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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치고 돌아오는 길_20181024

난 돌아가는 길의 첫걸음이지만 어떤 이들은 떠나는 길의 첫걸음이다.난 피로를 짊어지고, 또 어떤 이들은 설렘을 봇짐처럼 둘러 매고 떠난다.끝 없는 미지의 세상이 반, 삶의 터전이 반.출발과 끝은 기차 역이다. 시험으로 전날 대구에서 바로 대전으로 건너가 같이 온 학우들과 각자의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시험을 치렀다.다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데 그래서 인지 추위를 타며, 심지어 어떤 젊은 수험생은 벤치 파카를 입고 왔다.나는 다행히 긴장을 적게 해서 만족스런 결과가 나왔다.시험이 끝나고 부근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 대전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모든 긴장이 풀리면서 가을 더위가 체감된다.구름 한 점 없이 드높고 넓은 하늘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홀가분한 마음의 유혹으로 잠시 옆길로 빠져 가을이라..

오산천을 따라 스며든 가을 향기_20181022

걷다 지칠지언정 누굴 원망할 겨를 없이 뿌듯해진 가슴을 진정시키는게 더 급선무다.이 장면이 좋아 급한대로 폰카를 들이밀지만 이내 또 다른 매력적인 장면으로 또 폰카를 꺼내는 사이 자연 진행 속도는 더딜 수 밖에.이런 상황이라면 억척스럽게 낮이 짧은 자연 이치를 원망하지만 그리 길게 가지 않고 이내 잊어 버린다.인간이 자연 앞에 초라해지는 순간이란 바로 자연의 채색에 넋을 놓고 절대 모방할 의지를 좌절시키는 이런 계절이겠다. 길가에 이런 풍경이 널려 있는데 걷고 싶지 않을까?허락된다면 다리가 부은들 행복의 징표가 된다. 오산천을 너머 여울 공원으로 방향을 잡아 본다.출입을 제한 시켜 놓은 야생의 들판이 펼쳐져 있고, 거기에 아무렇게나 자라 관심을 갖지 않았던 들판의 가을이 태동하고 있었다. 장미가 아닌 것..

일상_20181022

가을이라 바빠 졌다.가슴이 바빠 졌고, 눈이 바빠 졌다.아침과 저녁에 가을이면 꼭 한참을 서서 감상하는 색과 구도가 있다. 지극히 가을다운 색감에 나무의 구도가 가을스럽다. 가을이 완전 익지 않은 단풍도 어찌 이리 이쁠까? 홍단풍은 더욱 붉게, 청단풍은 마지막 남은 신록을 소진하기 위해 더욱 푸르다.아가들도, 어른들도 가을 앞에선 평등하다.마음 속에 꿍셔 두었던 감정들을 과감 없이 표현하니까. 여름엔 전부 같은 녹색이라 표현해도 이해되는 나무들은 녹색의 디테일을 따지는게 무의미한데 가을이 되면 각양각색으로 변모한다.유전자 깊숙하게 감추고 있던 색감을 천천히 풀어 헤치고, 만추가 와서 낙엽이 떨어지기 전까지 같은 색이 없다. 저녁에 다시 이 자리를 오자 가을과 노을이 어울린 더욱 멋진 장면을 연출하며 기다..

영양의 숨겨진 보배_20181017

이방인에 대한 경계일까?카랑카랑한 새소리는 날이 서 있고, 온 세상 사물을 두드려 대는 빗소리는 두서 없다.인적이 거의 없는 아주 작은 마을은 낯선 발자국이 신기하고, 콘크리트 먼지에 익숙해진 시신경은 그저 모든게 이채롭다.조금 이른 가을이라 마냥 아쉬움이 남는 건 미련의 기대를 양산하고, 결정에 매말라 있던 발걸음은 한바탕 퍼붓는 가을비 마냥 호탕하기만 하다. 굵어진 빗방울에 옷이 배겨낼 도리가 없어 우산 하나에 의지한 채 수생식물 관찰장의 데크길로 한 발짝 한 발짝 자근하게 걸어갔다.관리사무소 바로 뒷편이라 아주 가끔 지나가는 차가 빗물에 젖은 도로를 가르는 소리가 시원스럽게 대기를 파고 들어 허공으로 뻗어 흩어졌다.세상의 소리라곤 오로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가 우산에 부딪히고 작은 연못에 떨어져 동..

가을을 따라 영양으로_20181017

영양을 찾은 게 언제 였던가?대구에서 학업이 끝나고 영양을 거쳐 집으로 갈 결정을 내리고는 곧장 중앙-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고 영양으로 향했다.2015년 가을에 영양을 찾았다 인상적인 가을을 맞이하곤 다시 그 추억에 의지해 영양을 찾은 만큼 한창 물오르기 시작한 가을을 만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아무렇게나 놓은 가을인데 특별하게 보인다. 영양 일월에 도착하여 잠시 한숨을 고른다.비교적 오래된 건물 외벽에 덩굴도 가을에 맞게 빨간 옷으로 갈아 입었다. 하늘에 빛내림이 있는 것과 다르게 이내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언제 굵어질지 몰라 주저 없이 다시 출발했다. 가던 중 3년 전 가을을 상기시킬 만한 가을 풍경들이 보인다. 자생화 공원에 ..

대구라면 막창 아니겠어_20181016

화욜 학업을 마치고 숙소는 동촌유원지 내 깨끗한 모텔을 선택했다.지인을 만나 소주 한 사발 뽀개기 편한데다 전날은 학우들과 함께 했던 만큼 이틀째 밤은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야겠지. 숙소 바로 옆에 주차장도 넓고 금호강도 인접한 막창집이 있어 거기로 결정, 어차피 금호강이 인접했다고 해도 바로 옆이 아니라면 강을 보면서 소주 꺾을 일은 없고, 이슬을 마시다 보면 강도 생각 안나고.모처럼 먹는 막창이 입안에서 고소한 선물 보따리를 활짝 풀어 놓는다. 다음 선수 삼겹살 입장.특유의 강렬하고 쫄깃한 막창에 익숙해져 삼겹살이 엄청 연하고 맛은 좀 밋밋한 감이 있다.그래도 몇 순배 돌자 삼겹살의 고소함이 느껴진다. 천성적으로 술도 그리 좋아하지만 과음은 더더욱 싫어하는 지인들이라 부담 없이 한 자리를 털고 일어나 ..

학습을 위한 대구행_20181015

캠퍼스 정규 과정 이후 3개월 보름 만에 다시 대구 캠퍼스를 밟았다.계절의 변화가 금방 느껴지는 게 첫 캠퍼스 등교는 겨울색이 짙은 초봄이었고, 과정이 끝날 무렵은 6월 말 여름이 내린 시기였다면 이제 가을이 올 무렵이라 올 때마다 계절의 변화를 모두 만끽한다. 월 요일은 고시 준비를 위해 온 건데 이번 주는 3일간, 다음 주는 이틀을 머물고 1차 테스트를 거친다.임박 해서야 긴장이 되고 꿈이 아닌 현실임을 직감한다.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