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족령 칼 끝에서 신선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 곳은 영월 방면이다.
정확한 목적지보다 저녁을 먹기 위해 영월 상동막국수를 찾던 길로 자차로 가장 먼저 정선을 방문하던 연당-평창 미탄-정선으로 이어지는 길의 반대 방향으로 되짚는 길이다.
물론 옛 추억과 동행 하면서...
사북-태백으로 이어지는 국도가 완공되고, 진부에서 정선으로 연결되는 길이 매끈해 지면서 더이상 찾지 않던 길인데 이참에 그 길을 따라 가면서 옛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한창 공사 중인 구간도 있고, 이미 매끈해진 길도 있지만 도로와 달리 마을은 고스란히 연결되어 있어 추억을 상기하기엔 문제가 없었고, 당시 구간과 다른 건 연당이 아닌 문곡에서 영월로 빠져 길을 따라 진행 했다.
그렇게 가던 중 작은 고갯마루에서 '선돌'이라는 입간판을 보고 핸들을 틀었다.
서강을 논할 때 흔히 앞세우는 절경 하나가 선돌이다.
마치 두 바위가 서로 만나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여전히 만날 수 없는 운명을 자연이 미려한 솜씨로 깎아 놓은 기암 절벽 명승지로 영화 '가을로'에서 단역 배우로 등장한 적 있다.
굽이치는 서강은 선돌을 들쳐 업고 이후 청령포를 거쳐 동강과 만나 한강 물줄기가 되는데 선돌의 비극적인 운명으로 흘러 내린 눈물이 민족의 뼈저린 한을 대변하듯 한강의 깊고 푸른 강물이 되어 유유히 흐르는 것만 같다.
영화에 나왔던 컷이 바로 요녀석 되시겠다.
데크가 선돌을 향해 삐죽 튀어 나온 장면으로 여기에 두 사람이 서 있다면 더 좋았을텐데.
선돌을 굽이치는 서강 너머 뜨거운 석양이 드리운다.
선돌을 향해 부는 강한 바람을 가르는 새 한 마리.
아무도 없는 텅빈 선돌을 바라 보며 한 없이 오래토록 흘렀을 서강을 생각하게 된다.
강의 작품 일까? 아니면 강을 향해 굳은 신념처럼 불어오는 바람의 작품 일까?
예정에 없던 이정표를 하나 끼워 넣고 말 없이 한 동안 첩첩한 세상을 바라 보다 얼마 뒤 서강이 흐르는 것처럼 갈 길을 정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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