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캠 23

힘찬 개울소리가 휘감는 학가산 휴양림_20190924

역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늦잠을 잤다.밤에 도착한 학가산 휴양림은 조성된 지 오래된 흔적이 역력하여 숲속의 집에 들어서자 특유의 냄새와 더불어 구조 또한 가파른 계단이 연결된 복층이 딸려 있었다.허나 오래된 만큼 위치 선정이 탁월하여 통나무집 바로 옆이 견고한 제방으로 다져진 개울이라 여름 피서로 오게 된다면 바로 옆 개울로 뛰어 들어 물놀이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다듬어져 있었고, 비교적 가파른 길을 통해 듬성듬성 배치된 통나무집이 꽤 많았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개울로 트여 있는 발코니 창을 열자 바로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힘차게 흐르는 개울과 그 너머 쨍한 가을 햇살이 바로 비췄다. 텅빈 숲을 오롯이 채우는 물소리가 아름다운 선율의 뉴에이지 음악처럼 밤새 들리며 회색 도시에서 찌든 소음을..

천고마비라~_20190915

가을이면 여주는 결실로 풍성해진다.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햇살이 무척 따사롭던 휴일, 여주 지인께 찾아가 농사일 도와 드린 답시고 어설프게 거들다 줄무늬 산모기의 소리소문 없는 공격으로 순식간에 4방이나 물려 방탱이가 되도록 퉁퉁 붓자 올리브영에서 구입한 백화유를 바르고 가려움을 어느 정도 가라앉히는 사이 작은 텃밭 하나를 후딱 해치우셨다.대낮에 밭에서 산모기가 출현해서 맘 잡고 일해보려는데 방해를 하다니. 잠시 쉬다 함께 마을 여기저기를 둘러 보기로 하고 집을 나서자 너른 생강밭 위로 뜨거운 가을 햇살이 듬뿍 쏟아진다.여기는 여주에서도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전체적으로 완만한 구릉지대라 지금까지 홍수 피해가 전혀 없었고, 그러면서도 모래와 점토가 섞인 기름진 토양이라 밭농사가 잘 된단다.가까이 청미천과 남..

범바위를 굽이 치는 낙동강_20190516

관창폭포에 이어 찾아간 범바위 전망대 또한 사람들 사이에 그리 알려진 공간이 아니다.명호면을 지나 시골 치고는 잘 다듬어진 도로를 따라 가다 춘양 방면으로 빠지자 얼마 가지 않아 구불구불한 고갯길이 나오고 이내 한 눈에 봐도 여기가 전망대 구나 싶은 곳이 바로 범바위 전망대다.감히 낙동강 최고의 전망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단언해도 좋을 만큼 절경이라 하겠다. 절벽 위에서 바라보이는 절경.절벽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범상치 않은 절경을 보상한다. 조금은 우습게 생긴 외모의 범이지만 이 녀석이 바라보고 있는 절경은 절대 예삿내기가 아니다.억겁 동안 계곡을 깎고 깎아 번뜩이는 뱀처럼 휘감는 강의 기세는 첫 눈에 감탄사를 연발시키지 않고는 못 버티게 만든다.이 작은 겨레의 땅에 깨알처럼 숨겨..

금단의 영역, 관창폭포_20190516

정글처럼 깊고 눅눅한 습기 내음까마득한 산 속처럼 칼로 도려낸 듯한 수직의 바위만년설로 뒤덮혀 메마르지 않을 것만 같은 물길더불어 언뜻 보게 되면 소리만 공명시킬 뿐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 이런 폭포가 있다.조물주가 거대한 바위를 이 자리에 두고 예리한 칼로 수직의 평면을 완성시켰고, 자연은 그 견고한 그릇에 물줄기를 그어 영속적인 징표를 약속 했다.변함 없는 관심을 두겠노라고, 그래서 늘 생명이 외면하지 않게 하겠노라고.깊디 깊은 비밀의 방에 그들만의 세상인 양 날벌레와 꽃 내음이 진동을 한다. 관창폭포를 찾은 건 온전히 지도의 힘이다.종종 가는 봉화 인근에 뭐가 있을까?산과 계곡이 깊다는 특징 외에 디테일과 지식이 없어 자근히 찾던 중 눈에 띄는 몇 군데를 발견하고 후기를 찾아 보는데 정보가 ..

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상동 가는 길_20190422

만경사를 거쳐 상동으로 가던 중 통과 의례로 거치게 되는 솔고개는 나도 모르게 주차를 하고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겨 천천히 오르게 된다.하루 종일 따가울 만큼 강렬한 햇살이 내리 쬐이며 그에 더해 힘겹게 오르던 솔고개를 넘어 서자 하나의 성취감과 더불어 단조롭던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특이한 풍채에 반해서 마법의 덫에 걸린 양 끌려 가는게 아닐까? 솔고개의 주인공 소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서 면밀하게 살펴보면 세월의 굴곡이 무척이나 많이 패여 있다.한 해가 지나도록 뭐가 그리 달라 졌겠냐마는 자주 올 수 없는 길이라 변화를 찾는게 아닌 존재 과시에 안도한다. 솔고개 너머 단풍산은 여전히 아래를 굽이 살피며 그 자리에 머물러 산신령처럼 이 지역을 다스린다.늘 무고하게, 그리고 앞으로도 둥지처럼 평온하게 지키는 파..

산이 품은 호수를 날다, 청풍 케이블카_20190421

퇴근 후 뒤돌아봄 없이 곧장 고속도로를 경유해 남제천IC를 거쳐 청풍호에 다다랐다.연일 미세 먼지의 습격이란 내용이 빠지지 않는 가운데 신념을 달랠 순 없기에 계획대로 강행을 했고, 칼을 뽑았으면 돼지 감자라도 잘라야 되는 벱이다 싶어 미리 예약한 숙소의 체크인도 잠시 미뤘다.비록 제천에 터전을 잡고 있는 청풍호와 석양이 뿌옇게 바래도 가슴에 새겨진 기억을 뒤덮을 수 없듯 정교하게 새겨진 이 아름다운 기억에 기대어 먼지는 잠시 눈을 무겁게 하는 졸음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모노레일의 마감 시각이 좀 더 빨라 케이블카 운행 시각을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서둘렀고, 다행히 넉넉하지 않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해 늘 지켜 보기만 했던 비봉산에 오를 수 있었다.크리스탈 버전의 케이블카에 몸을 맡기고 바깥 풍경을 감상..

봄 내음 물씬한 계명산 휴양림_20190414

4월 14일.마지막 애달픈 미련의 벚꽃이 남아 절정의 봄이 떠나는 귀띔에 따라서 떠날 채비를 했다.강원도, 경기도 지형을 복합적으로 품고 있는 충주, 그 중에서 급격한 산지가 시작되는 계명산에서 떠나려는 봄 마중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절정의 시간들을 보냈다.벚꽃이 일본 국화라고 할 지언정 숭고한 자연을 소유할 수 없는 억지는 동의할 수 없다.또한 자연을 소유하는 건 건방진 우매일 뿐.계명산 휴양림 통나무집에서 자리를 풀고 해가 진 뒤 길을 따라 산책을 다녔다. 호수와 마을이 어우러진 곳, 그 곳에 밤이 찾아 오자 야경 또한 함께 어우러진다. 충주 시내를 갔다 휴양림으로 찾아가는 길에 계명산 언덕을 오르면 어느 순간 호수와 산이 펼쳐진 전경이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떠돌다 한 자리에 앉아 한참을 야경과 ..

영원히 만나지 못할 두 바위, 서강의 선돌_20190329

칠족령 칼 끝에서 신선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 곳은 영월 방면이다.정확한 목적지보다 저녁을 먹기 위해 영월 상동막국수를 찾던 길로 자차로 가장 먼저 정선을 방문하던 연당-평창 미탄-정선으로 이어지는 길의 반대 방향으로 되짚는 길이다.물론 옛 추억과 동행 하면서...사북-태백으로 이어지는 국도가 완공되고, 진부에서 정선으로 연결되는 길이 매끈해 지면서 더이상 찾지 않던 길인데 이참에 그 길을 따라 가면서 옛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한창 공사 중인 구간도 있고, 이미 매끈해진 길도 있지만 도로와 달리 마을은 고스란히 연결되어 있어 추억을 상기하기엔 문제가 없었고, 당시 구간과 다른 건 연당이 아닌 문곡에서 영월로 빠져 길을 따라 진행 했다.그렇게 가던 중 작은 고갯마루에서 '선돌'이라는 ..

칠족령의 마법_20190329

파크로쉬에서 이어지는 동선은 지난번과 거의 같다.정선에 들러 동막골 곤드레밥을 줍줍하고 칠족령으로 넘어가는데 2월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난 반면 이번엔 조금 늑장을 부렸고, 다만 지난번처럼 길을 헤매거나 가던 길을 멈추고 여유의 감상에 젖지 않아 막상 도착 시각은 거의 비슷했다. 동강은 여전히 귀한 생명들의 은신처와도 같은 곳이었다.물론 꽃을 찍기 위해 들린 건 아니지만 화사한 표정으로 방긋 웃으며 쳐다 보는데 외면할 수 있을까?신록의 싹이 대지를 뚫기 전, 황량한 물감이 만연한 가운데 가끔 고개를 내밀고 햇살을 한껏 받아 들이는 꽃들의 고운 빛결이 한 눈에 들어와 시선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봄의 정령들은 어떻게 이런 화려하고 화사한 색의 유전자를 깨우쳤을까?눈이 즐거운 만큼 이런 작지만..

두 번째 방문한 파크로쉬_20190328

2월 중순에 찾아왔던 파크로쉬를 이번엔 하루 이용할 요량으로 역시나 밤길을 달려 왔다.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 지난번 도착 시각이 저녁 8시 반 정도 였다면 이번엔 한 시간 가량 늦어 주변을 둘러 보고 자시고 할 겨를 없이 바로 뻗었다. 한적하고 편안한 숙소로 더할 나위 없어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 평일이라 좀 더 저렴하고 조용하며, 스키장 뷰 였던 2월과 달리 이번엔 도로와 콘도 뷰. 두 번째 방문은 마치 웰메이드 영화의 아류작처럼 적당한 실망도 있었다. 이번엔 가리왕산과 반대되는 방향의 백석봉 방면이라 경관에 대한 흠 잡을 만한 꺼리는 없고, 발바닥에 집요하게 엉겨 붙은 몇 가닥 긴 머리카락이 성가시다. 이봐! 난 단발이라구! 호텔을 나와 정선 방면으로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