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10

기억도 바랜 경주_20240114

기나긴 휴가의 첫 여정은 경주에서 시작했다. 경주... 10년도 훨씬 넘은 경주에 대한 기억은 첫 관문 격인 경주 채색이 명확한 고속도로 톨게이트만 선명할 뿐, 도로를 달리면서도 다른 기억은 전혀 없어 당혹스러웠고, 그로 인해 외곽도로를 주구장창 달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시청 방면으로 향했다. 초등 시절 수학여행의 고정 레파토리가 경주였었고, 2007년에 업무로 잠깐 살았던 걸 제외한다면 경주는 거쳐가는 관문이었으며, 그나마 친구들과 감포에 종종 들렀던 때도 90년대 후반이었던 걸 감안한다면 그 기억이 명징하게 남아 있는 것도, 경주가 전혀 바뀌지 않은 것도 더 이상한 게 사실이라 어쩌면 당시 순간의 기억이 정상인 게 맞겠다. 시청 부근 뚜레쥬르에 들러 간식을 마련하고 파편화된 기억을 더듬어 경주역 앞..

기본기에 충실한 순대국, 영월 서부순대_20200204

영월에서 확실히 눈도장 찍은 곳은 영월시장 닭강정, 상동막국수와 더불어 확실한 삼각편대인 순대국밥 되시겠다.도사곡휴양림에서 나와 곧장 영월로 왔지만 아무리 정평난 어라연 여행도 속이 든든해야 지대로 감상하지 않겠나. 처음 들렀을 때는 불친절한 건 그렇다치더라도 반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한국말이 어눌한 사람이라 시간 문제를 갖고 조급하게 판단해서는 안될 거 같아 그냥 그러려니 넘기면 구수한 순대국이 바로 등장한다. (금강산도 식후경, 양은 적지만 내용은 실한 순대국_20191023) 휴업이나 밤늦은 시각에 도착하면 이용할 수 없다는 걸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여기서 한 끼 정도는 뚝딱 해결한다.

금강산도 식후경, 양은 적지만 내용은 실한 순대국_20191023

22일 칼퇴 후 바로 영월로 직행, 도착했을 무렵 6시가 조금 넘었음에도 이미 어둑했고, 영월은 주중이라 그런지 한산했다.이번 여정은 상동을 거쳐 산길을 경유하여 만항재 하늘숲길 가을 정취를 느껴보고, 그 다음날은 영양 생태숲으로 세부적인 계획까지 감안한다면 동선이 꽤 길어 조금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뒤따랐다.그래도 한 달 전부터 벼르던 일이라 첫 여행의 출발점인 영월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 이른 아침에 재래시장으로 가서 든든한 식사로 순대국을 줍줍했다. 아침 최저기온이 줄곧 섭씨 10도를 웃돌다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 날이라 체감 온도는 더욱 춥게 느껴져 몸이 잔뜩 움츠러 들었는지 따끈한 국물이 구미에 당겼고, 더불어 여기까지 왔는데 시장 음식은 필수 아니겠어!중앙 시장 인근에 주차하느라 동..

춘양에서 잠시_20190714

각자 집으로 가는 날이라 귀찮은 식사 준비는 제외하고 춘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유래와는 다른 의미지만- 시골 장터에 대한 부푼 기대도 있었건만 막상 도착해서 둘러 보자 전체가 조용했다.한 분 말씀이 휴일과 장날이 겹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때마침 쏟아지기 시작한 호우로 구경이고 뭐고 할 것 없이 후딱 식사를 마치고 바로 헤어졌다. 억지 춘양격의 고향. 호우가 조금 지체 되었더라면 좀 더 많은 사진을 찍었겠지...만 만사가 귀찮아졌다. 식사를 하러 찾던 중 갑작스런 호우로 그냥 영업하는 식당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식당의 후문에 이런 처마가 있고, 거기에 제비 한 마리가 날아와 비를 피하고 있다. 잠시 호우가 소강 상태로 접어 들었을 때 장터 뒷편으로 쉼터와 작은 광장이 보여 거..

여주에서 만난 야경_20190523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남한강변으로 차를 몰아 여주 시내가 보이는 한강의 너른 고수 부지에 산책을 하며 야경을 즐겼다.산책로를 따라 느긋하게 걷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이지만 그 길을 버리고 강 가까이 비포장길을 걸으며 마땅한 데를 찾아 간이 의자를 펼치고 야경을 감상하는데 때가 때인 만큼 날벌레들이 가느다란 빛을 보고 모여 들었다.장노출할 의도라 비교적 긴 시간 머무르며 셔터를 노출 시켜 둔 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문명의 빛을 바라보는 내내 평온한 기분이다.크게 화가 날 일도, 함박 웃음을 터뜨리던 일도 단편적으로 파편화된 기억 마냥 떠오르지만 당시와는 달리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는 걸 보면 순간의 감정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닌가 싶다.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닌 일에 본질을 잊고 팔팔 끓어 ..

오래된 정겨움, 여수_20190116

여수란 도시는 제법 넓다.왜 그런고 하니 파편화 때문인데 과거 여천과 합쳐져 사이즈는 꽤 큰데 적재적소에 위치한 산이 도시를 파편화 시키면서 이동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편하면서 헤메는 수고로움을 덜어 낼 수 있다.게장 동네에서 조금 늦었지만 점심을 해결하고, 처음으로 버스를 이용해 다음 목적지로 잡은 해양공원과 고소동 벽화마을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곧장 한 번에 가는 차편이 없어 서시장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건너가 환승을 하는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시장에 내려 북적대는 도로와 사람들 사이에서 버스를 기다린다.큰 봇짐을 지어 매고 같은 버스를 타는 어르신 물품을 대신 들고 차에 오르는데 빈 소쿠리 더미라 양에 비해 무게는 홀가분하다. 버스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목적지인 해양공원, 특히 밤바..

시골 장터_20180907

세속을 떠나 봉화로 가는 길.길 곳곳에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계절과 혁명은 길을 따라 전이 된다고 했던가!이왕 콘크리트 가득한 회색 도시를 벗어난 김에 시골 장터에 들러 뿌듯한 눈요기 거리도 한봇짐 챙겨야겠다. 봉화로 가던 길에 필연의 코스인 영주에서 앞만 보며 달리던 시선에 긴장을 풀자 덩달아 가을 하늘이 반긴다. 터미널 고가를 지나며. 찾아간 날이 봉화장날이라던데 역시 시골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장날이지만 이미 마무리 되는 분위기라 한적하다. 장터 갔으니까 시골 국밥 한사발 땡겨야지.국밥을 비우는 사이 장터 지붕 너머 붉은 노을이 하늘을 장식한다. 시골 하늘에 노을은 더 뜨겁다. 해가 저물자 이내 밤이 되어 버렸다.

까까머리 학창시절을 떠올리며_20180118

오래 살던 시골 동네를 등지고 다시 도심에서 생활을 시작한 순간부터 군 복무 후 까지 9년 여 기간 동안의 시절이 각인된 추억의 장소를 찾기엔 그리 망설임도, 많은 거리를 이동할 필요도 없었다.물론 처음부터 걸어서 10여 km 이상을 이동했지만 생각보다 피로도가 쌓이지 않았고, 차가 아닌 도보의 장점으로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된 골목길을 이용할 수 있어 이동 거리도 적었다.2017년 11월 30일 이후 추억 산책이라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건 아니지만, 앞서 하루를 보낸 추억 산책이 나쁘지 않았고, 이왕 마음 먹은 김에 시간이 허락될 때 마음 편하게 즐겨보자는 의미에서 강행을 했다. 추억에 따른 시간 순서대로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경우 도보 거리가 지그재그로 뒤섞여 도중에 지치고 시간도 많이 걸릴 ..

낯설던 예천과 친해지다_20170901

애시당초 가족 여행이라고 계획했던 조령산 일대가 누님 식구의 권유로 예천을 들리잔다.예천은 몇 번 지나 다니긴 했어도 들린 적은 한 번도 없고 한반도 지형의 회룡포 정도만 아는 정도로 지식이나 지인이 전혀 없는 상태라 철저하게 네비에 의존해 기대감만 챙겨 떠났다.점심은 누님 식구가 지난번에 들렀던 예천 변두리의 맛집이 있다고 해서 초간편식 아침으로 때우고 서둘러 출발했다.왜냐하면 경북도청 신청사, 효자면 한천 골짜기, 예천 일대를 둘러 보는 광범위한 계획을 잡아서 동선이 꽤나 길고 처음부터 하루는 이 일대를 다니기로 계획했기 때문이었다.물론 내 방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예천나들목과 가까운 이 외갓진 곳에 꽤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 하나를 찾아간다고 제법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옆에는 마치 펜션과 같은..

20140524_진주

진주 촉석루는 들려 줘야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겠나?이쁜 도시에 비해 초행길을 운전하는 입장에서 양보 받기는 쉽지가 않아 진땀은 좀 흘렸어.얌전한 사람들과 아예 험악하게 양보할 틈조차 주지 않는 사람들이 극단적이라 몇 블록 지나쳐 버리기 일쑤 였는데 그래도 밥은 먹어야제.도심가 한가운데 알차게 들어선 진주중앙시장 안에 제일식당이 무지 유명하다더라. 주말치곤 좀 이른 아침인데도 역쉬 재래시장은 사람들이 참 많구먼. 시장 안으로 좀 걸어 들어가면 이 진주중앙시장 간판이 보이네.어때?적당히 옛날 생각에 뽐뿌질하는 간판 아닌가?난 친숙하기만 하는데다 어릴 적 시장 입구에 있던 낡은 간판이 새록새록 어릴적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해 주는구만. 안 쪽에 있는 제일식당인데 여긴 메뉴가 딱 하나여. 바로 요 우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