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438

일상_20181221

금요일에 퇴근 후 은사 찾아 뵙겠다고 출발해서 2시간 걸렸다.뭔 차들이 그렇게나 많다냐!한남대교를 건너는데 한강 조망이 가능한 한남 주차장인 줄 알았다. 그래도 하고자 했던 일을 한 성취감에 갈 때의 고행은 오뉴월 봄눈 녹듯 금새 사라졌다.이분들 뵐 때마다 느끼는 점.아직 세상엔 선하고 인정 넘치는 사람들이 있구나.뭘 하셔도 복 받을 분들이다.동글동글 하신 행님은 살이 몇 킬로그램 빠졌다고, 행수님은 여전히 씩씩하시다.보름 전에 예약한 비쥬얼 쩌는 케잌을 수령해서 직접 전달 드리자 한창 외국 무전 여행에 여념 없다는 따님이 직접 내게 고맙다고 한다.자기가 해야 될 걸 이런 때 내가 늘 챙겨 줘서 고맙다고...

오마니 생신날_20181220

오마니 생신날, 퇴근 후 잰걸음으로 귀가하여 가까이 사는 가족들만 모여 조촐하게 저녁을 해치우고, 차 한 사발 땡겼다.이미 지나간 휴일에 가족들이 모여 계절밥상을 한 번 훑었으니 조촐하게 갖기로 하고 고민하다 연말이 가까워 술자리 몇 번 갔다고 구수하고 얼큰한 국물이 땡겨 알탕에 대구찜까지 먹었는데 케잌이 땡기기야 하겠냐구? 착각할 수 있지만 식욕은 계절도, 시간도 초월한다.대부분의 케이크 품절이라 이걸 사왔다는데 맛을 떠나 이거 하나 먹고 나면 온 집안 대청소 해야 될 판이다.울 엄니, 74번째 생신 축하 드리고, 늘 건강 하세요~잉 누님 댁에서 조금은 거리가 되는 위치에 조카 녀석 학원이 있댄다.문제는 약간 외갓진 곳에 학원이 있어 조금 늦은 시각은 주변이 겁나 조용하고 약간 어두침침하다고 해서 데리..

반가운 소식과 얼굴들_20181219

반가운 학우들과 미리 약속된 저녁 식사 자리에 나오기 전, 시험 결과 발표가 20일이 아니라 하루 일찍 나온다는 사우의 말을 듣고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시험 자체가 자신이 없었던 건 아닌데 막상 결과 발표 전까지 무척이나 초조하고 별의 별 생각까지 다 난다.그러다 사우의 말 대로 하루 일찍 나온다길래 회사에서 발표 나기를 기다리면서 쉬고 있는데 메시지 팅팅~반가운 합격 통보에 우선 촐싹거리는 기분을 억지로 참고 누르며 학우들에게 단톡을 통해 결과를 수집했다.생각보다 합격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다행스럽게 저녁 식사 자리에 만나기로 한 스터디멤버들은 전원 합격 했단다.축하를 빛내기 위해 케이크 하나 사서 약속 장소까지 걸어가는데 아직은 시간 여유는 넉넉하지만 줄 서서 기다려야 되는 곳이라 미리 나서 연락이 ..

일상_20181217

출근 시간 총총히 집을 나서던 중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얼음이 깨지듯 바스락거린다. 그러다 쭐떡~ 미끌~밤새 내린 무언가가 얼음 알갱이로 부화되고 있다.월요일 아침이라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선 덕에 그 소리의 진원지를 따라 몸을 잔뜩 낮추자 앙증맞은 하얀 결정체들이 서로 조잘거린다.잠시 사진으로 담는 답시고 급한대로 주머니에 자고 있던 폰을 깨웠지만 초점은 떠들썩한 이 녀석들에게 정신이 빼앗겨 덩달아 출렁인다.미끄럽게 괴롭히던 이 녀석들의 장난은 금새 잊고 뽀얀 속살을 출렁이는 아가를 쳐다보듯 잠시 그 익살에 치열하게 전개될 아침을 잊는다.

모든게 쉬어가는 겨울_20181209

늦은 밤에 봉화에 도착하여 간단한 다과를 즐긴 후 여독을 참지 못하고 졸거나 누운 가족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식이 남아 있는 가족들과 맥주 한 사발 뽀개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그러던 중 문득 청명한 밤하늘 생각에 카메라를 들고, 밖을 나가 고개 들어 가만히 쳐다 보자 총총히 빛나는 별이 당장 눈에 들어왔다. 별빛들이 모여 강을 이루는 은하수를 기대했지만 볼 수 없었다.오리온자리를 비롯하여 여러 별자리에 심취 했었던 요람기까지 기억에 선하다.대충 찍어도 이렇게 선명하게 나온건 사실 오지마을의 추위로 카메라가 오작동 하면서 이거라도 건지자는 심정이 별빛 만큼 선명하다.서울에서는 희미하지만 언제나 밤하늘을 비추는 별.별 하나의 추억과별 하나의 사랑과별 하나의 쓸쓸함총총하게 별이 박힌 겨울 밤하늘은 그저 아..

안동_20181208

올 겨울의 첫 동장군 맹위가 매서웠던 주말, 안동 도심 한복판에서 만날 가족을 기다리며 설렘을 차분히 어루만진다.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추워진 겨울 정취에 빠져 눈 앞에 펼쳐진 극단의 공기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여기가 안동의 핫플레이스인지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제 아무리 춥다고 한들 젊은 불빛과 주말 활기의 예봉을 쉽사리 꺾을 수 없나 보다.

만추의 잔해_20181206

이른 아침엔 눈꽃을 보고, 해질녘에는 가을 꽃을 시신경에 아로 새긴다.단풍 낙엽이 소복히 모여 있지만 가을 꽃만큼 아름답지 않나. 동면에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표식인지 단풍의 고유 색감을 아직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다.아주 잠깐이면 주위에 태동하는 계절을 볼 수 있는데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록 위안거리를 스스로 거부하게 된다.세상이란, 인생이란 앞이, 미래가 모든 이치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