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JI 497

부산역

부산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51분.부산을 거의 오지 않는 1인으로서 멀긴 멀~다.KTX를 타고 한참을 달려 역시 빠르긴 빠르다고 해도 부산은 멀긴 멀다.'멀다'라는 단어로 가득 채워도 모자랄 만큼... 오는 동안 온 몸을 배배 꼴 거 같았는데 여행이라는 설렘은 평소에도 없던 인내를 어디에서 끌어내 주는지 신기하다.그렇다고 오는 시종일관 잠을 잔 것도 아닌데 별 지루함도 없었다.출입구 바로 앞 정방향 창쪽 좌석에 앉았는데 희안하게도 옆자리에 앉은 사람도 없었다.그렇게 북적대는데도 사람이 없었다는게 불가사의다.덕분에 난 온 몸을 쫙 펴고 편하게 올 수 있었단 것.도착하자마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1층 커피빈에 들렀다.2층에도 커피빈이 있더라마는 거긴 인파 속에 간이 카페 같은 느낌이라 행여 1층으로 내..

하늘 구름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은 언젠가 부터 공식화 되어 세상 누구보다 가장 친한 벗이 되었다.심연의 공간에 떠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단장하곤 대지를 내려다 보면서 지상의 모든 것들을 동경하며하늘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표식으로 시각적인 부드러움의 극치를 보여 준다.그렇다면 구름은 하늘과 지상의 동경을 이해로 풀어 주고 맺어 주는 가교인 셈이구나.

장 보러 가는 길

광복절에 하나로마트로 고고씽~ 굳이 하나로마트냐고? 거긴 번잡하지 않고 비교적 걸어 갔다 오기 가까우며 지금 마트가 있는 자리 주위는 도심가에서 반대방향이라 조용한 곳이라서 종종 산책 삼아 갔다 오게 된다. 걸어가는 길엔 이렇게 넓고 조용한 인도와 잔디 밭이 있다.인적도 뜸하고 그 옆을 지나는 차량도 뜸하다.잔디 밭엔 각종 나무와 꽃들이 벗이 되어 주더라. 하나로마트 옆에 이런 참깨밭도 있다.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는 요 참깨 가지들이 한껏 기지개를 하고 있는 듯하다.꽃이 피기 시작하려는 것보니 여름의 정점에 서 있는 것 같다.작고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여느 꽃처럼 화사함은 어느 것 못지 않다.참깨밭 너머엔 이렇게 유화 같은 하늘도 파릇하게 펼쳐지고 있다. 에타르트라고 하는 하나로마트 바로 앞에 조용한 ..

조용하지만 아담한 산책로

가끔 여길 찾아서 산책을 하게 되는데 덥거나 혹은 추울 땐 쓸쓸한 벤치만큼 이 산책로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광복절 휴일이랍시고 지나가는 길에 잠시 녹색이 화사한 잔디를 밟아봤더니 그 송곳한 느낌이 정겹다.이 길 바닥엔 이렇게 돌이 깔려 있어서 보폭을 맞추기 쉽지 않아 보는 것만큼의 실용성은 없지만걷다 보면 이 돌 주위에 흩어져 있는 잔디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촘촘한 돌만 밟게 되더라.그나마 벤치 주위엔 사람들의 왕래가 있는지 곳곳에 잔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지만이 곳 외엔 잘 정돈된 잔디가 가득하다.휴일만큼이나 편안하게 쉬고 있는 산책로를 담으며...

석양, 그리고 땅거미

광복절 전날 퇴근 무렵에 서쪽 하늘에 겹겹이 드리운 색조.그 자태 너무 탐스러워 사진을 연신 담아 본다.한 컷 찍고 나면 더 고운 빛이 물들까 싶어 다시 눌러 보고, 또 다시 눌러 대고...석양이 남겨 놓은 미세한 파동의 빛 잔해가 어두워 오는 하늘에서 마지막으로 작렬하면서 한 하늘에 셀 수 없이 많은 스펙트럼을 남긴다.

소니, 진화는 어디꺼정?

풀프레임 똑딱이를 떡! 하니 만들어 내더니 이번엔 성능 개선에 초점을 둔 후속작을 내 놓았구나.광학로우패스 필터 제거를 했다는데 그건 내 엑백스엔 이미 제거되었단다, 손희야~전작에 비해 기능적인 부분보다 완성도를 높였겠지만 난 니 가격에 후덜덜덜거려서 엑백스 업어 왔는데 딱히 이 녀석도 아직 제 성능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실력이라 그림에 떡일 뿐..둘 다 스냅에 강점을 보인다지만 난 엑백스를 스냅용으로써의 성능과 용도적인 측면에서 빵점이다.물론 내가 만진 첫 카메라, 샘숭미놀타 첫 필름자동카메라의 단렌즈를 익히 써 본 터라 그 편리함은 말 할 필요도 없지만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리...그건 아마도 내가 아직은 짬밥이 적고 정신 상태 문제겠지.내일 15일부터 17,18일 먼 길 가출(?)하게 되면 영남지방..

휴일 힐링 프로젝트

더워도 넘무 덥다.이거 어디 멀쩡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날이 아니다 라고 한다면 여름에 실망시키지 않는 대구나 전주-내가 살아 보니 여긴 덥긴 덥더라-를 생각해 보면 이런 푸념은 고문 당할 짓이여.이열치열이라고 얼큰한 국물 한 사발에 푸짐한 점심 너끈히 드시고 또 가출(?)해 버렸다.처음에 땀이 나기 시작할 즈음엔 고통스럽기도 하고 화닥질도 나지만 그 밴댕이 소갈머리 자~알 억누른 채 고비만 넘기면 그까잇꺼 별거 없어부러~이왕 사기를 화끈하게 올려 놓은 김에 동탄 끝까지 땡겨 보자. 동탄나들목이 바로 좌측에 보이는, 산책로의 끝까지 와서 잠시 쉬어 본다.산책로의 끝이자 그 길과 평행선을 그리는 인공 개울-인공하천이란 표현보단 이게 이쁘다. 아니면 인공여울?-의 끝이기도 하다.전방 우측에 현수막이 개울물이..

구름은 흘러 가는 중

엑백스에 아트필터 효과를 주고 열불나게 눌러 버렸더니 슬라이드로 보면 월레스와 그로밋처럼 클레이 애니메이션 같다. 하늘에 구름이 떠 가는게 아니라 짙푸른 강물에 새하얀 크림을 풀어 놓으면 강물이 흘러 가는대로 하얀 크림이 서서히 풀어 헤쳐지며 덩어리 채 떠가는 느낌이 든다.이런 파란 바탕에 윤곽이 뚜렸한 구름을 보고 있으면 강 한가운데 가만히 서서 흐르는 강물을 보는, 내가 상류로 굽이쳐 올라가는 착각에 빠져들곤 한다.아마도 누구나 그런 기분은 느껴 봤을 거라.근데 가만히 있는 정적인 기운을 깨고 손을 뻗어 이 하얀 덩어리를 손으로 만져 보고 싶은 충동까지 느낀다.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감촉에 왠지 사람의 체온과 흡사한 미지근한 질감.내가 파란 하늘과 구름을 좋아하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다.덕분에 몰입..

메타폴리스와 주말 풍경

설국열차를 보고 나와 일행들과 거닐던 중 재미 있던 장면들을 찍어 봤다. 끊임 없이 부모들의 지갑을 열려는 메타폴리스 쇼핑몰.주말이나 휴일이면 젊은 부부들과 아이들로 가득하다.동탄CGV가 있어서 해당 층엔 늘 북적대는 편이지만 유독 아이들 손님이 많은 게 유명 패스트푸드와 극장, 테마 파크까지 실내에 있어서 인가 보다.설국열차 관람 후 픽사의 몬스터 대학교 앞에 서 있는 어린이 몬스터.한참을 서 있으면서 몬스터 옆에 왔다 갔다 만졌다 스다듬었다 하길래 급히 엑백스를 열어 찍었다. 울면서 바닥에 퍼질러 앉으면서 떼 쓰는 아이한테도 카메라를 들이 밀었다. 오빠는 목 놓아 울면서 열심히 바닥을 청소하고 아이 엄마 옆, 여 동생은 거짓말처럼 엄마 곁에서 다정히 무언갈 찾고 있다.아이 엄마는 남자 아이가 우는 것..

설국열차를 보다

올해 들어 가장 강력한 번개가 쳤다.점심 먹을 때 바로 머리 위에서 때리는 듯 번쩍하곤 이내 빠작!!!솔직히 번개 소리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위력이 강한 번개는 나도 무서버 ㅠㅠ잠시 잠잠하길래 이제 지나갔나보다 했던 번개가 동탄스타CGV로 출발하던 당시에 다시 번쩍이는데 가다가도 몇 번 놀랬다. 에헴...비는 열불나게 오고 버스는 열불나게 오질 않고... 이럴거면 콜택시를 타는 건데 번개 소리에 그 생각을 전혀 못하다니...그래도 여차저차 상영관에 좀 늦게 도착해서 들어 갔더니 일행은 없고 스머프가 하더군.이상하다 싶어 예매 메시지를 확인하니까 아!뿔!사!!동탄CGV였다!!! 허~얼~부리나케 메타폴리스로 향했는데 이런 머피의 법칙 같으니라구..신던 슬리퍼가 한 쪽이 간당간당하게 떨어져서 걷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