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18

냥이_20240916

집에 왔는데 껌딱지가 붙지 않으면 섭하지!넷플릭스 영화 한 편 감상하는 동안 녀석의 숙면을 도와준 뒤 제 자리에 옮겨 놓자 잠자리를 깨운 녀석이 삐쳐 버렸다.그러곤 모두가 자고 일어난 아침이 되어서야 발끝에 발라당 드러누워 정겨움을 표현한 녀석.이른 아침에 연신 구토를 하는 바람에 기력이 많이 빠졌는지 녀석이 핼쑥하고 활기가 없었다.츄르와 닭슴가살로 속을 게워낸 녀석을 몸보신시킨 뒤 동탄역으로 궈궈!누님 데리러 동탄역으로 출발하는 길에 지루한 폭염과 달리 바깥 풍경은 한없이 청명하고 눈부시긴만 했다.

일상_20240815

명절을 앞둔 시점에 걷기 운동 겸 머리 벌초도 할 겸 3.5km를 걸어 단골 미용실로 가는 길에 뒤늦은 폭염을 실감했다.연신 흐르는 땀방울에 등골이 간질간질했고, 얼굴과 머리는 흠뻑 젖어 목적지에 도착했을 당시엔 땀범벅이었다.뜨겁긴 해도 가을 바람과 건물 내에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혔는데 가던 길에 여울 공원의 능소화는 뜬금없긴 해도 멀리서 봤을 때 이쁜 꽃망울이 주렁주렁 달렸다.지난달 벌초 갈 때와 비교해서 열린 꽃망울이 적긴 해도 꽃의 본능을 가득 담은 진수답게 그 빛깔은 곱다는 표현 이상이었다.머리 벌초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서녘 석양의 고운 빛결에 감탄의 화답을 마지막으로 5일 연휴 중 이틀은 소리소문 없이 흘러갔다.

정감 많은 깡패, 뭉치_20240914

역시나 녀석은 동네 깡패 따로 없다.집에 놀러오자마자 미친듯이 집안 곳곳을 탐색하고 영역표시하고 보안을 점검했다.다행히 기저귀를 채워놓긴 했지만 워찌나 설치는지 기저귀가 벗겨지려 했다.반갑고 스담해달라는 뜻으로 짖어대는데 대형견이 짖는 소리와 흡사해 집안 전체가 울렸다.그렇게 정신 없이 설치다 녀석도 지쳐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 쉬고 있는데 주뎅이 일대가 김치찌개를 먹은 것 마냥 변색되어 있었다.녀석이 집주인 노릇을 하여 울집 냥이는 작은 방에 두고 문을 닫았는데 혼자라 생각했는지 냥이 밥을 깨끗히 비웠고, 정수기는 녀석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조금 한숨 돌리면 또 설치고, 그러다 쉬고, 가쁜 숨이 가라앉으면 또 설치고...그렇게 한 시간 정도는 뭉치로 인해 집은 개판이 되었다.그래도 귀엽고 정 많은 뭉치~

여름과의 숙연한 작별, 안성 칠장사_20240910

진중한 사찰의 저녁, 안성 칠장사_20240902칠장사는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로 399-18에 위치한 칠현산 자락의 고찰.조선 영조 9년(1773년)에 간행한 칠장사 사적비(事蹟碑)에 의하면 고려시대 혜소국사에 의해 중수된 기록이 있으나 초창meta-roid.tistory.com지난주 방문했을 당시 무거운 구름을 떠받들던 산자락이 이번엔 진공의 하늘을 떠받들어 지루한 폭염의 일탈을 천상의 바다에 담갔다.구름 한 점 없는 세상은 마치 우주를 동경이라도 한 건지 흙먼지로 날리는 소음은 사라지고 멍한 망울처럼 고요하기만 했다.한 주 지나 확연히 짧아진 대낮은 폭염만 남겨놓고 냉정하게 돌아서서 서녘 칠현산과 칠장산을 넘기 시작했다.덩그러니 남은 문 앞에서 칠장사로 향하는 걸음이 그로 인해 조급해졌건만 마음은..

한적한 전망 맛집, 선옥보리밥_20240910

한 때는 회사 사우에서 이제는 사회 형제로 반년 정도만에 만나 식사를 나누기로 했던 날, 그 친구가 둥지를 튼 혁신도시로 향했다.하루 종일 가을을 예고하는 빗방울이 이어지다 퇴근 무렵엔 만남을 응원해 주는지 빗방울이 가늘어져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인간관계에서 꽤나 신중하고 성의를 다하는 동상이라 약속 장소에 꽤나 만전을 기했을 터, 아니나 다를까 혁신도시 남단 길게 늘어선 산무리 사이 한적한 장소를 섭외했었는데 지도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막상 그 자리에 서자 혁신도시와 일련의 산무리 사이에 우뚝 선 지형이라 일대 전망은 꽤나 좋았다.물론 그런 전망을 감상하느라 사진은 거의 남기지 않았지만.식당에 도착했을 무렵 소강상태던 빗방울이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는데 그까잇꺼 몇 방울 비 맞는 것 쯤이야.조선..

생거의 작은 조각 쉼터, 진천역사테마공원_20240909

예전에 충북이라고 하면 대부분 충주를 찾았다.소위 장단이 맞는 지인들이 있었고, 유적지나 공원, 자연 경관이 우수했으며, 그와 함께 먹거리와 함께 비교적 교통도 좋았기 때문이었다.그러다 진천을 찾은 건 20여 년 전 음성 소재 제약회사에 근무하며 엄청난 궁합을 자랑하던 독수리 오 형제-생산팀 2, 관리팀 1, 연구팀 2명으로 구성된 멤버들로 어느 순간부터 평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퇴근에 맞춰 일대를 훑고 다녔었지-와 함께 진천을 찾았었고,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하던 늦겨울에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사람들의 격리를 위해 아낌없이 받아주었던 아산과 더불어 진천에 대한 막연한 관용-코로나 팬데믹 초기엔 스쳐만 지나도 감염될 거란 공포심이 극대화된 시기라 지자체에선 엄청난 모험이기도 했다-에 아산과 더불어 진천을..

냥이_20240908

냥이는 오랜 역사와 셀 수 없는 교배를 통해 인류 친화적으로 변이를 거듭, 이런 냥이는 과거 편견과 달리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알고 댕이처럼 감정 표현도 할 줄 안다.물론 표현 방법이 확연히 달라 그런 다름으로 인해 많은 오해와 편견의 산물이 되긴 했으나 근래 진가를 확인받은 것처럼 부작용도 많다.그래서 댕냥이들은 주인 학대에도 주인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간혹 냥이는 학대 중에 집을 뛰쳐나가는 행위는 집을 가출하는 게 아니라 방어 기제로 위기를 모면한다고 잠시 뛰쳐나가는 것뿐, 뛰쳐나간 후 갑자기 바뀐 환경에 동공 지진을 동반한 극도의 공포감으로 몸을 숨기는 사이 그게 가출로 오해를 받았다.울냥이 또한 그와 비슷한 케이스 아닐까 유추해 보며 그래도 가족이라면 지켜주는 건 이유를 불문하고 당위적인데 어..

일상_20240908

6월 중순 학교 강의에 노르딕 워킹 강사를 초빙한 적 있었고, 노르딕 워킹을 떠나 지엽적인 걸음이 아닌 본질적인 걸음을 하루 동안 강의한 적 있었다.거기서 맨발의 효능에 대해 의학적인 관점보단 인간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해석했던 걷기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풀었었는데 하루 강의가 무척 인상 깊었던 바, 그 이후 반석산 맨발 걷기 코스에 주말마다 찾아 잠시라도 걸었다.물론 파상풍 감염이 그리 쉽게 되지는 않지만 발을 디딜 때 나름 신경 써서 걸었고, 이제는 건강이라는 관점보단 기분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맨발 걷기는 꽤 경제적인 대척점이었다.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맨발 걷기를 즐기는 덕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돗가가 생겼고, 거기서 발을 씻고 나서 벤치에 앉아 족발을 말릴 때면 늦더위 속에 문득 가을의 알싸한 청량감..

냥이_20240907

전날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왔고, 조금 시니컬한 표정으로 티비를 보던 녀석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식빵을 구웠다.모처럼 봤다고 흑미 식빵을 구워 주려는 걸까?녀석의 꾸준한 취미 중 하나는 다함께 모여 앉아 티비 시청을 즐기는 것.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어 뒤통수 스담하면 그렁그렁 거리는 골골송도 듣기 좋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에게 친근한 표현을 하던 녀석은 이튿날에도 어김없이 사람 발끝을 쫓아다니며 요구 사항이 많았다.츄르 달라, 간식 달라, 닭 슴가살 달라, 놀아달라 등등한 번 놀아주자 녀석은 창가 제 의자에 자리를 잡곤 한잠 들었다.여름이 다시 오려는지 대낮 더위가 햇살이 따가운 걸 넘어 후덥지근했고, 하나로마트에 들러 식료품을 마련하러 간 사이 차량 내부는 말 그대로 온실이 따로 없었다.그래서인지 ..

일상_20240903

퇴근에 맞춰 체육공원으로 향하는 길.실원마을, 덕성마을을 새긴 멋진 입석을 지나 걸어가는 길은 대략 1km 남짓, 걸어가는 길에 여전한 더위 속에서 가을 바람이 살짝 스쳤다.체육공원에 도착하여 하루 1만보를 채우기 위해 몇 바퀴만 돌았는데 출입할 수 없는 장고개로 문득 호기 어린 시선을 보냈다.옛 시절엔 교통이 지금처럼 좋지 않아 고갯길은 길목이나 마찬가지였을 터, 이제는 인적이 차단되어 수풀만 무성했다.며칠 동안 꾸준히 다녀본 결과 퇴근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한둘씩 늘어나 10여 명의 사람들이 걷기 운동을, 가끔 몇 사람들이 모여 축구나 러닝을 즐기는 곳인 만큼 이 마을에 비교적 호화로운 시설이 들어서 운동하기엔 정말 호사였다.해가 부쩍 짧아졌다는 걸, 그리고 여전히 진행형이란 걸 체감할 수 있는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