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산 잔도를 한 바퀴 돌아 주차장에 돌아왔을 땐 많던 차량들이 부쩍 떠나 빈 구역이 꽤 많을 즈음이었다.
행님과 헤어지기 전에 식사라도 대접해 드려야 될 거 같아 주변을 둘러봤는데 문득 주차장 너머 노란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였고, 대략 위치가 간현역 부근이라 우선 거기로 모셨다.
간현역에 도착하자 직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아 간현역 앞에 비교적 오래된 수령의 나무가 노란 가을 열매를 가득 맺어 오후 햇살을 탐스럽게 굴절시켰다.
간현역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로 163 소재한 중앙선의 폐역이다.
중앙선 청량리~만종 간 복선화 공사가 완료된 2011년 12월 21일을 기해 폐역되었다. 이후 이 역이 맡았던 여객 업무는 2021년 1월 4일까지는 동화역에서, 2021년 1월 5일 이후에는 서원주역으로 이전하였다. 원래 간현역 자체가 지정면 소재지에 자리 잡았지만, 현 서원주역은 다소 떨어진 외딴곳에 자리 잡아 논란이 많았었다.
2014년부터는 간현역 건물이 원주레일파크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으며, 구 중앙선 노반을 활용해 구 판대역에 못 미친 곳까지 레일바이크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2인용과 4인용 요금이 각각 38,000원과 48,000원(단, 원주시티투어버스 이용 시 4인용 요금 20% 할인)으로 비싼 편이다. 1일 5회 이용 가능한데 비수기(11월 중순~2월 하순)에는 10:10, 11:30, 13:00, 14:20, 15:40분에 출발하고 성수기(3월 상순~11월 중순)에는 09:30, 10:50, 12:50, 14:40, 16:30분에 출발한다. 극성수기(4월에는 주말만, 이외의 성수기에는 주중까지)에 한하여 18:20분이 추가되어 6회 운영된다.
레일바이크 시작점까지는 객차를 연결한 기관차가 레일바이크를 끌고 갔다가 간현역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 코스는 평탄하게 가다가 7퍼밀의 하구배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오르막 이동은 기차를 타고 이동하고, 레일바이크는 거의 대부분의 구간이 내리막이기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
[출처] 간현역_나무위키
차량이 주차장을 가득 메운 소금산 주차장과 달리 인척에 있는 간현역 일대는 손바닥 뒤집듯 한적했고, 차량을 주차할 걱정 없이 거리를 비롯하여 역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노란 은행이파리에 넋이 나간 사람 마냥 얼른 차에서 내려 카메라를 들쳐 메고 간현역으로 다가가자 한창 공사 중인 굉음이 가득했는데 이분들도 곧 작업을 끝내고 자리를 뜰 채비였다.
그런 굉음도 넋을 달랠 순 없었는지 도드라지게 높이 솟은 은행나무에 주변 둘러볼 새 없이 다가섰다.
역사 입구 은행나무 아래엔 정말 버스가 들어올지 의문인 조용한 버스 정류장과 바닥에 자욱히 떨어진 낙엽이 일품이라 이따금 지나던 사람들도 차를 세워 사진 몇 장을 담았다.
간현역은 비교적 오래전부터 침묵을 지키고 있었는지 오래된 적막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폐역이 된 후 간현유원지 개발과 함께 레일바이크 역사였는데 지금은 운행이 없는지 닫혀 있던 레일 출입문도 방치된 채 손을 대지 않아도 그 틈으로 출입이 가능했다.
플랫폼에서 간현역을 바라보자 오래된 역사의 아득한 정취도 묻어났고, 거기에 서쪽으로 기운 가을 햇살을 안아 더욱 아득했다.
역사 옆엔 레일바이크가 성황일 때 간식거리 메뉴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슬러시, 얼린 생수, 식혜, 팝콘, 치즈꼬치, 소떡소떡...
메뉴의 녹색이 바래지 않은 걸 보면 얼마 전까지 영업한 게 아닐까?
아직은 낮의 햇살이 작렬하고 있는데 열차도 멈추고, 관광 열차도 멈춰 깊은 잠에 빠졌다.
간현 역사 옆엔 비교적 자그마한 홍보관이 있었는데 여기마저 텅 비어 노란 은행나무만 자리를 지켰다.
소금산 주차장에서 홀린 듯 이끌려 찾게 된 근원, 여러 은행나무들 중 유독 우뚝 선 은행나무의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래된 만큼 노랑의 깊이는 더욱 깊고 더욱 강렬했다.
간현역 플랫폼에 잠시 서 있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 홍보관 뒤뜰에서 다시 멈췄다.
퇴색된 홍보관의 짧고 허무한 수명과 달리 은행나무는 가을마다 곱게 익은 노란 낙엽으로 카펫을 깔아 저무는 길을 독려하여 관심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조급한 인간의 자만심에 실망하거나 뒤돌아섬은 없었다.
왔던 길을 밟아 다시 돌아오는 건 갈 때와 마찬가지로 설레고 유희가 넘쳤다.
다만 멀어져 가는 가을에 대한 아쉬움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증폭되었다.
때마침 행님과 작별해야 될 시간이 가까워 무척 이른 저녁 식사지만 한 끼 대접해 드리고 싶어 주변을 둘러보자 간현역 바로 앞에 중화요리 식당이 눈에 띄었다.
워낙 드시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 중화요리도 OK!
지도에서 댓글을 봐도 평이 무난하여 자장면과 탕수육을 주문했는데 관광지치곤 전혀 사악하지 않은 가격에 양도 푸짐한 편이라 의외다 싶었는데 맛도 무난했다.
작은 사이즈의 탕수육도 둘이 먹다 조금 남길 정도에 요즘 대세인 찹쌀 탕수육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튀겨 먹기에 적당했다.
예전부터 행님과 식사할 때면 유독 면 요리를 즐겼는데 헤어지기 전에 먹는 자장면은 안성맞춤이었다.
아직 저녁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음식을 접하는 순간 숨었던 허기가 급발동하여 조금 급하지만 푸짐하게 식사를 나누곤 각자의 길을 달리는 마음엔 가을과 정겨운 사람과의 헤어짐이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이로써 올 가을 여정과 계절과의 작별을 동시에 고했다.
늘 반갑고 정겨운 가을이여, 내년에 다시 노란 기대감으로 마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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