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1 16

냥이_20240423

녀석이 해삼이 되는 순간, 사실 냥이들은 삐친 모습이 귀여워 짓굿은 장난을 치는데 녀석은 사뭇 진지했고, 집사로서 책임감을 지키기 위해 풀어주는 수밖에.하필 삐쳐도 집사 발끝에 자리잡고 등을 돌린 채 귀를 열어 놓는 건 무슨 심보인지 미스테리였지만, 응석을 받아 주는대로 바로 풀리는 것 또한 미스테리였다. 보란 듯이 이렇게 해삼 같은 등을 보이며 버티고 앉았다.어쩔~녀석에게 옆 자리를 내어주자 거기에 누워 늘어지게 잠들었다.

집으로 가는 길_20240423

봄가을이 상영관에 들르기 좋은 이유, 비수기 상영관엔 사람들이 적은 대신 조용한 명작들이 간간히 얼굴을 내밀기 때문이다.또한 활동하기 좋은 시기라 영화가 끝나면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도 덩달아 들을 수 있기도 했다.칼퇴해서 곧장 동탄 CGV에 들러 쿵푸팬더를 보고 끝나는 즉시 집으로 향했는데 확실히 낮이 길어지긴 했다.7시 가까운 시각인데도 이렇게 어둡다는 느낌이 전혀 없으니까.메타폴리스 일대는 꾸준히 오고 가는 사람들이 이어졌다.갈 길 바쁜 사람들과 한가로이 노니는 사람들이 적절하게 뒤섞여 봄을 만끽했다.때마침 분수대에서 힘찬 물줄기가 솟구쳤고, 빛이 뒤따라 오르며 하나의 물줄기도 여러 형태로 만들었다.집으로 가는 길에 봄의 내음은 사람을 설레게 했다.

일상_20240421

불현듯 찾아왔다 말없이 가버린 그 계절, 그 시절.그래서 아름답고, 그래서 소중했던 순간, 시간이었다.또한 그래서 기다리고, 가슴 열어 맞이한다. 오산천을 비롯하여 아직은 조성 중인 자라뫼공원에 전날 내린 비의 흔적에 휴일 여유가 내려앉았다.다시 오산천을 넘어 정갈한 가로수길을 걸었다.신록과 소생의 끌림은 비교적 강했기 때문이었다.걷는 사이 봄꽃에 마음이 휩쓸렸다.요즘 서울 중구나 동탄은 인도가 변신 중이었다.너른 인도 한가운데 소소한 정원을 조성하여 계절 색이 짙은 생명들이 뿌리를 내렸고, 바로 옆에서 걸음을 응원했다.수국이 벌써 핀 건가?아직 봄이란 말이야, 벌써 여름 생명이 얼굴을 내밀면 안 되지!정처 없이 걷다 오산 외삼미 저수지까지 걸었다.비와 구름이 뒤섞인 날씨도 때에 따라서 반가웠다.들판 민..

첫 등교, 또 하나의 도전_20240420

올해 노심초사해서 결정한 학업은 응시에서 예비합격자 명단에 올라 조금 갈등했었다.그래도 최종 합격이 되어 또 하나의 도전에 첫 단추를 끼웠고, 어색하고 낯선 등교를 했는데 하필 첫 날을 골라 비가 내렸다.옛부터 비가 내리면 길조라고 했던가!캠퍼스엔 실로 멋진 나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는데 이 나무는 강의동 출입구 바로 앞의 멋진 나무로 가까이 멀대 같은 미루나무와 쌍벽이었다.어색한 학우들과 첫 날 오리엔테이션과 강의를 끝내고 순항을 예고했다.'난 잘 할거야, 난 자신 있어'

냥이_20240418

출근 전 식사 중에 녀석이 달라붙었다.퇴근해서 또 달라붙었다."저기요, 여기서 자꾸 노숙하시면 안 되는데 어여 일어나세요!"그러자 녀석은 눈을 힐끗 뜨곤 다시 부리나케 자는 척했다.그래서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고 계속 자는 척했다.그래도 일어나라고 하면 '에라 모르겠다옹!'더 뻗어버렸다.물론 이 자세로 있으면 언젠가 잠들긴 하는데 무얼 할 수 없어 이렇게 유튭만 보며 지샌다.심지어 불현듯 일어나 세수까지 했다.내가 세면대가 되는 건가?

냥이_20240417

컴퓨터 책상에 좌식의자는 하나.그러나 그 한 개의 의자에 항상 둘이 의지했다.집사는 의자에 궁뎅이를 붙이고, 그렇게 앉은 집사의 무릎 위에 녀석이 붙었다.그러다보니 무릎과 꿀벅지는 일정 높이를 유지하려고 어느 정도 힘을 줘서 지탱하게 되는데 1시간 정도만 지나도 다리는 뻐근해, 허리는 쑤셔.그러다 집사 생활 4년이 지나면서 나름 깨달은 바, 무릎 아래 종아리 부근에 메모리폼 쿠션을 받쳐 놓으면 힘을 주지 않아도 되니까 뻐근하고 쑤시지 않아 1시간은 별로 힘든 게 없었다.그러다 보니 녀석에게 최적의 편안함을 줄 수 있어, 티비 광고대로 냥이에게 있어 집사는 과학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