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438

하늘 구름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은 언젠가 부터 공식화 되어 세상 누구보다 가장 친한 벗이 되었다.심연의 공간에 떠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단장하곤 대지를 내려다 보면서 지상의 모든 것들을 동경하며하늘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표식으로 시각적인 부드러움의 극치를 보여 준다.그렇다면 구름은 하늘과 지상의 동경을 이해로 풀어 주고 맺어 주는 가교인 셈이구나.

조용하지만 아담한 산책로

가끔 여길 찾아서 산책을 하게 되는데 덥거나 혹은 추울 땐 쓸쓸한 벤치만큼 이 산책로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광복절 휴일이랍시고 지나가는 길에 잠시 녹색이 화사한 잔디를 밟아봤더니 그 송곳한 느낌이 정겹다.이 길 바닥엔 이렇게 돌이 깔려 있어서 보폭을 맞추기 쉽지 않아 보는 것만큼의 실용성은 없지만걷다 보면 이 돌 주위에 흩어져 있는 잔디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촘촘한 돌만 밟게 되더라.그나마 벤치 주위엔 사람들의 왕래가 있는지 곳곳에 잔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지만이 곳 외엔 잘 정돈된 잔디가 가득하다.휴일만큼이나 편안하게 쉬고 있는 산책로를 담으며...

석양, 그리고 땅거미

광복절 전날 퇴근 무렵에 서쪽 하늘에 겹겹이 드리운 색조.그 자태 너무 탐스러워 사진을 연신 담아 본다.한 컷 찍고 나면 더 고운 빛이 물들까 싶어 다시 눌러 보고, 또 다시 눌러 대고...석양이 남겨 놓은 미세한 파동의 빛 잔해가 어두워 오는 하늘에서 마지막으로 작렬하면서 한 하늘에 셀 수 없이 많은 스펙트럼을 남긴다.

구름은 흘러 가는 중

엑백스에 아트필터 효과를 주고 열불나게 눌러 버렸더니 슬라이드로 보면 월레스와 그로밋처럼 클레이 애니메이션 같다. 하늘에 구름이 떠 가는게 아니라 짙푸른 강물에 새하얀 크림을 풀어 놓으면 강물이 흘러 가는대로 하얀 크림이 서서히 풀어 헤쳐지며 덩어리 채 떠가는 느낌이 든다.이런 파란 바탕에 윤곽이 뚜렸한 구름을 보고 있으면 강 한가운데 가만히 서서 흐르는 강물을 보는, 내가 상류로 굽이쳐 올라가는 착각에 빠져들곤 한다.아마도 누구나 그런 기분은 느껴 봤을 거라.근데 가만히 있는 정적인 기운을 깨고 손을 뻗어 이 하얀 덩어리를 손으로 만져 보고 싶은 충동까지 느낀다.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감촉에 왠지 사람의 체온과 흡사한 미지근한 질감.내가 파란 하늘과 구름을 좋아하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다.덕분에 몰입..

태양도, 하늘도 이글거리는 휴일

태양이 퍼트린 불씨가 하늘까지 번져 불바다가 되었다. 한 번 불이 붙기 시작한 하늘은 삽시간에 하늘의 피조물들을 태워 버리고 그 재는 허공에서 뭉쳐져 잿빛 구름 조각이 되어 버렸다. 그 뜨거운 열기로 인해 불바다가 된 하늘을 담으려던 아이폰조차 초점이 불에 그을려 흩어져 버렸고 지상에 뿌리를 두고 있던 나무마저 이미 불에 타 숯이 되어 뻗어 나온 가지의 첨예한 손짓으로 인해 구름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다. 하늘도 타고 태양도 타 버린 한여름 휴일 시간은 더위의 일갈로 인해 존재의 상심을 부둥켜 안고 있다. 온통 붉은 세상을 보고 있노라니 도저히 반전이 없을 것 같은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 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 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 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 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 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

복작복작, 옛날 귀성 풍경

추석, 어머니의 밥상에 제비새끼로 앉아… [도깨비 뉴스]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제 - 정 일 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밥상.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

퇴근 후... 평온하기만 한 하늘

퇴근 후 제대로 뒤섞인 하늘과 구름을 찍겠노라고 계속 삽질 했건만 날 도와 주지 않는다. 젠장스...3일 연장으로 하늘을 쳐다 본다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내 뒷모습이 나사 빠진 영구처럼 보였나 보다.이럴 때 망원으로 당겨서 찍었더라면 싶다가도 엑백스의 단렌즈로 바라 본 스펙타클한 장면이 내겐 필요하단다. 이런 하늘을 내가 작년에 찍었었나 싶다.앞만 보고 달리면서도 잠시 주위를 둘러 봤나 싶을 정도로 사진의 소재거리가 많았었는데 사실 기억은 나질 않으니 그러려니 하지만서리...이런 것 보면 아이폰을 제대로 활용했구나 싶은게 화질은 많이 떨어지지만 적재적소에서 간편함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엑백스를 들여 놓고 보니 사진은 기기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소재와 주제가 중요하단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아이폰으로 찍..

강과 다리 그리고 거울

이쁘고 반듯하고 정석적인 사진을 찍는 건 아직 어렵고 난해하고 귀찮기까지 하다.허나 여행을 가고 그 순간을 담고 회상하는 건 아직 짜릿하고 설레고 즐겁다.그러던 내게 사진도 귀찮지 않음을 알게 해 준, 그러잖아도 게으른 성격에 렌즈까지 신경 쓰는 건 내게 사실 어렵더라.물론 사진에 심취한 아마추어의 뒷모습을 보면 숭고하단 생각은 들지만 남의 이야기일 뿐 내 이야기는 아니라 여겼다.몇 년 전, 렌즈 교환식을 써보며 친해질 수 없는 관계였었고 마침 성능 좋은 니콘 똑딱이를 들이면서 단순히 여행의 흔적을 기록하는 도구에서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근데 아이폰을 만지고 나서 부턴 지독히도 못난 놈처럼 도구 탓을 하다 아주 큰 맘 먹고 엑백스를 들였으니...참 이 녀석은 묘하다.사람을 귀찮게 하지도 않으면서 뿌듯..

첫 네이버 포스트(2008년11월2321:03)

경기도경기도기간 : 2006.1.14 ~ 2006.1.17 (3박 4일)컨셉 : 나 홀로 떠나는 여행경로 : 여주▶충주▶원주 나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것 중 하나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고 그 추억의 장소가 전혀 변색 되지 않았다는 것.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내 옛시간들이 어렴풋한 추억의 더미가 되겠지만,그 아련한 기억이 내 마음 속에 하나의 파릇했던 추억이었기에길섶에 잠시 머무른다고 할지라도 어깨 너머 그 영상들이 각인 될 것이다. 50년이 넘어 이제는 시간도 멈추고 사람도 떠나 버렸지만,그 안에 멈춰진 시간의 태엽을 돌리기 위해 때때로 이곳에 추억을 묻어 둔 사람들이 들른다. 어느 춥던 안개 자욱한 겨울날,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 쓸쓸한 곳에 방문하여추위에 모든 것을 빼앗긴 과거의 시간들을 다시 불 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