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하늘을 단단히 이고 지고 얼마나 긴 세월 희열과 그리움에 견고한 가지와 이파리를 떨궜을까?
인간의 잣대로 비교하고 대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존재란 걸 알기에 사방으로 뻗은 가지엔 어느새 가을 결실이 주렁주렁 열려 전염병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을 찾게 했다.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나이는 800∼1,000년 정도로 추정(지정일 기준)되며, 높이 32m, 둘레 16.27m로 논밭 중앙에 있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전체가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일부 가지는 부러질 염려가 있어서 받침대로 받쳐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마을에 살던 성주 이씨의 한 사람이 나무를 심고 관리하다가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큰스님이 이곳을 지나는 길에 물을 마시고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 지팡이가 자랐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이 나무 안에 흰 뱀이 살고 있어서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겼으며, 가을에 단풍이 한꺼번에 들면 그 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동안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가운데 살아온 오래되고 큰 나무로서 생물학적 가치가 높고, 신목으로서 역할을 하고 전설을 가지고 있는 등 민속문화를 알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출처]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국가유산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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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랗거나 앙상할 때 찾아 한적한 은행나무를 보곤 마음껏 감탄사를 포효했는데 이번엔 가을 절정을 앞두고 찾아 주차부터 걸어오기까지 사뭇 다른 세상 같았다.
그래도 이 자리에 서는 순간 파란 가을 하늘에 노란 물감을 풀어헤치듯 거대한 위엄을 드러낸 은행나무는 왜 사람들이 먼 길 수고로움 마다 않고 찾았는지, 왜 마을 사람들의 벼슬아치처럼 우러러 경의심을 품게 되었는지 단번에 헤아릴 수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시계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돌며 시선이 풀어질세라 눈을 떼지 못하고 범접할 수 없는 기개에 가슴은 송두리째 빼앗겼다.
아직은 푸릇한 잔해가 남았는데 그 색감이 그대로 묘하게 어울렸다.
한 바퀴를 도는데 30여 분.
곧추 선 위치에 따라 형체도, 색감도 어느 하나 같은 게 없었고, 또한 느낌조차 어느 하나 같은 게 없었음에도 위엄은 변함없었다.
방둑이 무너져 거세게 치닫는 물결처럼 인파의 행렬은 거센데 그럼에도 간현 소금산 약속은 까맣게 잊고 가을 작품에 홀려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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