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늦은 피서의 정리_셋째 날(2)

사려울 2013. 9. 6. 17:06

숨가쁘게 달려온 한계령 초입에 오색약수는 피서철 말미라 그런지 한적하고 조용했다.

애시당초 저녁까지 여기에서 해결하자고 했으니 심적인 여유도 충만했고 몇 년 전 오색약수에 왔을 때 인파로 인해 구경해 보지 못한 아쉬움도 완전 해갈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예 오색약수가 내려다 보이는 길목에 넓직한 음지가 있어 자리까지 깔고 전날 홍천 오션월드를 나올 때 남아 있던 욕구 불만(?)도 가라 앉힐 겸 오색천으로 내려가 다리를 담그고 이것저것 보이는 것들을 사진으로도 담았다.







개울에 앉아 있자니 장난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조카 녀석들이 물 튀겨 내 옷 젖게 할려고 돌을 던져댄다.

이런 대책 없는 녀석들!

그러던 찰나 처음으로 연사를 찍어 봤는데 돌이 날아 드는 것부터 물이 튀겨지는 것까지 포착이 된다, 뎁따 신기!

모든 사진을 올리기엔 용량과 이미지 수 제한으로 하이라이트만...

그러더니 이내 자기들끼리 물을 뿌리다 거짓말처럼 이렇게 다정다감한 자세로 같이 앉아 무언가에 꽂혀 있다.

내가 원래 뒤끝이 있는 사람이라 이 모습보곤 기회다 싶어 역공을 폈고 복수는 했다. 완죤 뿌듯~

하늘에 구름도 별로 없고 대기도 청명한 만큼 햇살이 따가워 전날 홀라당 태워 먹었던 피부가 더 타 분져버리는 바람에 조그마한 다리 아래로 피신했더니 초가을처럼 시원하기 그지 없다.

신선이 따로 없고 세상 행복이란 게 별거 있나 싶다.




오색약수에 사람이 모여 있을 뿐 대체적으로 한산하다.

약수를 뜨는 사람들에 비해 약수의 양은 지극히 제한적인데 몇 해 전, 홍수로 인해 이게 휩쓸렸다던데 다시 복구해 놓은 거란다.

진짜 약수는 예전과 똑같을까, 아님 워낙 유명한 곳이라 어거지로 만들어 놓았을까 싶어 물은 한 모금 안 마시고 사진만 찍으려 했더니 사람들이 그걸 알곤 살짝 피해 주시는 센스~




잠시 물에서 나와 나무그늘이 늘어진 자리에 앉아 있자니 마중 나온 손님들이 몇 있다.

꿀벌과 다람쥐.

꿀벌은 접사를 찍어 대도 요지부동인데 다람쥐란 요 앙증맞은 녀석은 먼 발치에서 사진기를 들이 밀어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숨었다 다시 출몰했다를 반복한다.

이럴 때 단렌즈의 단점이 드러나는 구나.

망원렌즈가 있었다면 멀찍이 떨어져서 자연스런 사진을 찍어도 이 녀석이 놀라진 않을텐데...






























근데 이번 피서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를 해부럿다.

물에 발 담그고 시원한 바람 쐬고 있으면서 움직이는 게 귀찮아져 너무 많은 허송 시간을 보내버리는 바람에 용소폭포로 가는 생각을 잊어버렸다.

아차! 싶을 때는 이미 해는 서산 너머 기우는 중.

지금이라도 한 번 가봐야 겠다 싶어 용소폭포까지는 아니라도 선녀탕까지는 가보자는 결심을 세워 걸음을 재촉, 같이 가자는 조카 두 녀석과 동행해서 열불나게 올라가는데 지금이라도 오길 잘 했다 싶더라.

모처럼 느끼는 절경을 어찌 그대로 두려했는가!

용소폭포까지는 시간이 절박해서 가질 못하고 선녀탕까지만 갔다 되돌아 오게 되었는디 카메라 셔터를 눌러 가며 걷자니 당연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래도 이렇게 조용한 선녀탕이라면 설사 나뭇꾼이 목욕을 해도..꿀럭!

둘레길처럼 꾸며 놓은 덕분에 산행이 아닌 산책한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다녀 올 수 있어서 좋았는데 맑디맑은 하늘과 대기 덕분에 에메랄드 빛 물결의 자태가 더욱 영롱하게 반짝였다.

이런 자연을 볼 수 있었던 건 이번 피서와 휴가를 통틀어 가장 만족스런 경험이자 기억의 강력한 각인이었던 동시에 정신과 육신의 충분한 힐링이 가능했다.




선녀탕에서 내려 오는 길목에 고요한 산사의 사찰이 있어 잠시 방문했더니 규모는 아주 작고 단조롭지만 한 곡의 뉴에이지 선율에나 실릴 법한 평온한 오색석사가 있더라.

이미 해가 서산을 넘어가 버린 터라 몇 장 찍은 사진들엔 손떨림의 낙인이 찍혀 그나마 멀쩡한 사진만 단 두 장!





오색약수로 내려 올 무렵에 아직 남아 있는 땅거미를 뒤로 하고 저녁 식사를 거하게 먹은 후 이번 피서의 종착역에 다다르자 여름도 해가 지듯 서서히 떠나려는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늘 곁으로 왔다 사라지고 새로운 계절이 오는건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그 길목의 낯섬은 항상 경이롭기만 하다.

하늘이 높다랗게 오르고 색상이 심연으로 깊어 질수록 가을은 어느새 우리가 사는 곳에도 살포시 다가 오기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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