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89

순천 다녀 오는 길_20191108

작년 함께 캠퍼스를 밟았던 학우들 만나러 순천을 갔다 걸판지게 마시고 완전히 새 됐다.워낙 뚝배기 같은 학우가 순천과 곡성-이 형은 10월에 전주에서 만났지만-에 살아 한 달 전부터 약속을 잡았는데 창원에 사는 학우도 꼭 참석하겠다고 해서 서울, 곡성, 순천, 창원에서 가장 모이기 쉬운 장소를 순천으로 결정 했고, 주말에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저녁에 도착하자 마자 들이 마셨다.순천, 창원 학우는 꾸준하게 연락하며 지냈지만 1년 만에 처음 본 거나 마찬가지.일 요일에 순천을 좀 돌아다니며 사진은 전혀 찍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텅빈 순천역 광장에 서서 빠듯하지만 남는 미련을 삭히지 못하고 뒤돌아서 둘러 봤다.얕은 비를 뿌린 전날의 여운이 남아 세찬 바람과 함께 잔뜩 흐리다. 덜컹이..

일상_20191115

이른 귀가에 맞춰 아마도 이번 가을의 마지막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은 이 구도에 서서 우산을 쓴 채 한 참을 서 있었다.어느새 사라진 멋진 컷의 아쉬움과 함께 시간이 훌쩍 지나 벌써 올해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허전함도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다. 절정의 가을과 달리 이미 낙엽이 되어 앙상한 가지만 남아 구슬픈 빗줄기가 달래 준다. 가을을 향기롭게 만들던 단풍도 이제 이 비가 그치고 찬바람이 불면 낙엽이 될 운명이다.꽃은 후각이 향그롭지만 단풍이 시각이 향그롭고, 그에 더해 기억 속에 추억을 향그롭게 만든다.그래서 가을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세교 고인돌 공원과 동탄 탄요 공원의 가을_20191107

하얀 갈대가 가을의 파도가 되어 넘실 대던 날, 세교 고인돌 공원의 갈대밭이 떠올랐다.생각해 보면 처음 세교 신도시가 개발되어 금암초등학교 일대가 가장 먼저 번화 하던 때에 가끔 찾곤 했었다.신도시의 전형적인 수순처럼 초기의 텅빈 모습과 달리 주변 공원은 미리 자리를 잡고 있어서 마치 혼자 만의 공간인 양 착각이 들 만큼 활보하고 다녔다.(세교신도시 가을 갈대밭) 역시나 첫 인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바람에 나풀거리는 갈대밭이었다.너른 잔디 너머 한눈에 봐도 가장 먼저 하얀 갈대가 적당히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 대며,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화사한 볼거리를 제공해 줬다. 하루 해가 거의 넘어갈 무렵 서산에 석양이 걸려 있고, 쏟아지는 햇살을 갈대는 산산이 부수어 하얀 빛세례를 퍼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