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지나는 가을의 길목_20171106

사려울 2019. 1. 31. 05:58

이튿날 부시시 잠에서 깨어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한다.

각자 가고 싶어하는 곳이 달라 의견이 분분 했지만 오마니 의견에 따르기로, 그러자 모두 동의하여 하회마을로 향했다.



이틀을 묵어야 하니까 휴양관 일대 안동호 구경은 에너지가 어느 정도 소진된 후에 하기로 했다.

가까운 곳에서 에너지가 고갈되어 버리면 정작 가봐야 되는 곳은 출발 전에 의기소침 해져 버리니까 에너지가 충만할 때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 하회마을을 앞뒤 돌아보지 않고 재촉해야만 했다.

휴양관에서 나오는 길에 미련만 남겨둔 안동호수를 훑어 보자 전형적인 가을의 따가운 햇살이 하염 없다.



하회마을은 2개월 여 전 경북도청 신청사 방문 때(낯설던 예천과 친해지다_20170901) 인근이었단 걸 알고 잠시 들릴려다 지체할 수 없는 사정으로 차후를 기약했던 곳이기도 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셔틀 버스를 타고 하회마을 초입에 도착, 낙동강변을 따라 펼쳐진 멋진 가로수길이 모든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전체적으로 전통 가옥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자 관광지로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2005년 부시가 방문해 좀 더 유명해 졌고, 더불어 안동 일대가 솔솔하게 여행객들이 몰리는 곳이 되어 버렸다.

그런 풍문이 무색하지 않게 거리와 도로는 매끈했고, 안동 시가지의 재래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릴 정도로-물론 안동찜닭의 유명세를 무시할 수 없겠다-점차 활기를 띄어 가는 지역이기도 했다.



화사한 샛노랑 가을이 물들어 있다.



여기가 비교적 따스한 지역인가?

단풍이 아직 완연한 가을로 물들지 않았다.



무얼 볼까?



망원렌즈로 잔뜩 당겨서 먼 발치에 있던 탐스런 대봉을 찍어봤다.



어느 고택의 고풍스러움.



강한 햇살과 그물처럼 꼬여 있는 고샅길로 인해 처음과 달리 많이 지쳐 버렸다.

그리하여 갈증도 해소할 겸 햇살도 피할 겸 해서 어느 노부부가 운영하는 찻집을 들어 갔더랬는데!



보기만 이렇고 내용은 완전 꽝!

수정과나 식혜를 시키면 미리 준비한 공산품을 컵에 담아 주더구만.

하긴 돈맛을 본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 하나 욕심이 없을 소냐.

노부부의 비쥬얼만 본 우리들의 실수고, 시골 인심이 모두 같을 거라는 생각 또한 우리들, 아니 이 가게를 끊임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의 공통된 착각 아니겠나.



처음 하회마을에 입성하여 걸었던 멋진 강변길은 먼 곳에서 봐도 여전히 품새가 멋지다.




잘 익은 은행잎과 자욱한 낙엽들.



관광객들이 걸어 가는 길을 차량을 이용하는 원주민이 난폭하게 미끄러져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먼 데서 보자면 마치 사람들을 치일 것만 같다고나 할까?

유명해져서 좋아진 게 있다면 자만은 부작용과 같다.

늘 좋을 수만 없고, 늘 어두울 수만 없는 이치로 본다면 유명의 근원은 여기를 찾는 여행객들 아니겠는가.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 왔던 보람과 실망을 함께 챙겨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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