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15

지리산이라는 거대 장벽을 마주하다_20191128

구례 2일째 되는 날은 딱 2군데만 들리기로 했다.회사 동료 한 명이 구례가 고향이라 강추한 맛집과 외지인이 잘 모르는 한적한 드라이브 코스를 빼곡히 귀띔해 줬는데 사실 혼자라면 모를까 그게 아닌 이상 잦은 이동에 따른 체력적인 부담과 더불어 피로도가 증가할 수 밖에 없어 최대한 동선을 줄이면서 알짜배기만 다니기로 했다.그래서 화엄사와 구례 맛집 2군데를 들리기로 했는데 화엄사는 동료가 추천한 건 아니고 지리산, 아니 전국 사찰을 통틀어 워낙 유명한 사찰이라 어찌보면 당연하게 방문해야 되는 것 아니것소잉.아침에 자고 일어나 넓게 트인 전망으로 난 커튼을 열어 젖히자 아쉽게도 대기가 뿌옇다.이미 뉴스에서 한 바탕 호들갑 떨었기 때문에 감안은 했지만 막상 미세 먼지로 뿌연 대기를 마주하자 아쉬움은 이만저만이..

지나는 가을에 남은 미련, 천은사_20191127

지리산 성삼재를 넘어 남원에서 오를 때보다 더 가파른 도로를 굽이쳐 내려와 어느덧 경사길이 완만해 질 무렵 차량 지도에는 천은사가 표기되어 있고 그 옆은 저수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구례 여정에서 지낼 숙소는 미리 예약한 야생화 테마랜드 내 숲속수목가옥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목적지가 가까워진 만큼 시간 여유가 있어 861지방도 인척에 있는 천은사에 들르는 건 부담이 없었다.도로와 지척에 있는 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얼마 걷지 않아 바로 천은사에 도착했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초입부터 인상적인 풍경으로 인해 도보로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는 사찰까지 세세하게 주변을 둘러 보며 30분 정도 소요됐다. 주차장에 차를 두면 바로 천은사가 어느 방향인지 초입을 이내 짐작할 수 있다.입구 바로 옆은 절정의 단풍이 ..

큰 어르신 지리산에 안기다_20191127

광주대구 고속도로를 따라 곧장 남원 인월에 도착한 건 정오가 살짝 지난 시각이었다.지리산의 거대한 형체가 먼곳부터 어렴풋이 유혹의 촉수를 뻗히고, 그와 더불어 최종 목적지인 구례 또한 지리산에 기대어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단아한 도시라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로 언젠가 부터 벼르고 벼르던 결정이었다.2013~2014년 초까지 출장이란 명분으로 남원을 뻔질나게 다니던 인연으로 제법 익숙한 지역이란 명분에 힘 입어 뱀사골 너머 구례는 늘 '멀지만 두루두루' 가봐야 되는 여정의 코스로 낙인을 찍어 두었고, 더불어 예전엔 산채 요리가 잡초향 가득한 몸에 좋은 음식 정도로 치부 했지만 뱀사골 초입 즐비한 산채 식당을 방문한 이후로 몇 년 지나도록 그 즐겁던 혀 끝의 미각을 잊지 못하고 있었기에 과감히 뱀사골을 경..

남원 행차 둘째 날, 광양으로_20170621

여행은 자고로 평일이 장땡이다.물가 저렴, 숙소 널널, 사람 한적, 여유 만땅.너무 여유를 부린 나머지 늑장이 되어 저녁 무렵 출발한 남원은 사실 벼르고 벼룬 여행지라 결정을 내리는데 추호의 고민도 없었다.문제는 남원을 내려가서 화순 적벽을 계획했지만 그 늑장의 막장으로 이미 화순군청 홈에서 예약 기간을 놓쳐 버렸다.그래도 남원으로 무조건 내려가서 고민해 보자 싶어 20일 출발, 남원 근교에서 지도를 잘못 보고 길을 조금 헤매다 더 늦게 도착한 시각이 11시다.밤 늦은 시간이라 출출한데 마땅히 끼니 해결할 곳은 없고 해서 전 여행에 요긴하게 히트 쳤던 햇반을 이번 여행에도 가져간 덕에 배고픈 고충은 없었다.남원은 2013년에서 이듬해까지 가보며 내겐 인상 좋은 곳으로 남아 있던 만큼 벼르고 벼룬 여행지 ..

지리산

제목이 그렇다고 산행을 한 건 아니다. 함양과 남원을 들렀다 가방에서 잠자고 있던 엑백스를 깨워 바람 좀 새워 준 정도?요즘 들어 업무 과중? 과다?라는 핑계를 들어 이 이쁜이에게 관심이 뜸했을 뿐! 함양 구룡리에서 남원 성산리로 넘어 가는 길에 오도재로 향하는 굽이굽이 잿길이 보인다.그 날 무쟈게 추워서 사진도 대충대충.결정적으로 엑백스가 줌 기능이 없단 것! 이제는 잊혀져 가는 시골 버스 정류장.단아함이 그리울 때 이런 풍경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다.잠시 동안 사진을 찍는다고 이리저리 둘러 봐도 여기에 잠시 앉는 이 하나 없다. 버스 정류장 옆에 예전엔 흔히 볼 수 있었던 농협 창고가 퇴색의 진수를 보여 준다.누군가는 퇴물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라져 가는 그리운 것들 중 하나라고 표현하는 게 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