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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피서의 정리_셋째 날(2)

숨가쁘게 달려온 한계령 초입에 오색약수는 피서철 말미라 그런지 한적하고 조용했다. 애시당초 저녁까지 여기에서 해결하자고 했으니 심적인 여유도 충만했고 몇 년 전 오색약수에 왔을 때 인파로 인해 구경해 보지 못한 아쉬움도 완전 해갈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그래서 아예 오색약수가 내려다 보이는 길목에 넓직한 음지가 있어 자리까지 깔고 전날 홍천 오션월드를 나올 때 남아 있던 욕구 불만(?)도 가라 앉힐 겸 오색천으로 내려가 다리를 담그고 이것저것 보이는 것들을 사진으로도 담았다. 개울에 앉아 있자니 장난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조카 녀석들이 물 튀겨 내 옷 젖게 할려고 돌을 던져댄다.이런 대책 없는 녀석들!그러던 찰나 처음으로 연사를 찍어 봤는데 돌이 날아 드는 것부터 물이 튀겨지는 것까지 포착이 된다, 뎁..

늦은 피서의 정리_셋째 날(1)

아, 젝일스. 게으름의 끝은 어디꺼정인지 한 번 손떼기 시작하면 큰 맘 먹지 않곤 도저히 블로깅하기 어렵군하.근데 퇴근 후 저녁 식사 겸 쇠주 한사발 퍼먹곤 커피 한사발 한답시고 야외 테라스에서 가을 바람 쐬니까 상당히 감상적으로 변하는구먼. 뭔 청승...그래서 마저 하지 못한 피서의 셋째 날을 손댄다. 가상야릇~ 숙소로 잡았던 주문진 더 블루힐.이거 원래 아파트로 짓다가 용도 변경한 건지 내부나 외부 모두 영락없는 아파트다.다음 지도에서도 아파트라 표기 되어 있는데 차이점은 마당(?)에 풀장이 있다는 것.리조트 개념으로 탈바꿈했나 본데 덕분에 집처럼 편안한 구조와 내가 묵었던 방엔 발코니가 있어서 뛰어 내리기 딱 좋다. 퍽!!일반 아파트로 따지면 25평형과 동일한 구조라 방 3칸에 거실과 화장실 2개...

그 길목엔 가을이 오고

높고 푸르던 하늘이 괜한 설레발은 아니었나 보다.언젠가 오리라 확신은 있었지만 그 조바심이 평정을 잃게 하더니 때론 의심까지 들었었던 나.그 의심이 확신의 등을 밀려할 때 아침 저녁으로 그 냄새가 달라졌다.그건 여름이 흉내낼 수 없는, 살면서 내 오감이 지각할 수 있는 범위의 본능이었고 그 기대에 걸맞게 멋진 모습으로 어느새 내 옆에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가을 하늘은 내가 가당찮게 여길 만큼 먼 곳에 있으면서도 팔을 한껏 뻗으면 금새 닿아 살랑거리는 물결이 손등을 간지럽힐 듯 유혹의 손짓을 쉼 없이 보낸다.그 구름은 물 속에 손을 담궜을 때 자칫 단조로운 느낌에 대한 실망을 거두고자 상상조차 불가능한 부드러운 촉감을 선사해 줄 것만 같다.그건 손으로 잡을 순 없지만 상상하는 자들의 어떤 부드러움도 능히 ..

늦은 피서의 정리_둘째 날

일찍 일어나서 비발디파크 오션 월드에서 열불나게 놀다 보니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노는데 정신도 없었고 엑백수를 위시해 모든 방수 기능이 없는 돼지털 제품들은 물이 쥐약이라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러다 보니 물놀이에 온통 관심과 시간이 집중되어 껍질이 홀라당 태워 먹었는 광영(?)의 징표를 남겨 두게 되었다.오전부터 시작해서 오후3시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물과 함께 데이트에 집중한 후 속초로 고고씽~가는 길에 미시령 터널을 지나 온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 해 주는 울산바위의 환영을 뒤로 하고 바로 속초로 가게 되었다.확실히 맑디맑은 공기의 천국인지 가을하늘처럼 드높은 하늘의 색상에서 심연의 깊이가 느껴지더라. 시건방진 자세로 앉아 무언가에 몰입하고 계신 요 분은 내 조카 되시겠다. 여기 오기..

늦은 피서의 정리_첫 날

컴에 앉아 있으려니 급 귀찮고 피곤해서 계속 미루다 일 주일 넘어 정리를 하게된다. 물론 다녀온 후엔 피곤하다고 스스로 위안 삼았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구차한 핑계와 변명으로 부끄부끄..그래도 열심히 사진 찍고 스토리지에 저장해 놓았으니 그냥 지나면 더 찝찝해질 터.용인 수지로 가서 피서 일행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기 전, 잠시 예전에 살았던 추억을 곱씹고자 밖으로 혼자 산책해 보았다. 몇 년 전에 들어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 서곤 손곡천도 이렇게 변했다.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들르곤 했었는데 비교적 오랫동안 공사 후 이런 고수부지와 그 주변에 전무후무하던 큰 건물들도 떡!하니 들어서 있다.시간이 지나면 예전 모습들은 그리움으로 길 아래 묻힌다던데 그 말이 실감 난다.개울조차 가공이 되어 예전의..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나무를 넘어 빛이 스며 들고 있는 무보정 사진. 비발디파크에 환한 불빛과 안개에 그을린 빛이 큰 나무로 인해 마치 호기심의 종착역인 엘도라도 같은 환상의 단상 같다.산 언저리에서 굴러 내려오는 빛이 만들어내는 어두운 빛 덩어리가 퇴색된 녹색인 것은 산에 남은 자연의 공존이 지상에서는 의미가 상실되어 암흑의 때에 물든 빛 바랜 녹색이 되어 세상 천지에 가득할 뿐.폐부로 흡수되는 왜곡으로 인해 그 불빛의 근원을 철저히 지향하게 만들어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같은 자리에서 하염 없이 셔터를 눌러 버렸지만 순수한 동경만 남아 나무를 지나고 싶은 주체할 수 없는 욕구는 어느 외풍에도 왜곡되지 않는다.시골이면서도 인적이 넘쳐나는 문명의 덩어리에 잠시 등을 돌린 채 바라보는 산엔 나 외에 달도 같이 찬양하듯 묵묵히 같..

청도휴게소

지난번 부산에서 대구 올라오는 길에 들린 청도휴게소.벩스런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의 요금이 괘심해서 그냥 논스톱으로 갈려고 했지만 여기엔 투썸플레이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들렀다.휴게소가 해가 지날수록 뭔가 낡아간다는 느낌이 강한 걸 보면 관리를 잘 못하나 보다.2010년 봄에 처음 들렀을땐 참 깨끗하고 조용한 첫인상이 었는데 매년마다 지날때엔 점점 이용객이 늘고 정차된 차량도 많은데 그래서 점점 나이를 먹는구나 싶다가도 곳곳에 시간의 때가 끼인 걸 보면 관리 문제가 아닐까?만약 투썸플레이스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려니...이날 바람도 거의 없고 날은 무쟈게 덥더라.커피 직원은 별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여서 아이스 아메리까~노만 사서 바로 출발했다.그래도 여느 휴게소에..

조카에게 받은 향수

지난 생일에 조카에게 받은 향수.지금 사용 중인 존바바토스나 버버리 터치, 얼릭 드 바렌스에 비해 향이 중성적이고 개성이 한발짝 물러서 있다.얼릭 드 바렌스>불가리 블루>버버리 터치>존바바토스 블랙>누보 콜로뉴 순으로 향의 강함이나 지속력인데사용할 수록 묘한 느낌이 든다.다른 향수가 도드라지려 하고 남성적인 향의 상징인 시원함을 부각시킨다면 이건 감미롭고 다소곳하면서도 도리어 젊음을 지향하려 한다.난 향수에 대해 문외한이라 어떤 자료를 찾아 본다거나 일가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선 완전 부정하지만최소한 내가 사용함에 있어서 느낌을 중시하므로 상황에 맞는 향을 애용한다.근데 이 녀석은 아침 출근 시간에 나른한 육신을 차분하게 승화시켜 주는 것 같아 존바바토스 블랙과 번갈아 가며 쓰게 되더라.청량감으로 기분을 ..

한가로운 석양과 갈 길 바쁜 노을

석양은 내일 같은 자리에 오리란 약속과 확신이 있지만 노을은 그 모양도 다르거니와 내일에 대한 기약은 없다.다만 석양에 비해 더 화려하고 거대하리란 막연한 기대만 주고 사라진다.이런 간결한 석양과 노을과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가을 편지를 써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수신처는 그저 하늘이지만 누군가 보고 나와 같은 생각을 전이할 수 있다면 이 하늘은 충분히 매력이 있단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