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20140524_진주

사려울 2014. 5. 28. 01:31

진주 촉석루는 들려 줘야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겠나?

이쁜 도시에 비해 초행길을 운전하는 입장에서 양보 받기는 쉽지가 않아 진땀은 좀 흘렸어.

얌전한 사람들과 아예 험악하게 양보할 틈조차 주지 않는 사람들이 극단적이라 몇 블록 지나쳐 버리기 일쑤 였는데 그래도 밥은 먹어야제.

도심가 한가운데 알차게 들어선 진주중앙시장 안에 제일식당이 무지 유명하다더라.



주말치곤 좀 이른 아침인데도 역쉬 재래시장은 사람들이 참 많구먼.



시장 안으로 좀 걸어 들어가면 이 진주중앙시장 간판이 보이네.

어때?

적당히 옛날 생각에 뽐뿌질하는 간판 아닌가?

난 친숙하기만 하는데다 어릴 적 시장 입구에 있던 낡은 간판이 새록새록 어릴적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해 주는구만.



안 쪽에 있는 제일식당인데 여긴 메뉴가 딱 하나여.



바로 요 우거지 괴기국 뿐이대.

이 맛이 처음엔 좀 싱겁기도 하고 밋밋한 거 같은데 쳐묵쳐묵하다 보니 화학조미료 냄새도 안나는 것이, 내 좋아하는 무청이 가득한 것이 딱! 내 입맛이라는 거 알랑가 몰러.

양이 많은건 아니다 싶어 국물까지 후루룩하고 이제 갈 길 가볼련다.



드뎌 촉석루!...에 갈려다 걍 남강 건너편에서 찍어 버렸어.

그 도도한 강물이며 바위들과 어우러진 촉석루를 보니 그 절개는 안 봐도 올빼미 눈이여.

역사와 전통이 있어도 정갈히 가꾸고 보존한 덕인지 사진빨 팍팍 오르두만.



첨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거 같았는데 잠시 시간이 지나 어디서 견학 왔는지 얼라들 우루루 몰려 오고 관광객들도 점점이 들어서더라구.





뭘 열심히 설명하고 듣더니 가버리고 또 다시 새로운 사람들이 오는데 망원으로 잔뜩 당겨 보니 바위도 한 인물하지만 그 바위에다 적어 놓은 메시지도 뭔 뜻인진 몰라도 필체가 간지 쫘르르 흐르고.



햇살이 원캉 강해서 촉석루 아래로 사람들이 몰리는데...

어쩜 바위에 이런 진주성과 누각을 만들었는지 대단하다 싶어.




그 당시엔 삶을 방어하는 보루였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풍채 당당한 역사의 산 증인이 되셨으니, 게다가 넓직한 남강의 자태도 이에 질세라 한 몫하다 보니 금새 왔다가 가려는 내 발목을 단단히 붙들고 놔주질 않아.

이 모든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가공한 작품일 건데 이국적이고 광활한 규모에만 감탄사를 연발할 게 아니라 이런 소박한 아름다움에도 감탄사는 아끼지 말아야 겠더라구.




그 촉석루 옆에 남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도심가가 있는데 좀 어울리진 않지만 남강의 조경은 멋있더라.



한 동안 그 품새를 이래저래 본다고 자리를 옮겨서도 사진 찍어 대곤 했지만 어디 이거 뿐이겠냐!




이거 보이지?

촉석루에서 남강 맞은편엔 이런 대쪽 같은 대숲이 있는데 여기서 사진을 찍었던거야.

여기는 마치 `죽엽에 스치는 바람 소리 들으며 천천히 놀다 가이소'라고 속삭이는 듯 해서 좀 걷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했지.

촉석루 사진도 여기서 찍은 건 비밀로 하고...



근데 이런 난쟁이 똥바가지 같은 경우도 있어.

이거이거 이런 멋진 풍경을 감상만 할 것이지 쓰레기를 거기다 버리는 쓰레기들은 뉘야!

나중에 어떤 할머니께서-진주 공무원 삘- 내가 사진 찍노라니 얼릉 주워 가시더라.

이거 버린 쓰레기들, 그리고 아무데서나 쓰레기 버리는 쓰레기들과 남 배려 안 하는 쑤레기들! 너네들은 양심이라곤 개미 똥꼬만큼도 없냐!!! 열 받어.




이제 열 삭히고 열린 뚜껑도 좀 닫아야지.

멋진 대숲에서 도로를 건너니까 7~80년대 동네 같은 골목이 보이더라.

마치 타임머신 타고 그 시대로 간 착각이 들더라구.

사람 한 명 지날 정도로 좁은 골목을 들어가 봤더니 대문도, 높은 담벼락도 완죤 그 당시 분위기야.



음습한 거 같지만 전혀 무섭지 않은 골목을 한참 서 있다가 그 동네도 둘러 봤는데 양철 대문과 자그마한 화단까지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걸 보니 시간이 거꾸로 흘러버린 착각도 들고.

정말루 그 때 그 시절 모습이 지대루 재현된, 아니 그대로 간직된 모습이었어.

꼭 멋진 것만 구경할만큼 내 눈은 높지 않거든.

이건 어찌 보면 사람 살아가는 `맛'인게지.



그 동네에 집 한채 정도 넓이의 공터는 이 꽃 천지 였어.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따라 이 꽃도 궁뎅이를 흔들어 대는데 뭔가에 중독된 느낌이 들어 자세히 보니...깜놀!

꿀벌이 욜라 바쁘게 작업 중이신데 그걸 몰라 뵜으니 화 낼까 무섭더라구.

가까이서 작업에 몰입 중이신 꿀벌을 담아 봤는데 꽃가루가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도 모르고 여기 갔다 저기 갔다하며 일만 하시는게야.

마음 같아선 청소기로 쫌 털어주고 싶었는데 참았스.


이번 진주행이 쉽진 않단 걸 알아.

그래서 도심가에서 커피도 마시며 별 여유를 다 부렸는데 항상 여행을 가게 되면 설렘과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애.

반응형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525_비 오는 날, 독산성 산책  (0) 2014.06.01
20140524_남원  (0) 2014.05.28
20140522_용평과 도암  (0) 2014.05.27
20140517_주말 밤 풍경들  (0) 2014.05.22
20140517_주말 낮 풍경들  (0) 201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