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18

홍천에서의 평온한 하루_20151020

평소와 같은 잠깐의 여유라도 다른 계절엔 지루한 시간일 때가 많지만 가을만큼은 지루할 틈이 없다. 홍천에 들렀던 이틀의 짧지 않은 시간 조차도 난 넘치는 심적 여유로움에 유영할 만큼 타인에 비해 압도적인 많은 추억을 쓸어 담았다. 홍천에 지인이 살고 있다지만(홍천 고사리 채취), 그리고 비발디파크에 가족 여행을 종종한다지만 서먹할 수 밖에 없는건 자유 여행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내 소갈머리에 치밀한 경로와 목적지를 미리 정하기는 싫고.지나던 길에 홍천유원지 이정표를 바라고 무조건 왔더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끈하게 가공된 공원이 아니었다.말 그대로 강 가에 넓직한 공간이 있고 잠시 궁뎅이 붙일 수 있는 곳도 여기를 제외하곤 전무후무한 상태나 마찬가지.막연히 왔던 만큼 실망은 없었지만 ..

세속을 잠시 벗어나_20150711

차를 몰고 굽이굽이 산고개를 넘고 넘어 도착한 오지마을은 완연한 여름이 되기 전, 한 번은 다녀와야겠다는 다짐을 했었고 그게 바로 이 날이다. 유일한 진입로는 고갯길 꼭대기에 다다를 무렵 공무원이 지키고 있었는데 지인이 그 마을의 분교 교사라 바로 통과~도착할 무렵 아주 가끔 보이는 집은 그렇다쳐도 길 곳곳에 야생으로 자라는 복숭아와 산딸기는 요람기 회상에 엄청난 몰입을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잊고 지내던 산복숭과 개울에 징그럽도록 빼곡히 들어차 있던 다슬기를 보며 그제서야 오지에 왔구나 실감이 들었다. 마을에서도 뚝 떨어져 있는 시골 분교의 진입로는 이렇게 멋진 은행나무가 반겨준다.학교 인근에 인가는 걸어서 20분 정도 가면 겨우 몇 채 나오고 더 먼거리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란다.건물은 ..

아이뽕6 시대_20141107

드뎌 아이뽕6의 시대가 개막했다규~예전처럼 박스 개봉기를 한다거나 인증샷도 이젠 귀찮고 늘 써와서 그런지 크게 바뀐다거나 새롭다기 보단 친숙하단 표현이 더 맞겠다. 11/7, 이 사진은 투명 스킨젤리 케이스에 낀 아이뽕6를 아이뽕5s로 찍었더랬지, 11/7, 이게 진정 아이뽕6로 찍은 첫사진이다.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런 새꼬시를 아이뽕6로 바꾼 날 저녁에 또래들과 모여 잡수셨다.회에 안 좋은 세균이 있을까봐 위장 소독약으로 쐬주 한사발~ 11/9, 거실에 거만하게 앉아 내가 유일하게 시청하는 서프라이즈를 한 컷.아름다운(?) 나의 족발이여. 11/9, 서프라이즈 끝남과 동시에 바로 베란다 정원에 가서. 11/9, 그 날 낮에 나왔더니 계절을 잊고 멍 때리는 철쭉이 있더군. 11/9, 밤에 조카들 왔길래 같..

불영 가을 습격 사건_20141101

이제 희귀해져 버린 가을을 본격적인 사냥에 나서기로 한 프로젝트 1탄, 이름하야 불영 계곡 가을 습격 사건 개봉 박두~ 두둥!! 10월의 마지막 밤에 급작스런 회사 일정으로 늦게 끝나 버렸어 ㅠㅠ이용이 30년 이상을 변함 없이 불러대던 잊혀진 계절을 인상 팍팍 써 가며 들어야 했었지만 11월 첫째날 불영 계곡 일정으로 위안 삼아 참을 수 밖에.이미 자정을 훌쩍 넘는 시간에 집에서 출발했는데 덕분에 영동고속도로는 참으로 한산해서 날아갈 듯한 기분을 억지로 추스렸지.덕구온천호텔에 도착하기를 새벽 5시경.다음날 비록 늦잠을 잤지만 그래도 느긋하게 불영계곡 일대를 싸돌아 댕기며 가을 싸랑을 키웠다요. 덕구온천호텔에서 나와 구수곡을 지날 무렵 일행의 몇 년 전 이야기를 들려 준다.원래 이 개울에 풀이 별로 없었는..

떨어지는 낙엽_20141026

가던 길에 자욱히 떨어진 낙엽이 가을의 작별을 예고한다.그러다 후배가 보내 준 사진에서 세찬 바람결에 떨어지는 은행 낙엽 사진이 절묘하여 같이 쓸쩍 끼워 넣기!! 나무 터널도 이 낙엽이 일조했었는데 잠시 허물어지겠지? 저 고운 빛깔의 은행잎들~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함부로 올리면 안 되는데 그 후배가 이해해 주갔지?일단은 밀어부쳐! 부는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잎들.절묘하게 찍은 이 가을 사진이 참 조~타

하늘 아래 가을 나린 태백, 정선_20141018

빠듯한 버스 시각에 쫓겨 부랴부랴 동서울 터미널로 눈썹이 날리도록 갔더니 다행히 여유가 있어 여행의 출발이 순조로웠다. 아무리 사북고한이 도로가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먼 땅.허나 출발의 설렘은 그런 고충도 외려 스릴감이 있다. 다음날 숙소로 잡았던 하이캐슬 리조트.신고한터미널에서 밤 늦게 도착하여 일행들과 만나 미리 잡아 놓은 콘도미니엄인데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깨끗하고 주변 풍광도 좋다.특히나 강원랜드 뒷편의 더 높은 고도에 덩그러니 혼자 있어 내려다 보는 야경은 나름 소박한 감탄사도 나올 정도.이튿날 푹 쉬고 일어나 정선 소금강으로 출발 전 나의 편안한 휴식을 책임줘 준 고마움으로 한 컷~그러고 보니 전형적인 가을 답게 구름 한 점 없는 높고 청명한 하늘이여라~ 숙소에서 출발하여 소금강으로 가는 길목에..

지나간 가평의 가을

작년 11월8일에 갔던 가평 대성리.일행들 무리를 이탈해 잠시 일탈의 여유를 즐기며 가져간 엑백스로 시절의 기록을 남겨 본다. 대성리 교육원 앞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차지하며 세상일에 무심한 것처럼 유유히 흐르는 구운천.강가에 자태가 빼어난 구경꾼들이 많다.저마다 가을 옷으로 단장한 품새가 소박한 듯 하면서도 결코 도시의 어떤 유형물보다 세련미가 넘치는데다 서로를 응원하듯 지나는 바람을 부여 잡곤 하늘하늘 손세례를 해댄다.이에 잔뜩 고무된 강물은 그들의 팔랑이는 응원에 정중히 답례하듯 거울 같은 투명한 표면을 통해 그 모습을 여과 없이 비춘다.식당으로 비유하자면 푸짐한 먹거리가 있는 패밀리레스토랑보단 맛깔스런 먹거리만 갖춰진 한식당 같다. 전형적인 시골 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소품이 연기가 소담스레 피워 ..

야심한 산책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자마자 스원야릇한 바람을 맞으러 집을 나섰다. 비교적 서늘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오는 그 냄새에 끌려 정처 없이 방황하길 약 2시간 가량.아직은 나뭇잎사귀들이 울긋불긋하진 않지만 머지 않아 그리 변할 것처럼 이파리 끝부터 녹색이 빠져 나갈 조짐을 보인다. 세찬 바람으로 주변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려 상이 제대로 잡히지 않지만 유독 은행나무는 꼿꼿하다.밤에 도시의 조명에서 뻗어 나온 희미한 빛들이 은행잎을 투과하자 고운 빛깔이 묻어 나와 꽃의 화려함을 부러워 하지 않는 꼿꼿함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나무가 있는 와중에도 그 색상의 투명함으로 인해 한눈에 봐도 눈부실 만큼 돋보인다. 동탄국제고 뒷편에 사람들이 떠난 을씨년스런 놀이터에도 나름대로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