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498

봄비가 그치고

봄비 내리던 어느 주말, 저녁 시간에 문득 그 반가운 봄비가 지나간 흔적들이 궁금해 졌다. 세상이 천지개벽하길 바란 건 아니다만 왠지 풋풋한 냉장실 야채가 암시되지 않나?혼자만의 암시라 하더라도 싱그러운 상상을 품고 동네 산책을 감행했다. 센트럴파크에서 반석산으로 오르기 전, 빌딩숲엔 거짓말처럼 조용하지만 조명은 시선을 끌기위해 서로 아우성이다.그 날 가져간 조그만 삼각대 덕에 조리개를 조이고 감도를 낮출 수 있어 노이즈가 없이 선명한 사진을 득템했다. 반석산으로 오르는 계단도 비가 지나간 자리를 여실히 보여 주듯 인적이 없다.잠시 테라스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는 동안에도 내렸던 비가 사람들의 관심을 씻어 버렸나 보다. 빌딩숲의 위용이 자못 첨탑처럼 날카롭다.이곳에 많은 사람들은 내렸던 비의 핑계로 반석..

이중인격

커피향에 취해 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초점이 흔들린다.실상은 투명한 벽 너머의 찬바람과 그 바람에 저항하고 있는 콘크리트 건물들인데 난 무심한 척 유리에 비친 세상만 바라 보려 한다.단지 고개만 돌리면 실상이 내 주위를 감싸고 있지만 반사되는 세상을 더 동경하는 이유는 나도 알지 못한다.실상은 중력에 붙잡혀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는데 허상은 허공에 떠서 빛의 파고에 예민하단 걸 알고는 있는 걸까?이건 마치 투정부리는 아이를 다독이듯 현실을 애써 억누른채 막연한 이상을 한 바탕 달콤한 꿈처럼 착각하고 있는 폭포 위 사공과도 같다.아마도 공중에 떠 있는 착각 뒤에 산산히 부서지는 물보라를 촉각으로 인지한 자 만의 깨달음일 것이다.

4월4일 여명

춘분이 지났으니 해가 길어지긴 많이 길어질 때이기도 하지만 앞만 보며 달리다 보니 밤낮의 길이 변화가 둔감한 탓에 실감이 난다.아침 출근을 위해 기상해서 문득 밖을 보니 뒤집어진 태극 문양처럼 하늘의 색상 대비가 묘하기만 하다.잠시 후면 지평선 너머에서 솟구치는 붉은 양기가 차가운 음기를 밀어 내고 온통 이글거리는 허공으로 채울 것이다.아침의 설렘은 가끔 이런 예기치 않은 쾌감으로 인해 잠자고 있던 흥분까지 도출해 내기도 한다. PS~엑백스의 색감에 찬탄을 보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12년 지기, 조비산

내 12년 지기 친구. 백암교회에 종종 목사님 뵙기 위해 가는 길이면 항상 조비산이 굽어 살피듯 뒤를 따라 와서 길 잃을 일이 없었다.허나 산이름은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허기야 이름이 뭐가 중요할 것이며 산이 간직한 사연이 무어가 그리 중요할까?그저 지나는 길에 특이하지만 범상치 않은 그 자태와 항상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게 내겐 더 관심이 갔으니까?처음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정상 부근에 언뜻 보이는 전망대 같은 조형물.허나 그 기백 넘치는 자태는 변함 없이 서슬퍼런 능선을 그으며 이 땅의 비밀스런 역사를 침묵해 주는 듯 하다. 아이폰으로 점점 확대 촬영하다 보니 확대 전까지의 이미지 품질은 산과 대면한 날과 기분을 대변해 주듯 청명하고 날카롭기까지 하다.물론 확대를 함과 비례해 폰카의 태생..

세교신도시 가을 갈대밭

세교신도시의 가을.맥북에서 깊은 겨울 잠 후에 뒤늦게 깨어나 기지개를 펴며 지금 찾아 온 봄을 반기려 한다. 작년에 담아 놓은 세교신도시의 가을 풍경들 중 세교 남부지역에 비교적 큼지막하면서 잘 가꿔 놓은 고인돌공원 개봉박두~!!!오산금암리 지석묘군이라고 지도에 뜨는데 아마도 청동기시대 고인돌 9기가 발견된 유적지라 고인돌공원으로 명명한 듯 싶다.자그마한 산과 어우러진 너른 들판을 보아하니 세교에서 가장 큰 근린공원이자 대부분 신도시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중앙공원 격이다.주위에 아파트와 주택지가 정갈히 꾸며진 걸 보니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이 찾는 휴식공간으로도 손색이 없겠다. 가장 먼저 찾아 간 곳은 자연 녹지를 거의 가공하지 않은 그냥 산!곳곳에 가을 옷으로 갈아 입어 운치 작렬하신다. 정상 즈음에..

창 너머 겨울

유리창에 눈이 쌓이고 그 너머 길엔 알알이 추억이 쌓여 간다.길을 따라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설렘은 밝혀진 가로등 불빛 만큼 휘양찬란하겠지? 문득 어릴 적 작은 방의 쪽창 너머 세상을 살포시 덮어 가던 눈들이 세상 모든 추악함을 가리고, 춥지만 포근했던 바깥 세상 풍경의 설렘을 알송달송 옛추억을 하얀 도화지에 그리듯 흑백 영사기를 삐그덕대며 돌려서 숨겨져 있던 기억 중 한 송이를 회상케 해 준다.그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지난 날의 소중한 기억들이여!

떠오르는 해의 윤곽

아침에 암흑을 걷고 세상을 향해 솟아 오르는 태양은 늘 바쁘게도 움직인다. 부끄러움일까? 잠시 동안이라도 끊임 없이 새로운 옷으로 단장하곤 열심히 검푸른 하늘에 열기를 불어 넣는다. 겨울왕국에서 따스한 얼음 마법을 부리는 엘사의 시시각각 변하는 옷처럼 차갑게 보이지만 종내는 따스한 하늘에 종지부를 찍어 주는, 자주 보면서도 쉽게 지나치는 일출은 감각 기관에 항상 아름다움을 지각시켜 준다.

지나간 가평의 가을

작년 11월8일에 갔던 가평 대성리.일행들 무리를 이탈해 잠시 일탈의 여유를 즐기며 가져간 엑백스로 시절의 기록을 남겨 본다. 대성리 교육원 앞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차지하며 세상일에 무심한 것처럼 유유히 흐르는 구운천.강가에 자태가 빼어난 구경꾼들이 많다.저마다 가을 옷으로 단장한 품새가 소박한 듯 하면서도 결코 도시의 어떤 유형물보다 세련미가 넘치는데다 서로를 응원하듯 지나는 바람을 부여 잡곤 하늘하늘 손세례를 해댄다.이에 잔뜩 고무된 강물은 그들의 팔랑이는 응원에 정중히 답례하듯 거울 같은 투명한 표면을 통해 그 모습을 여과 없이 비춘다.식당으로 비유하자면 푸짐한 먹거리가 있는 패밀리레스토랑보단 맛깔스런 먹거리만 갖춰진 한식당 같다. 전형적인 시골 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소품이 연기가 소담스레 피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