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봄이 익어가는 마을_20160409

사려울 2017. 1. 12. 22:54

올해 다짐한 것들 중 하나가 오마니 모시고 가끔 여행 가기.

여행은 좋아하시는데 가는 건 겁내신다.

그 말쌈이 무언고 허니 우리 나라 지천을 보시면 늘 감탄사 연발하시면서도 여행 후 유형의 결과물이 없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것.

그래도 여행을 좋아하시는 반증은 막상 길을 떠나면 잘 따라 오시며 아주 유심히 주위를 감상하신다.

그래서 봄이 한창 익어갈 무렵, 간소하게 준비해서 망설임 없이 길을 떠났다.



토요일 오전에 출발하여 점심 무렵 도착, 끼니를 해결한 후 경산으로 향하던 중 금호강변에 제법 규모가 큰 꽃밭을 발견했다.

어차피 완벽한 목적지와 경로를 집착하지 않는다면 여기도 여행의 일정 중 하나로 급조할 수 있는 고로 차를 세우고 꽃의 군락지로 몸을 날렸다.



나즈막한 키로 땅바닥에 붙어 소리소문 없이 자라는 이 꽃은 내가 몇 년 전부터 봄이 되면 이유 없이 찾아 헤메는 앙증 맞은 녀석이다.

쫙 빠진 몸매와 키로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하는 여느 꽃들과는 달리 아래쪽으로 시선을 잘 두지 않는 사람들이 외면하게 되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자그마한 꽃을 피워 누군가 쳐다 봐 주던가 말던가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그 대견함에 이 계절 중 요 녀석이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유채꽃 만발한 강변의 고수 부지에서 바쁜 꿀벌 마냥 꽃밭 사잇길을 헤집고 다녔다.

실제 사진 속에 분주히 날아다니는 꿀벌들도 찍혀 있는데 제 할 일에 열중하느라 내가 가까이 접근해도 '네가 오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다.

덕분에 사진은 잘 찍었으니까 이참에 꿀벌들에게 땡큐~




특히나 화사한 노랑의 유채꽃밭을 여러 필터링으로 기교를 부려 봤다.

어차피 재미로 찍는 사진이니까, 특정 색만 표현 되고 나머진 흑백처리 되는 효과와 뽀샤시하게 나오는 효과인데 카메라로 사진 찍기 놀이에 빠질 때면, 특히나 여러 원색이 싹을 틔우는 봄이면 더더욱 그 재미는 찰지다.

후지카메라의 색감을 그냥 썩힐 수 없잖은가!





한창 꿀 따는 벌의 분주한 날개짓을 보노라면 '집중'이 연상된다.

그 만큼 벌의 집요한 꿀 채취와 더불어 그 집착 후의 달콤함까지 한 줄기로 연결된 덕에 큰 위협 없이 몰카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넘치는 꽃밭이라...

겨울이 되면 봄을 기다리는 수 만 가지 이유 중 하나일진데 그 경험 후의 느낌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나른한 여유 아니것는가.



비단 유채꽃만 가득한 게 아니라 유채꽃이 쬐고 남는 봄 햇살은 땅과 가까이 붙어서 사는 다른 각종 봄꽃의 차지라 어느 하나 공백 없이 빼곡히 들어서 지루하지 않게 볼 거리를 매워 준다.

꽃들이 누리던 따스하고 나른한 여유를 같이 누리곤 아쉽지만 그 자리를 떠야 했다.

일 년 중 찰나의 순간인 만큼 다음을 기약하는 너그러움도 제법 설레지 않을까?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경산에 있는 반곡지로 원래 사진을 좋아하던 사람들에 의해 구전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아무래도 신록이 왕성하지 않은 봄이라 물가에 축 늘어진 버드나무를 구경할 수 없어 아쉽지만 다녀 온 걸로 만족할 수 밖에...

그렇더라도 많은 사람들로 인해 진입 전부터 차량이 더디게 진행되었고 주차를 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대중 교통이 잘 짜여진 도심이 아니라 한참을 벗어난 한적한 시골이라 여기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은 승용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인데 봄 나들이 인파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나들이객이 평소 조용하고 외진 시골로 밀려 들다 보니 도로며 주차 공간이 부족한 건 당연지사.

유명세에 밀려 개발이라는 가공의 흔적이 점점 들어차는 걸 보면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어느새 부턴가 부적대는 공원으로 조성되지 않을까 싶다.



호수 한 쪽엔 이렇게 복숭아꽃이 만개를 시작했는데 사유지 땅 같은데 사람들이 서슴 없이 돌아다니고 돗자리 깔아서 쉬고, 심지어 배설물도 곳곳에 눈에 띄인다.

지역 주민들의 이기심을 논하기 전에 관광객으로써의 매너도 있을진데 의식하지 않는걸 보면 씁쓸하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풍경으로 인해 유명해진 이 곳이 파괴되는 순간 그 매력도 없어지고 그러다 보면 사람들의 발길도 자연적 외면할테고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훼손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이틀의 시간 중 하루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많은 시간을 한가로이 보낼 수 없었고 정처 없이 다니던 중에 뱃속에서 연속적으로 보내는 신호는 점점 활력을 잃어 간다는 암시라 이 곳에서 완전 반대편에 위치한 숙소의 거리적인 부담, 그리고 인파를 빠져 나가는 동안의 지체를 염두해 두며 자리를 떴다.

대구를 중심으로 여긴 동쪽에 있는 경산이라면 숙소는 대구 서쪽에 있는 성주 지나 합천 해인사 부근 이었으니까 만만한 거리는 아니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가 보면 더 멀더라.

하는 수 없이 성주에서 저녁 요기를 배 터지게 한 후 아주 깜깜한 밤을 뚫고 해인사 부근 숙소에 도착했다.



이튿날 아침, 베란다 창 너머에 펼쳐진 한적한 시골 풍경과 봄 내음 물씬한 정취를 보며 몽롱한 졸음을 깨치고 집으로 출발.

꽃 피는 봄이 가고 꽃 지는 봄으로 건너가는 즈음이라 도로를 나딩구는 벚꽃잎의 환영을 받으며 come back home~

내 여행의 욕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효도 여행? 관광?으로 이 봄날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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