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293

작은 거인, M1 맥미니_20210713

노트북 대용으로 초저렴 맥미니를 들였는데 티비에 물려 셋톱박스 대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스터디카페에서는 맥미니+아이패드를 모니터로 활용하면 훌륭한 노트북 대체제가 되는데 다만 처음 접속 시 불편을 감수해야 된다. 가로세로 한 뼘씩, 무게는 1.2kg 컴퓨터이자 애플의 장수 모델이며, 동시에 감초격이다. 박스 내부는 맥미니와 전원 케이블 뿐. 애플 실리콘을 달고 나온 녀석인데 학업을 위해 아이패드 하나로 버거워 노트북을 물색하다 구입 시기가 어중간해서 공백을 대처할 목적으로 구입, 스터디카페에서 아이패드와 함께 사용해도 쿨링팬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을 만큼 발열과 냉각에 있어 혁신이라는 표현 외엔 대처할 언어가 없다. 행여 조립 중 냉각팬 끼우는 걸 깜빡한 게 아닐까 싶어 귀를 바짝 붙여서 들어 보면 팬 ..

무엇보다 동해 조망, 탑스텐호텔_20210630

피서철이 오기 전 동해는 폭풍전야 같다. 삼척을 오게 만든 무릉계곡은 폭우로 인해 다음을 기약하고 동해안을 따라 한적한 여행을 선택한 이번 여행은 소기의 목적인 한적한 정취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짧지만 편안한 휴식을 취해 감사한 여행이기도 하다. 옥계 방면 해안을 따라 일렬로 정갈하게 늘어선 불빛이 마치 바다에 떠있는 일련의 어선 같다. 썬크루즈처럼 어떤 객실에서도 바다가 보이는, 비교적 오래된 숙소지만 도리어 통짜의 시원스런 객실은 널찍해서 좋다. 게다가 회사 복지 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본다. 정동진의 유명인싸, 썬크루즈가 숙소 창 너머에 훤히 보였다. 금진항 따라 멋진 해안도로가 있음에도 거기를 제대로 여행하지 못해 남은 아쉬움은 다음 기회에.

푸짐하고 질긴 육회 비빔밥_20210614

영주에서는 정평이 나있는 비빔밥 전문점인가 보다. 15,000원에 이 정도 푸짐한 상차림이라면 그야말로 가성비 킹왕짱이다. 육회비빔밥에 육회양도 제법 넉넉한데 다만 질긴 고기를 연신 씹다 보면 어느새 귀찮아진다. 육회양이 이 정도라면 여타 육회비빔밥 식당에 비하면 넉넉하다. 다만 육질이 질겨 왠만큼 이빨을 숫돌에 연마시키지 않으면 여간해서 끊어내기 힘들다. 15,000원 비빔밥 상차림이 이 정도. 푸짐함은 꽤나 신선한 느낌에 야채 튀김은 바로 튀겨서 바싹바싹하다. 고기가 무척 질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없었다면 맛집으로 손색이 없었을 건데, 그래도 점심 시간대 사람들이 줄 서 있어서 짧은 웨이팅은 감안해야 된다.

만능 슈퍼템, iPad pro_20210601

11인치의 갑갑함을 탈피하고자 12.9인치를 마련했는데 치명적인 버그로 바로 반품해 버렸다. 비교하자면 페라리 엔진을 달았지만 차체와 미션은 소형이라 밟아도 그 힘을 제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인상적이다. 수령하자마자 한 컷 찍었는데 검수하지 않았다고 끝까지 따라붙는다. 애플실리콘에 1TB 용량과 16GB 램으로 태블릿에 노트북을 뛰어넘는 성능이 장착되어 있다. 허나 운영체제가 성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iPad OS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숫자는 그림의 떡일 뿐. 중고인 11인치 1세대를 업어와 학습에 혁신적인 잇템이란 걸 알고 큰 녀석으로 업그레이드 하려 했지만 충전 불안, 맥과의 연결 문제, 11인치 사용 시 느낄 수 없었던 화면 정가운데 울렁임 등으로 고민 없이 바로 반품해 버렸다.

고행과 안심의 교착점, 1차 백신_20210426

지난 겨울에 독감 백신, 이번 봄에 코 백신.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주위 아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까이꺼~ 간호사 스킬이 워낙 좋아서 거의 무통증에 가까웠다. 백신 접종 후 기저질환 판단을 위해 잠시 대기 중. 백신 접종 후 하루 동안 오한이 찾아와 몇 년 동안 손도 대지 않던 타이레놀과 친하게 지냈다. 지나고 나면 늘 생각하는 거지만 감염되고, 감염시키는 고행에 비하면 이까이꺼~ 물론 48시간 지난 시점에선 완전 멀쩡해졌지만, 아픈 사람치고 태연할 수 없는 것처럼 마음 약해진 상태에선 체온계 수치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12시간 정도 지나 37.7도가 나왔다. 몇 년 동안 이런 수치를 가진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래서 몸살의 통증보다 이 어색한 불편함이 더 이질적이다. 38도를 넘어선 순간,..

산골짜기 작은 마을, 파크로쉬_20210303

여행의 끝이 다가와 마지막 밤이 되어 숙소 주변의 텅 빈 공간을 차분히 둘러보며 풀어놓은 기대의 봇짐을 다시 추스른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한 권리와 권한이 부여되지만 정신없이 돌아다닌 덕에 무척이나 짧고 누수가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만큼 시간은 매정히 지나가 버린다. 집 떠나 밤공기를 가르며 숙소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무중력 상태인 양 홀가분한 마음이 온몸의 자이로스코프를 마비시켰고, 늦은 시간에도 밤거리를 홀로 유영했다. 먼 거리를 달려왔다는 피로감은 사실 전혀 없는 게 아니라 인지부조화로 인해 잊어버려 밤새 온종일 걷더라도 지치지 않을 만큼 사기는 충천하여 헛된 시간을 경계했지만 결국 모든 걸 배제하고 즐기면 되는 거다. 코로나로 인해 어느 순간 인적 없는 오지로 여행을 다니던 게 이제는 제 ..

그래서 올 수 밖에 없는 파크로쉬_20210302

다음 숙소로 옮겨 봇짐을 풀고 리조트 주변을 산책하며 그리 멀지는 않지만 운행의 걸림돌이자 멋진 동반자 였던 눈길에서의 긴장 또한 훌훌 털어낸다. 적어도 1년에 한두 번 오는 사이 속속들이 알게 된 덕분에 이제는 발길이 뒤섞이지 않고 익숙하게 찾아낸다. 창가에 놓인 자리에 앉아 고압적인 풍채의 가리왕산을 보는 게 이곳의 뷰포인트로 생각 이상으로 규모가 거대한 데다 봉우리는 아니지만 그에 걸맞은 고도가 한눈에 보여 누구든 매료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가리왕산 반대편 백석봉은 가리왕산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나 특이하면서 독특한 산줄기를 보노라면 그 매력의 우열을 가리는 건 의미가 없고, 다만 미려한 산결을 어느새 시선으로 붙잡아 미로를 그리듯 눈길을 뗄 수 없다. 한바탕 퍼붓다 그친 눈보라는 대기의 잡티를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