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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20160918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환상적인 한가위 연휴의 마지막 날.적당히 흐린 날과 더불어 기분 좋은 바람에 이끌려 자전거를 타고 오산천을 따라 남쪽을 바라고 떠났다. 자전거를 타고 출발할 무렵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로 가을 바람이 흔들어 떨어진 낙엽들이 길가에 모여 조잘대는 풍경이었다.여름의 신록이 점점 빛깔을 잃어감과 동시에 성급한 것들은 이렇게 배 째라! 오산천 고수 부지를 따라 끝까지 가면 이렇게 인가가 드문 들판이 펼쳐지는데 전방에 꺾기는 길을 지나면 유턴하듯 다시 북쪽으로 고수 부지를 따라 가게 되어 있다.솔직히 연휴 마지막 날의 침울함을 극복하고 얼마나 사진 찍을 마음이 생기겠는가?하여 이 사진을 끝으로 사정 없이 집으로 페달을 저어가 그냥 음악이나 들으며 푹 쉬어 버렸다.긴 한가위 연휴야, ..

베란다에 고개 내민 꽃_20160917

가을이라 생각지 못했던 보랏빛 꽃 하나가 베란다의 큰 형제들 사이에서 고개를 쳐들고 있었는데 그 빛깔은 명쾌하고 자태는 도도해 보이기까지 한다. 큰 화분들 사이에 있는데다 평소 관심을 거의 두질 않아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오마니께서 틈틈히 사랑을 쏟고 계신 고로 제법 높은 층수를 무색하게 만드는 성장과 생명력을 보면 역시 모든 생명들은 관심과 애정이 무척 중요한가 보다. 베란다 너머엔 이렇게 가을 하늘이 펼쳐지면서 열심히 계절을 갈아 입고 있다.보고만 있어도 안구가 정화되지 않나?아님 말구~

일상_20160903

가을이 오려나?깊게도 푸른 하늘의 망망대해에 아무렇게나 휘갈겨 놓은 구름이 잠시 잊고 지내던 가을 정취를 일깨워 준다.허벌나게 패달을 밟고 오산에 도착해서 바라 본 하늘은 여전히 더운 여름을 뚫고 보란듯이 가을의 푸르름을 펼쳐 놓는다. 오산천을 따라 고수 부지 끝을 찍고 돌아서면 첫 번째 마주치는 공원이 맑음터 공원 되시겠다.연못을 한껏 집어 삼킨 연들이 모여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묶음과 동시에 하루살이들도 막무가내 비행을 즐기는 중, 매뉴얼 포커싱으로 몇 장 찍은 사진 중 이 사진 한 가운데 속절 없이 비행 중인 하루살이 한 마리가 낚였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녘엔 구름이 화염에 휩싸여 노을을 만들어 내는데 그 뜨거움을 무릅쓰고 철새가 짝지어 비행한다.남으로~ 남으로~

일상_20160830

저녁 식사를 끝내고 잠시 스타벅스에 앉아 귀는 음악을, 입은 커피를, 코는 역류하는 커피향을, 눈은 트윗을 하며 몰입의 쾌감을 느낀다.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오늘의 커피는 때에 따라 아메리까~노보다 더 부드러운 향과 식감을 충족시켜 준다. 퇴근 해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장노출로 찍어 본 사진.가을 향에 업 되는 기분을 이렇게 표출 했나 보다.

일상_20160828

갑자기 내리던 소나기가 갑자기 그치고 동녘에 거대한 쌍무지개를 그려 넣었다.얼른 카메라 끄집어 내서 셔터 신공을 발휘해 사진을 담았는데 생각보단 광대한 감회가 표현되지 않았구만.광각의 뽐뿌를 억누르고 아이폰 파노라마로 몇 장 찍곤 감동에 젖을 무렵 일장춘몽처럼 금새 무지개가 사라지고 서편에 화려한 노을 쇼쇼쇼~ 간만에 보는 노을다운 노을이라 망원으로 또 다시 셔터 신공을 발휘, 구름 저 편에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무지막지하게 구름이 타 들어가건만 조바심은 이내 사라지고 자연의 대서사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턱관절 무리를 고스란히 견뎠다. 요건 마치 채도가 낮은 물감으로 아무렇게나 그려 넣은 그림 같지 않나?잿빛에 가까운 서편 하늘이 참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누가 찍었는지 잘 찍었네~

일상_20160827

영원히 이 땅을 지배할 것만 같던 여름은 어떻든 때가 되면 떠나긴 하나보다.딱 잘라 정의 하자면 여름이 싫다, 허나 역동적인 느낌과 긴 낮-물론 하루 주어지는 시간은 똑같다-과 가벼운 옷차림에 활동하기 좋은 계절임은 분명하나 여름이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깨닫게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다.8월의 막바지에 접어 들자 한층 시원해진 공기와 더불어 서슬 파랗던 신록이 부쩍 약화되는 모습을 보면 바야흐로 가을이 코구녕 앞까지 왔다는 거겠지? 오산으로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던 중 인적이 거의 없는 산업단지에서 동탄을 바라 보자 눈에 들어 오지 않았던 드높은 퍼런 하늘을 뒤덮은 양떼 구름이 대규모로 방목 중이다.하늘도 거의 전체를 뒤덮은 채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보면 양떼 소년이 여유가 넘쳐 유유자적하고 있..

석가탄신일, 만의사 나들이_20160514

석가탄신일에 개 끌려 가듯 오마니께서 가끔 들리시는 만의사에 들러 어부지리로 살랑이는 봄바람에 총각 가슴 들썩이게 한다.무신론자라 종교를 위해 사찰이나 교회에 찾아 간다기 보다는 그 한적함이 좋아서, 오래된 것들이 살포시 한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마치 어떤 방해꾼들에게 조차 묵언수행의 결단을 보여 주는 그 인내심에 눌리는 기분이 속세에선 쉽게 느낄 수 없다지?요즘은 좀 뜸하지만 몇 년 전에 가끔 찾던 용인 백암의 오래된 교회도 목사님과 같이 살아가는 소박한 이야기와 그 낡은 교회의 삐걱임이 좋았었다.근데 사찰의 경우 문명과 조금 떨어진 지리적 잇점 땜시롱 일상의 치열한 전투가 마치 영속적인 휴전에 돌입한 쾌감도 은근슬쩍 느낄 수 있잖나.나는 카메라와 음악 도구만 챙기고 따라 나서는 석가탄신일 만의사 길~..

일상_20160507

흐린 하늘에 구름이 걷히자 이내 화사한 봄 햇살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지는 휴일, 여전히 특별한 여행보단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에 의지해 둘러 본다.활동에 딱! 좋은 계절인 만큼 평소보단 거리를 늘려 잡았는데 볼거리가 많아서 그런지 큰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당초 계획을 가뿐히 통과 했단다.오산천을 따라 갈 수 있는 최남단을 돌아 다시 올라 오는 길에 만난 반가운 친구가 있어 사진으로 담아 두었다. 어릴 적에 많지 않은 주전부리 중 하나로 우리는 삐삐라고 했었는데 표준말은 뭐당가? 여물지 않은 꽃대(?)를 살짝 쪼개면 솜털이 익기 전의 달콤한 맛이 축축히 베어 있어 요맘때 산에서 아이들과 같이 먹곤 했었던 아련한 기억이 남아 있어 보는 순간 반가움에 사진부터 찍어 댔다.이런 가공된 고수 부지에 있을 줄..

봄이 익어가는 마을_20160409

올해 다짐한 것들 중 하나가 오마니 모시고 가끔 여행 가기.여행은 좋아하시는데 가는 건 겁내신다.그 말쌈이 무언고 허니 우리 나라 지천을 보시면 늘 감탄사 연발하시면서도 여행 후 유형의 결과물이 없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것.그래도 여행을 좋아하시는 반증은 막상 길을 떠나면 잘 따라 오시며 아주 유심히 주위를 감상하신다.그래서 봄이 한창 익어갈 무렵, 간소하게 준비해서 망설임 없이 길을 떠났다. 토요일 오전에 출발하여 점심 무렵 도착, 끼니를 해결한 후 경산으로 향하던 중 금호강변에 제법 규모가 큰 꽃밭을 발견했다.어차피 완벽한 목적지와 경로를 집착하지 않는다면 여기도 여행의 일정 중 하나로 급조할 수 있는 고로 차를 세우고 꽃의 군락지로 몸을 날렸다. 나즈막한 키로 땅바닥에 붙어 소리소문 없이 자라..

남산에 봄이 가져다 준 소식_20160406

얼릉 점심을 해치우고 남산으로 향하는 길엔 연일 미세 먼지가 심각한 날이었다.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넋 놓고 있기엔 넘무나 아까운 계절, 봄이지 않은가!미리 가져온 카메라를 챙긴채 편한 워킹화를 신고 막무가내로 눈 앞에 보이는 남산으로 향했다. 바로 코 앞에 벌떡! 서 있는 남산 타워가 이렇게 뿌옇게 보이고 하늘은 흐린, 미세 먼지 천국임에도 흐드러지게 펼쳐져 있는 벚꽃을 비롯한 봄 소식 전령사들이 남산을 이쁜 옷으로 단장시켜 놓았는데 아니 가는 것도 아까운 일이다.일 년 중에 찰나의 순간인데 지금 아니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되지 않겠는가 싶어 미세 먼지가 발광을 하던가 말던가, 그까이꺼 삼겹살 파티하면서 먼지 쪽 빼내면 되겠지 싶어 무작정 향했던 날, 2년 만의 남산 산책(남산 벚꽃 터널)인데 지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