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늦은 피서의 정리_첫 날

사려울 2013. 9. 2. 00:40

컴에 앉아 있으려니 급 귀찮고 피곤해서 계속 미루다 일 주일 넘어 정리를 하게된다.

물론 다녀온 후엔 피곤하다고 스스로 위안 삼았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구차한 핑계와 변명으로 부끄부끄..

그래도 열심히 사진 찍고 스토리지에 저장해 놓았으니 그냥 지나면 더 찝찝해질 터.

용인 수지로 가서 피서 일행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기 전, 잠시 예전에 살았던 추억을 곱씹고자 밖으로 혼자 산책해 보았다.



몇 년 전에 들어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 서곤 손곡천도 이렇게 변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들르곤 했었는데 비교적 오랫동안 공사 후 이런 고수부지와 그 주변에 전무후무하던 큰 건물들도 떡!하니 들어서 있다.

시간이 지나면 예전 모습들은 그리움으로 길 아래 묻힌다던데 그 말이 실감 난다.

개울조차 가공이 되어 예전의 그 거칠던 느낌은 완전 없어지고 매끈하게 재탄생해 버렸다.

문명의 이기가 자연스러움이 허락되지 않나 보다.





상류가 가까운 곳이라 개울물은 여전히 깨끗하고 물길이 힘차다.

곳곳에 물이끼가 끼어 있는 것보면 당당하게 맑다곤 할 수 없지만 살아가는 인근에 이런 게 있다는 것은 그나마 감사해야 겠지.


돌다리 사이에 힘차게 흐르는 물살을 찍었는데 조리개 우선 모드에서 노출 시간에 따른 차이.

이런 재미는 익히 알고 있다지만 막상 찍고 난 후에 보면 실감도 나고 매번 그 재미 또한 시들지 않는다.



무분별한 개발의 반증인 듯 인가가 급격히 들어서자 좁은 도로를 확장하려다 보니 손곡천 위를 덮혀 버렸다.

마치 터널 같은데 좌측은 여전히 손곡천이 흐른다.

허기야 용인 대부분의 신시가지가 미리 계획된 개발이 아니다 보니 출퇴근시간에 혼잡한 도로 사정은 어쩔 수 없겠다.

터널 같은 지하 산책로 끝을 지나는 아이들 발걸음은 그래도 경쾌하기만 하다.



개울변에 피어 있는 강아지풀(?) 비스므리 한 게 있어서 접사를 시도, 부는 바람과 떨리는 손으로 인해 쉽지는 않은데다 엑백스가 원래 포커스 성능이 그리 좋진 않아 좀 버벅 대더라.

강아지풀에 전날 내렸다던 비 자욱이 남아 있는게 표현된 걸 보면 초짜치곤 넘무 잘 했스~



예전 여기 살 때 아파트 건물 사이에 가끔 이 오솔길을 걸었었다.

퇴근 후 밤이 되면 환하게 가로등이 곳곳의 암흑을 깨부수는데 여기 암흑은 어느 등불에도 방해 받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내가 암흑을 즐기는 사람은 아닌데 이 아기자기한 길이 좋았을 뿐!

동천동 대부분이 옛 흔적을 지우려 집착할 때 이건 그대로인지라 나름 안도를 뒤로 하고 이제 강원도 홍천으로 고고~~~





피서지에서의 영원한 베스트 메뉴, 괴기 중 삼겹살!

숯불에 자글자글 구워서 먹는 그 맛이 기가 막히다.

홍천비발디파크에 도착해서 체크인 함과 동시에 짐만 두고 바로 시장끼를 달래러 미리 염두해 둔 식당에 차량을 타고 바로 고고 했는데 어마어마하게 먹은 것 같다.

많이 먹은 건 고기만이 아닌 소주와 맥주도 열라 짬뽕했겠지.

나중에 비발디파크에서 볼링도 치고 조카 녀석들이랑 도너츠도 먹었으니 이 모든 것이 술에 취해 나도 모르게 진행된 일인데 당췌 술이 깨질 않아 볼링도 완전 박살나고 도너츠는 가뜩이나 터지려는 배에 더 구겨넣었으니 고통에 가까웠다.

지하 매점엔 사람이 미어 터질 지경인데 볼링 한 번 치려니 30분 기다리랜다.

기다릴 시간에 잠시 나와 담배 하나 피면서 스키장과 숙소 사진 몇 장 찍었는데 사실 기억은 어렴풋한데 어떻게 찍었는지 모르겠다.

피서 끝나고 집에 와 사진을 보니 미리 포스팅한 사진을 포함해서 많이 찍었더라.



가뜩이나 밤엔 광량 부족으로 노출 시간이 길어 손떨림이 그대로 반영되는데 거기에 과음까지 했으니 이런 사진이 나온다.

그래도 뉘집 아들인지 술 먹고 찍은 사진인데도 하나 같이 구도는 멋지게 잡았다.

손떨림이야 밤인데다 술까지 마셨으니 인간의 능력으론 어쩔 수 없는 게야.

그런 정신으로 사진을 찍은 거 보면 내가 주위 풍경에 어느 정도 삘 받았으니 그랬겠지.

그래서 사진들이 기특하기만 하고 더불어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첫 날 이렇게 밍숭맹숭하게 보냈으니 다음 날은?? 완죤 미친 듯이 놀아 볼텡께 기대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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