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51분.
부산을 거의 오지 않는 1인으로서 멀긴 멀~다.
KTX를 타고 한참을 달려 역시 빠르긴 빠르다고 해도 부산은 멀긴 멀다.
'멀다'라는 단어로 가득 채워도 모자랄 만큼...
오는 동안 온 몸을 배배 꼴 거 같았는데 여행이라는 설렘은 평소에도 없던 인내를 어디에서 끌어내 주는지 신기하다.
그렇다고 오는 시종일관 잠을 잔 것도 아닌데 별 지루함도 없었다.
출입구 바로 앞 정방향 창쪽 좌석에 앉았는데 희안하게도 옆자리에 앉은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북적대는데도 사람이 없었다는게 불가사의다.
덕분에 난 온 몸을 쫙 펴고 편하게 올 수 있었단 것.
도착하자마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1층 커피빈에 들렀다.
2층에도 커피빈이 있더라마는 거긴 인파 속에 간이 카페 같은 느낌이라 행여 1층으로 내려 왔더니 여긴 딴세상처럼 온통 조용하다.
자전거 타던 사람도 이곳을 알곤 왔겠지?
1층 커피빈에서 스~원한 아메리까~노 한 잔 땡기고 흡족한 마음으로 출발~
전광판 시각은 오후 5시 20분.
대략 20분 정도 앉아 커피 한사발 때리고 있었나 보다.
이 전광판을 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설레임을 억누르고 지나쳤을까?
어느 역사를 막론하고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막강한 시청률을 올렸을 넘이 바로 이 넘일 것이여.
그 시선 덕분에 전광판의 헤아릴 수 없이 박힌 LED들의 색상이 언제나 화사하게 보일런지도 모르겠다.
그 화사한 불빛을 축포 삼아 나도 부산 대기 속으로 고고~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고 맑은 부산.
그렇담?? 넘무넘무 더워!
아니나 다를까 직사광선이 그대로 내려 꽂히는 양지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질 않는데 그렇다고 부산역 광장이 조용하다고 단정지으면 오산!
잠시라도 허용되는 나무나 조형물이 만들어 놓은 그늘엔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더라. 그짓말 같지만서리...
정면에 보이는 둥근 조형물 앞이 분수대라 시원한 물줄기가 하늘로 솟아 오르길래 엑백스를 들이 밀었더니
그짓말처럼 물줄기가 사라져 버리고 기다려도 더 이상 나오지 않거니와 잠시 기다리면서도 땀이 하염없이 내리는 바람에 자리를 피했다.
부산역사는 요로코롬 생겼다.
거대한 위용만큼이나 많은 인파가 오고 가는 부산역은 막판 피서객들로 더더욱 붐볐다. 게다가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었으니...
정면 조형물 넘어서 부산역 방면으로 찰칵.
그 찰나에 비둘기 한 마리가 사진에 잡혔다. 귀여운 것 같으니...
조형물 부근이 물로 흥건한 이유는 바로 그 곳이 분수대니까 그렇다.
근데 내가 카메라를 들이미는 동안 끝까지 물줄기를 안 쏘두마. 완죤 어이없음.
잠시라도 그늘이 내리는 곳엔 어김없이 인파가 비집고 들어갈 만큼 이 날, 이 시간엔 더웠다.
사진을 찍는 시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온 몸엔 땀범벅이 되고 난 여기를 빨리 빠져 나가고 싶단 생각 뿐이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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