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15

가슴 시원해지는 구만제_20200320

가는 걸음이 무거웠을까? 차량에 넉넉히 밥을 챙겨 주곤 출발하다 지리산 생태공원이란 이정표를 보곤 옆길로 샜다. 지난 만추에 방문했던 야생화 생태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지나는 길에 슬쩍 봤던 눈썰미가 남아 어차피 구례를 출발하는 이상 앞만 보고 달릴 텐데 시간 여유가 있어 옆길로 새도 그리 빠듯할 것 같지 않았다. 아주 약간의 미세 먼지가 있긴 해도 이 정도 청명함이면 땡큐 아니것소잉. 구만제는 호수를 둘러싼 주변 경관이 매혹적이다. 그래서 공원은 물론이고 리조트와 휴양림도 들어섰다. 길게 늘어선 지리산 자락이 땅에 맞닿은 곳이라 호수는 매혹적인 경관을 연출하며 지나는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대부분 산수유의 마법에 홀려 호수의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품은 구례가 어디 산수유 뿐이..

산수유 마을을 떠나며_20200320

조금 늦잠을 잔 뒤 부스스 일어나 못다 한 미련이 남았는지 베란다로 나와 밖을 내다봤다. 떠나는 길에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듯 봄볕이 쏟아지는 한가로운 마을 모습이 온통 눈을 녹여준다. 왠지 모를 산수유 공원의 정감이란... 봄의 미련이려나? 구례를 떠나던 금요일은 반곡마을을 향해 줄 지어 차량의 행렬이 이어졌고, 가던 길이 먼 나로선 자리를 내어 줄 차례였다. 아쉬운 대로 멋진 구례에서의 봄은 이렇게 마무리해야 스것다.

긴 하루의 끝, 산수유 마을_20200319

하루가 금세 흘러간 것 같지만 돌이켜 보면 기나긴 시간이었다. 산수유마을-곡성-함허정-구례 사성암-곡성 두가헌-곡성 고달-구례 당골식당으로 이어진 경로를 볼 때 꽤 많은 거리를 이동하며, 하루만큼은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 뿌듯한 가슴을 되짚어 이번 여정 또한 만족으로 인한 아쉬움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숙소 베란다로 나와 어둑한 산수유 마을을 내려다봤다. 낮에 넘쳐나던 노란 빛깔은 모두 잠에 빠져 들었고, 마을을 지켜주는 지리산은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언제나 지리산은 든든한 품새로 그 자리를 지키며 하늘 궤적을 따라 수많은 별빛을 뱉어내고 있는, 구례 여정의 마지막 밤은 아름답기만 했다.

구례와 지리산을 마주한 오산 사성암_20200319

지리산 노고단과 섬진강, 사람들의 터전인 구례를 마주한 오산은 무릇 다른 산들이 질투할 만한 천리안을 빙의시켜준다. 텅 빈 사성암의 위태로운 벼랑 위에 서서 한눈에 모든 걸 구겨 넣듯, 그러면서도 과하지 않고, 여유와 여백을 멋들어지게 채워 넣은 구례 일대를 보는 사이 세찬 바람을 따라 시간도 금세 흘러가 버린다. 구례에 온 시기가 절묘했던 건 한동안 대기가 뿌옇게 흐리다 이날만큼은 대기가 깨끗하고 화창했다.-구례가 고향인 사우의 말에 의하면- 곡성 지인과 함께 구례로 다시 넘어와 사성암으로 안내한다. 구례에 오면 '고곳은 꼭 가봐야제'라며, 주말 휴일엔 산아래 셔틀버스만 이용 가능할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때마침 평일이라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사성암까지 차량으로 통행이 가능했다. 막상 사성..

언덕에 이은 노란 들판, 산수유 사랑공원과 산수유 문화관_20200319

문화관 앞 도로를 건너 주차장과 옆 산수유 들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산수유 군락지가 언덕이었다면 이번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평면적인 들판에 산수유 군락지가 있어 시각적으로는 노란 꽃이 빼곡하게 보였고, 그 노란 물결 너머 보이는 세상은 마치 파도에 떠 있는 섬 같았다. 산수유 들판 한가운데 우뚝 선 타워는 3층 정도 높이에 직접 오를 수 있어 노란 바다에 떠 있는 배의 갑판과 같았다. 이따금 사람들이 보였다 다시 노란 바닷속으로 사라졌지만 이 들판에서 꼭 한 번 오르게 되는 정규 코스 같은 곳이다. 내 기억에 산수유나무는 그리 크지 않은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는 키와 둘레가 지금껏 눈여겨보지 못했던 사이즈라 확실히 산수유마을의 유명세를 실감했다. 단지 나무를 빼곡히 심어 놓았다고 해서 산수유마을..

노란 향기가 파도치는 구례 산수유 사랑공원_20200319

듬성듬성 자란 노란 점들이 모여 세찬 바람을 타고 하나의 파도 마냥 출렁이던 산수유 마을의 정취가 함축된 사랑공원은 호텔에서 인척 거리에 작은 언덕을 꾸며 놓은 공원이다. 봄철이면 불청객처럼 불시에 찾아오는 미세 먼지도, 태풍을 방불케 하는 강한 바람도, 한창 분주한 평일 오전도 아닌 코로나19 여파로 예년 북적이던 마을은 그랬던 날이 있었나 싶을 만큼 무척 한산했다. 이른 아침에 숙소에서 바로 이곳을 찾은 뒤 곡성으로 넘어가기 전, 호텔 바로 앞 봄의 전령사 중 하나인 산수유꽃의 노란 손짓에 이끌려 잠시 찾은 세상은 그림에서나 볼 법한 무릉도원과도 같은 전경이었고, 바람결에 코끝을 스치는 봄 내음은 잠에 취한 듯 몽롱한 유혹이었다. 구례는 봄꽃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으로 산수유꽃, 매화, 벚꽃의 향연을..

하루를 시작하는 구례 산수유 마을_20200319

먼 길 달려온 피로는 설레는 기분에 비하면 새발에 피라 이른 새벽에 나도 모르는 사이 눈을 떴고, 침대 바로 옆 창문을 제치자 빛깔 고운 새벽하늘 여명에 잠시 잠을 털고 일어나 베란다로 나왔다. 구례 고도는 그리 높지 않아서 바로 옆 지리산의 위용은 가히 압권인데 때마침 동녘에 위치한 노고단 하늘로 떠오르는 하루를 감안한다면 베란다로 나오는 순간 습관처럼 그쪽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은 어두 깜깜한 밤이나 마찬가지지만 거대한 노고단 형체가 드러난 미려한 선은 역시나 압권이었다. 서둘러 카메라를 다시 들고 나와 여명을 담으며, 더불어 미세한 바람결에 실린 봄내음은 덤이다. 규정지을 수 없는 봄의 향그러운 향과 시골 어디선가 장작 지피는 내음이 겹쳐 가뜩이나 설레는 구례 여정을 앞두고 그 설렘은 더욱 증..

봄 전령사들의 관문, 구례_20200318

세상만사 긍정의 이면에 부정도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모략과 거짓 정보를 포장한 집단이 있겠지만 이런 때 그런 쓰레기들이 넘쳐나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정보는 더욱 창궐하여 사람들의 심리에 공포의 싹을 틔운다. 가뜩이나 힘든데 그런 부정적인 쓰레기에 내 관심과 에너지를 난도질 당하기 싫어 난 긍정의 감동과 자부심에만 관심 가질련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을 비롯, 전세계가 초토화된 마당에 그런 와중에도 대한민국의 저력, 더불어 어느 누구보다 힘들어 할 대구/경북 시민들이 이런 혼란을 극복하길 바랄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시적인 건 없고 해서 우선 마스크 구매를 하지 않았다. 나도 없다면 그건 가식이겠지만 이 사태를 대비해 미리 구매해 놓은 마스크가 있었고, 더불어 가까운 은사와 가족들께 소정의 선물로..

구례 맛집을 찾아서_20191128

구례를 찾기 전, 구례가 고향인 동료로 부터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어머니께서 식당을 직접 운영 하시지만 구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식당과 드라이브 코스, 명소 등을 소개해 줬는데 일정상 대부분 건너 뛰고 몇 군데만 탐방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닭구이로 유명한 집과 다슬기 요리 집이었다.화엄사를 둘러 보고 출발할 무렵은 오후3시 조금 안 된 즈음이라 이른 아침 식사 이후 커피 외엔 아무 것도 먹질 않아 뱃가죽이 등판에 달라 붙기 일보 직전이었고, 때마침 지리산자락 바로 아래 가장 기대가 컸던 닭구이 집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루 휴무란다.산수유마을에서 자라는 산수유 나무는 우리가 흔히 가로수로 보던 산수유와 차원이 틀렸다.나무 밑둥치 굵기와 굴곡을 보면 몇 갑절 더 연세가 드신 나무 티가 팍팍 났고, 계절에..

범상치 않은 웅크림, 화엄사에서_20191128

지리산 일대 사찰 중 규모와 짜임새가 유명한 화엄사는 꽤 가까이 있어 큰 마음 먹지 않아도 쉽게 접근하고, 둘러 볼 수 있었다.월정사, 해인사, 통도사와 같이 상징적이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화엄사를 찾았을 때는 다행히 방문객이 적어 둘러 보기 수월했다.북에서 내려오는 겨울이 이곳까지 당도하기엔 시간이 좀 걸리는지 찬란한 단풍색이 입구에 서서 오는 이들을 반기느라 화려한 손짓에 현혹되기 쉽지만, 사찰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화려함을 넘어선 진중한 분위기에 직면하게 된다.엄밀하게 따진다면 지리산이 아우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일 터, 큰 어른 답게 일체 미동도 않고, 그저 한 자리를 지키며 굽이굽이 살피는 것만으로도 화엄사는 영속적인 부모의 그늘 아래 있는 거다. 화엄사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사찰까지 도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