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10

한가위 만의사_20180924

한가위 당일, 부시시 늦잠을 자던 중 큰누님이 집으로 들어 오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이번엔 혼자오게 된 이유가 큰 조카는 한창 바쁜 대기업 생활, 둘째 녀석은 상영관 알바로 가장 바쁘면서 일당이 짭짤하단다.큰매형도 물론 급작스런 업무.제사를 끝내고 가족들끼리 가까운 근교 나들이를 하기로 했는데 첫번째 코스는 오마니 종교적인 부탁으로 만의사를 방문하기로 한다. 역시나 전형적인 가을이라 하늘도 높고 푸르거니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그 맑은 하늘을 등지고 불상이 세상을 바라본다.오마니는 사찰을 다니며 언제나처럼 절을 하시고, 나는 오마니 핑계로 사찰을 둘러 보며 사진을 찍는다. 사찰 초입부터 반기는 것들이 많다.코스모스 군락지에서 한껏 펼친 꽃잎으로 부는 바람을 따라 살랑이는 코스모스와 꽃은 이미 시들어..

일상_20180917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로 햇살은 뜨겁고 대기는 덥다.햇살을 피한 응달은 시원하고 햇살이 내리 쬐이는 양지는 따갑다. 그럼에도 센트럴파크를 돌아다니다 습관처럼 카메라로 여기를 담아 두고 아주 오랜만에 세마대로 향했다. 세마대 보적사에 있는 익살맞은 불상들은 한결 같이 포동포동하다.사찰마다 불상이나 벽화의 특징들이 조금씩 차이 날 때가 있는데 그게 종파의 영향 때문일까? 아님 주지스님의 취향에 따라 다른걸까? 보통 세마대로 접근하기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보적사를 통한 산행이라 대부분 첫 전망은 여기서 부터 시작한다.살짝 자리를 옮겨 줌으로 당긴 것과 가장 넓은 화각으로 찍은 차이? 강아지들이 빼곡하다.이 사진을 찍는데 7세 정도된 한 아이가 이 강아지풀숲으로 뛰어들더니 한 손에 뭔가를 끼고 나오는데 뎁따시 큰..

일상_20180730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라고 방송이 조용할 날 없다.실제 서울 기온이 38도를 넘어선 날이 많을 정도로, 에어컨을 잘 틀지 않는 울집이 벌써 보름 이상 에어컨을 빠짐 없이 틀어 댔다.덥긴 덥다는 거다.자전거를 타자니 땡볕을 지나다닐 재간이 없어 간단한 차림에 걷기로 한다. 동탄복합문화센터 잔디밭에 더위를 쫓기 위해 스프링쿨러가 쉴새 없이 돌아간다. 텅 비다 시피한 오산천 산책로를 보면 폭염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데 오죽 했으면 나팔꽃 조차 꽃잎이 익어 버린게 아닌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찌는 더위에도 바람을 타고 세상을 활보 중인 잠자리는 오늘 따라 유독 눈에 많이 들어 온다. 온 세상이 여름의 기운에 압도당한 나머지 꽃잎들은 시들었지만, 녹색 방패로 무장한 나무들은 여전히 굳건하다. 하늘에서 뻗은 빛내림..

가을과 여름 사이에, 조령산_20170902

전날 긴 동선을 그리느라 피로도가 꽤나 누적 되었는지 해가 높이 뜰 무렵 느지막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때우고 통나무집을 나섰다.명색이 조령산 휴양림에 왔는데 숲과 조령관 공기는 허파에 좀 챙겨 넣어야 되지 않겠는가.여기 온 이유 중 하나도 오래 걷기 힘든 오마니 배려 차원인 만큼 산책하기 수월하고 그참에 조령관까지 가는 방법도 가장 쉬우면서도 걷는 희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산책로를 걷기 시작하자 기대감이 산속의 물 이상으로 철철 넘쳐 여기저기서 사진 찍느라 여념 없다.그도 그럴게 우거진 숲과 더불어 이른 가을 바람이 걷는 내내 숲속의 향그러운 내음을 실어 주는 데다 이따금씩 뛰쳐 나오는 다람쥐와 새들이 촐싹거리며 응원해 주는 것처럼 보여 년중 내내 도시 생활에..

낯설던 예천과 친해지다_20170901

애시당초 가족 여행이라고 계획했던 조령산 일대가 누님 식구의 권유로 예천을 들리잔다.예천은 몇 번 지나 다니긴 했어도 들린 적은 한 번도 없고 한반도 지형의 회룡포 정도만 아는 정도로 지식이나 지인이 전혀 없는 상태라 철저하게 네비에 의존해 기대감만 챙겨 떠났다.점심은 누님 식구가 지난번에 들렀던 예천 변두리의 맛집이 있다고 해서 초간편식 아침으로 때우고 서둘러 출발했다.왜냐하면 경북도청 신청사, 효자면 한천 골짜기, 예천 일대를 둘러 보는 광범위한 계획을 잡아서 동선이 꽤나 길고 처음부터 하루는 이 일대를 다니기로 계획했기 때문이었다.물론 내 방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예천나들목과 가까운 이 외갓진 곳에 꽤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 하나를 찾아간다고 제법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옆에는 마치 펜션과 같은..

대프리카_20170808

대구 하면 더워도 넘무나 더워 생겨난 신조어, '대프리카'란다.여름이면 어차피 서울도 더운 건 매한가지라고 한다만 그러다 열차를 타고 동대구역이나 차를 타고 대구에 도착해서 도어를 열고 나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헉!'소리가 날 정도.수은주가 특출 나게 올라가는 건 아닌데도, 그렇다고 그 열기가 서울도 열섬 현상으로 뜨겁긴 마찬가진데도 더 덥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대구가 전통적으로 덥다는 편견도 있지만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온실 안에 있는 착각 때문이 아닐까?실제 내가 갔던 날이 그렇게 더운 날은 아니었음에도 바람이 거의 없어 확실히 서울과의 체감 온도 차이는 완연하긴 했다.역시 대프리카~이 말은 회사 갓 입사한 젊은 영계한테서 들은 말인데 들을 수록 열라 웃겨. 내가 모처럼 대구에 내려간 ..

바람 부는 가을엔 오산천으로 가자?_20161003

개천절이 월욜이라 주말, 휴일과 짝짜꿍 하는 덕분에 한가위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콤달콤한 연휴를 안겨 줬다.그 연휴 동안 뭘 했지?기억에 남는 건 역시 찍어 놓은 사진 덕분에 마지막 셋째 날, 개천절.시월이 시작하는 가을이라 내리 쬐이는 햇살도 따스해, 겁나 불어 오는 바람의 향기도 좋아, 뭐 하나 불만이 있을 수 있을까?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이기 전, 손수 내리는 드립 커피는 이미 입으로 털어 넣기 전인데도 향기에 도치되어 마시기를 기다리는 설렘은 여름 끝자락에서 가을을 기다리는 조바심과도 같다. 오산천 고수 부지 끝자락엔 인가가 거의 없어 사람도 적어 쉬기엔 안성맞춤이렷다.때 마침 고수 부지 한 켠에 화사한 개망초가 바람결에 날리는데 그 꽃잎을 붙잡고 일광에 빠진 나비들이 제 물을 만난 물고기..

추억과 시간이 만나는 곳

충주 봉황휴양림에도 아직은 가을 내음만 나고 정취는 느끼기 쉽지 않았으나 조용한 나만의 휴식을 보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밤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아볼 틈 없이 바로 피로를 달래곤 일어나 보니 햇살이 전형적인 가을 답게 모든 걸 태울 듯 따갑다. 이번 숙소는 가장 안쪽에 들어서 있는 통나무집인 다래넝쿨집이라 아주 깊은 산중에서의 하루를 보낸 착각이 들만큼 조용하고 아늑했다.약간의 우풍을 느낄 정도로 가을 아침답게 약간 서늘했지만 해가 뜨고 금새 불볕더위를 방불케 했다. 현관을 나와 봉황휴양림을 나서는 첫 발걸음에 이렇게 넓직한 뜰을 한 장 담아 두곤 출발. 주위에 다른 여행지를 뒤로하고 바로 남한강과 섬강, 청미천이 만나는 두물머리로 달려와 트인 전경을 바라 봤더니 녹조가 어마무시하다.예전에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