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1 19

일상_20240607

짙푸른 녹음도 익고, 봄에 틔운 결실도 익어 봄에 못다한 이야기가 영글었다.일상이란 건 약속하지 않아도, 정의 내리지 않아도 불변하는 생명의 역동이라 녹색 속에 숨겨진 것들을 일일이 찾으며 심장의 파동을 확신하고, 수풀속에서 잔망스레 휘감는 거미줄을 느끼며 찰나의 역동을 공감했다.얼마 전 담근 매실은 설탕의 열정을 깨워 춤을 추게 하듯 내딛는 발끝 걸음 하나에 건조했던 감성에 땀방울 송골송골 맺혀 잊었던 미소도 되찾았다.야외공연장 너른 잔디밭은 가장 만만한 산책 코스가 되어 버렸다.적당한 걸음으로 볼거리, 향기, 소리를 가득 담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화성 오산리 석불입상은 원래 동탄면 오산리에 있었다. 언뜻 무덤 앞에 세워지는 석인상처럼 보이지만, 석인상의 관모와 달리 머리카락이 물결무늬처럼 희미하게 새..

냥이 미용_20240607

일 년에 단 한 번, 녀석이 미용하는 날이라 건강검진 겸 냥이 미용실에 들렀다.역시나 녀석의 눈은 지진이 났고, 집사는 녀석이 돌아오기 전까지 초조함을 숨겨야만 했다.007 작전에 버금가는 작전으로 녀석을 캐리어에 담아 곧장 병원으로 향했는데 녀석은 이미 동공 지진났다.순둥이라며 녀석을 알아보는 병원에서 잠시 기다리는 중.고양이 미용을 위해선 마취가 필연이라 이참에 정기 검진까지 병행하느라 굳이 이 병원을 찾아왔다.

일상_20240606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세상, 그 안에 작은 것들은 끊임없이 변했다.병점과 동탄 도심 한가운데 구봉산-센트럴파크-반석산-여울공원으로 이어지는 공원은 가장 규모가 거대하여 변화에 둔감할 법하지만, 언제부턴가 산책로를 임시 폐쇄하여 오산천을 넘나드는 육교가 들어선다는 암시를 했었고, 임시 폐쇄 되었던 산책로의 개방과 동시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육교는 단순히 두 곳을 연결하는 가교에서 벗어나 유명 관광지에서 보던 전망대와 육교를 아우르는 거대 구조물이 들어서는 중이었다.그럼에도 여름은 틈틈이 파고들어 활기가 가득했고, 땀으로 흥건할지언정 기나긴 낮으로 되돌려줬다. 임시 폐쇄되었던 구간이 다시 개방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산책로에 접어 들었다.오산천을 넘는 육교가 들어설 자리에 단순 가교가 아닌 거대 구조물이 들..

일상_20240605

여름으로 가는 계단에서 필연은 바로 산을 가득 메운 밤꽃으로 때론 매케한 향이 숨막힐 듯 대기를 가득 채웠다.이 꽃과 향이 지나면 어느새 여름은 이 땅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좋든 싫든 우린 활력이 넘치는 여름에 맞닥뜨렸다.그렇게 후덥지근하고 짜증나는 여름이라도 우린 넉넉한 낮을 즐기며, 때론 계곡이나 바다로 도피하게 되는데 그건 도피가 아닌 고난을 이기고자 하는 인간의 각성 본능이었다.밤이 찾아오는 저녁에 단출한 차림으로 산책을 하며 더위를 만나는 동안 여름은 힘든 둔턱이 아니라 과정의 일부임을 몸소 느끼며 극복했다.어스름 밤이 찾아올 무렵, 가벼운 차림으로 걷는 동안 꽤 많이 걸었다.야외공연장에 남은 장미는 마지막 혼신을 붉게 태우고 있었다.심장을 가진 생명이 아닌 숙원이 모인 생명인 석상은 늘 같은..

냥이_20240604

역시 냥이 코는 어찌나 예민한지 단박에 게장 냄새를 알아차리고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다.다시 한 번 더 냄새를 확인하고 주변을 서성이지만 꽃게찜이 아닌 게장이란 걸 확인한 뒤에야아쉬움에 테이블 위만 응시했다.꽃게에게 이끌려 자리를 우선 찜해두는 저 기민함이란.허벌나게 하품하며 상차림을 예의주시했다.분명 꽃게 냄새는 맞는데 형태가 애매했다.그래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주시중이었다.집사를 한 번 삐죽 쳐다보고 꽃게도 삐죽 쳐다보며 끼어도 되는 자리인지 열심히 짱돌 굴리는 표정이었다.아! 뭔가 까리뽕한 내음인데... 코를 내밀어 킁킁 맡아 꽃게란 확신이 들었다.집사 발등에 엎어져 꽃게 한 마리 확보하려는 로비 중.집사의 반응이 없자 다른 집사 곁으로 냉큼 자리를 옮겼다.식사가 시작되자 녀석도 바빠졌다.끼일 자리..

신촌_20240603

신촌에 가면 막연히 청춘이 회상된다.누구나 스스로에 대한 그리움의 초상으로 남은 낭만, 자유, 처절함, 그리고 마성의 항변이 있다.그래서 누구나 신촌에 가면 가슴 뿌듯해진다.연일 청명한 하늘에 석양이 찬조출연.여기가 창민 노래방이란 프로의 무대가 되는 곳이구나!곡성 형 병문안 갔다 모처럼 대화를 나눈 뒤... 석양도 지고, 하루가 질 무렵.나도 집으로 돌아간다.

냥이_20240602

낮이 부쩍 길어진 여름, 귀가하여 현관을 박차고 문을 열자 녀석은 다소곳이 낮잠을 이어가고있었다.차라리 잘 됐다.녀석이 늘어지게 자는 사이 저녁에 꽃게장을 해치우자.SNS에서 빛나는 아이디어, 녀석의 족발은 망고스틴과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그래서 잘 익은 망고스틴을 턱에 베고 잔다.집사가 망고스틴을 훔쳐 먹을까봐 잠결에도 얼른 망고스틴을 숨기는 녀석.집사가 먹어봐야 얼마나 먹는다고 밑장 빼기냥!

학업_20240601

요즘 날씨를 보면 연일 청명한 대기에 강렬한 햇살이 소나기처럼 내린다.어쨌건 여름이 오겠지만 계절의 틈에 담긴 작은 변화들이 인지할 수 없는 축복이나 다름없다.직업과 학업에 곁다리 걸쳐 일탈에 대한 욕구도 이런 해맑은 하늘과 대기로 인해 무던히 받아들이고 이어나가는 일상, 이런 작은 것들이 레고 블럭처럼 쌓여 미래에 대한 티핑포인트가 된다.그래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기란 걸 이렇게 지나면 각성한다.주말이면 이런 자리에 앉아 막연히 소설 한 권 읽으면 딱이다.그러다 졸리면 소설을 베고 자면 그만이다.벌써 무성해진 녹음 사이로 걸으며 녹색이 주는 통찰을 귀동냥으로 들었다.봄곷이 지나고 이제는 완연한 여름 꽃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었다.그래서 단아한 봄꽃과 달리 강렬하거나 전위적인 꽃들이 가득했다.녹음이 입..

일상_20240531

소나기처럼 내리는 빛내림, 가끔 볼 수 있는 야생화의 만개, 밤을 잊고 호수변에 무수히 날아다니는 곤충을 만나며, 새삼 여름을 실감했다.비록 일교차가 커서 아침저녁엔 바람이 차긴 한데 이게 바로 간과했던 행복이었다.한여름이면 지나쳤던 시원한 바람을 그리워하고, 이내 잊어버리며, 다른 계절을 맞이하는 반복적인 일상에 우린 얼마나 많은 소중하고 고마웠던 걸 잊었던가.지난 뒤에야 깨닫게 되며 '성숙'이 다져지겠지만, '후회'의 후유증도 겪게 된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퇴근하여 귀가길에 만난 바위취.조금만 허리 굽혀 고개 숙이면 보이는 것을.현관을 열자 한창 그루밍하던 녀석이 하던 걸 멈췄고, 이렇게 서로 빤히 눈을 맞혔다.콧등과 주뎅이 부근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저 털.얼마 지나지 않아 미..

일상_20240530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봄이 떠날 채비를 끝냈고, 여름이 고개 문턱을 넘었단다.연두빛 파랑이 찰랑이다 이제는 짙은 녹음 넘실거리며 그 생명의 활기를 만난 사이 등골에 땀이 맺혔다.장미가 탐스럽게 익은 걸 보면 확실히 여름 빛깔들이 물들기 시작한 거라 새로운 계절을 즐길 일만 남았다.한 달에 한 번 있는 머리 벌초하는 날.퇴근길에 동탄역 방면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타고 전 정류장에 내려 치동천변을 따라 걷다 지그재그 데크길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렇게 걷는 게 약 40분 가량이라 이제는 벌초를 위해 걷던 게 어느새 걷는 김에 벌초를 하는, 주객이 한참 전도되어 버렸다.도심 한가운데 꽃밭도 넓고 습지도 푸르다.같은 동탄인데 2신도시는 뭐든 간에 규모가 몇 곱절 거대했다.벌초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