 않고 찾았는지, 왜 마을 사람들의 벼슬아치처럼 우러러 경의심을 품게 되었는지 단번에 헤아릴 수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시계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돌며 시선이 풀어질세라 눈을 떼지 못하고 범접할 수 없는 기개에 가슴은 송두리째 빼앗겼다.

아직은 푸릇한 잔해가 남았는데 그 색감이 그대로 묘하게 어울렸다.

한 바퀴를 도는데 30여 분.

곧추 선 위치에 따라 형체도, 색감도 어느 하나 같은 게 없었고, 또한 느낌조차 어느 하나 같은 게 없었음에도 위엄은 변함없었다.

방둑이 무너져 거세게 치닫는 물결처럼 인파의 행렬은 거센데 그럼에도 간현 소금산 약속은 까맣게 잊고 가을 작품에 홀려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