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 75

일상_20241010

해가 일찍 기울어 낮이 부쩍 짧아졌다.불과 9월 9일에 방문했었는데 한 달 차이로 비슷한 시각에 완전 다른 세상이었고, 끈질긴 폭염으로 옷차림이 간소했던데 반해 한 달 차이로 바람살은 부쩍 차가워져 얇은 코트 하나 걸쳐도 찬바람에 실린 한기가 온몸을 짓눌렀다.지난번엔 테마공원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놓고 저수지 댐으로 올라왔었고, 이번엔 아예 댐이 있는 주차장으로 곧장 향했는데 들어오는 길이 꼬여 첫 번째 들어간 길에서 돌려 나와 다른 길로 접어들었지만 역시 댐 방향이 아닌 호수 전망의 비교적 큰 카페가 나와 하는 수없이 부근에 주차한 뒤 출렁다리를 건너 댐으로 향했다.땅거미도 거의 사라진 호수 너머의 하늘.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뺨을 스치는 저녁 바람은 제법 차가웠고, 간간히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이른 추위로..

작은 화원이 품은 카페, 진천 뤁스퀘어_20230923

발음이 좀 어려운데 반해 내부 분위기는 신선한 뤁스퀘어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사우가 추천하여 퇴근 후 함께 찾았다.앞서 산자락 초입에 걸쳐진 스몰콤마와 달리 여긴 허허벌판에 나지막하게 들어선 카페로 주차장에 주차하고 첫 대면에선 컨테이너 하우스를 이어 붙여놓은 인상이었는데 막상 내부로 들어서자 전혀 다른 규모의 비교적 너른 실내에 작은 정원이 자리 잡았고, 그 정원에 카페 테이블이 비집고 들어간 모양새였다.회사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바로 왔건만 확실히 낮이 부쩍 짧아져 벌써 어둑해지려 했다.허허벌판에 아주 살짝 솟은 구릉지대 같은 지형에 도로에서 접어들면 잡초가 무성한 공터와 같아 여기가 맞나 싶었지만, 길 따라 들어오면 된다는 작은 입간판을 믿어 보기로 하고 더 진행하자 테슬라 슈퍼차저가 가장 먼저 맞이했..

일상_20240922

한 주가 지나지 않았는데 한가위 연휴에 그리도 사람을 괴롭히던 폭염은 순식간에 물러나고 그토록 바라던 전형적인 가을이 다가왔다.전날 이케아에 갔다 기운이 쏙 뽑혀 늦잠을 자고 일어나 뒤늦게 산책을 나서 맨발 걷기의 메카가 된 반석산으로 향했고, 겁나 쾌적한 날씨 속에서 만 보를 훌쩍 넘겨도 피로감을 느낄 수 없었던 천국에 있었다.폭염이 불과 며칠 전이라 갑자기 북녘에서 밀려온 서늘한 바람이 밤에는 상대적으로 춥게 느껴졌건만 활동을 시작하자 최적의 기온으로 맞춰졌고, 게다가 적당한 구름이 햇살을 가려 외출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가을하늘은 언제 봐도 감동이란 단어를 능가할 그 어떤 표현도 생각나지 않았다.그만큼 눈을 뜨고 활동하는 자체로 행복의 달달함이 느껴질 정도였다.반석산에 오르자 금요일 밤부터 전날 ..

시골 산자락의 포근한 분위기 카페, 진천 스몰콤마_20240920

정말 이쁜 카페를 진천에서 만났다.요즘 죽이 잘 맞는 회사 사우를 따라 진천의 이쁜 카페로 출발하여 도착할 무렵, 극명하게 짧아진 낮을 실감 하며 카페로 들어서는데 일몰 후의 여명이 잘 어우러져 카페가 어찌나 이쁘게 자리 잡고 있는지 조금 감탄사를 뱉긴 했다.그런데 19시 반까지 오더를 받는다고!가을 어스름 아래 말끔히 단장한 카페의 모습은 이쁘다는 말 외엔 그리 대체할 만한 표현 방법이 없었고, 시원스런 통유리창 너머 따스한 불빛과 널찍한 공간 배치, 거기에 맞춰 편하게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찰떡궁합이었다.내부에 들어오자 밖에서 보던 톤과 달리 조금 차갑긴 해도 나무와 아이보리가 적절히 조합을 이룬 포근한 분위기가 가장 먼저 느껴졌다.2층도 있긴 했지만 영업 마감이 임박하여 이용할 수..

여름과의 숙연한 작별, 안성 칠장사_20240910

진중한 사찰의 저녁, 안성 칠장사_20240902칠장사는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로 399-18에 위치한 칠현산 자락의 고찰.조선 영조 9년(1773년)에 간행한 칠장사 사적비(事蹟碑)에 의하면 고려시대 혜소국사에 의해 중수된 기록이 있으나 초창meta-roid.tistory.com지난주 방문했을 당시 무거운 구름을 떠받들던 산자락이 이번엔 진공의 하늘을 떠받들어 지루한 폭염의 일탈을 천상의 바다에 담갔다.구름 한 점 없는 세상은 마치 우주를 동경이라도 한 건지 흙먼지로 날리는 소음은 사라지고 멍한 망울처럼 고요하기만 했다.한 주 지나 확연히 짧아진 대낮은 폭염만 남겨놓고 냉정하게 돌아서서 서녘 칠현산과 칠장산을 넘기 시작했다.덩그러니 남은 문 앞에서 칠장사로 향하는 걸음이 그로 인해 조급해졌건만 마음은..

진천혁신도시의 한적한 전망 맛집, 선옥보리밥_20240910

한 때는 회사 사우에서 이제는 사회 형제로 반년 정도만에 만나 식사를 나누기로 했던 날, 그 친구가 둥지를 튼 혁신도시로 향했다.하루 종일 가을을 예고하는 빗방울이 이어지다 퇴근 무렵엔 만남을 응원해 주는지 빗방울이 가늘어져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인간관계에서 꽤나 신중하고 성의를 다하는 동상이라 약속 장소에 꽤나 만전을 기했을 터, 아니나 다를까 혁신도시 남단 길게 늘어선 산무리 사이 한적한 장소를 섭외했었는데 지도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막상 그 자리에 서자 혁신도시와 일련의 산무리 사이에 우뚝 선 지형이라 일대 전망은 꽤나 좋았다.물론 그런 전망을 감상하느라 사진은 거의 남기지 않았지만.식당에 도착했을 무렵 소강상태던 빗방울이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는데 그까잇꺼 몇 방울 비 맞는 것 쯤이야.조선..

창원 도심의 말끔한 고수부지, 창원천_20240410

해가 지고 난 뒤, 땅거미 아래 도심은 어설픈 조명이 켜지고 꺼졌다.그에 맞춰 의식의 불을 끄고 본능이 닿는 대로 걸으며 이 땅에 발을 들이고 움튼 자연의 태동과 그들의 저마다 뿌리내린 자리에서 단잠을 청했다.그 일상이 때때로 체감하기 힘든 평온으로 화답할 때, 자각하지 못한 행복이 아니었을까.간편한 저녁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아직 남은 하루의 빛을 찾아 가벼이 도보 여행을 했다.작은 하천변 촘촘히 올라오는 신록의 태동 사이로 걷다 어느새 하늘과 지상의 불빛이 교대하는 틈의 소소한 아름다움이 보였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 사람들과 뒤섞여 지친 가운데 안식의 그림자로 빨려 들었다.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환한 공원을 걷노라면 남녘 이른 봄을 읽으며 다가올 봄의 정점도 예측할 수 있었는데 그로 인해 ..

벚꽃 절정의 임실_20240408

산벚꽃과 가로수 벚꽃이 특히나 조화롭던 전주와 임실 구간.떨어지기 시작한 꽃잎보다 아직은 세속에 대한 집착이 남아 흥얼거리는 바람에도 가지에 달라붙어 살랑이는 꽃잎이 더 많아 보고만 있어도 바람처럼 흥겨웠다.사람들이 떠나간 공원은 불빛 그득 밤이슬과 함께 지저귀는데 그 가운데 걷던 시간이 치즈처럼 고소한 여운만 남는, 그런 친숙하고 달달한 임실에서의 밤이었다. 부쩍 해가 길어져 6시가 넘었음에도 활동에 전혀 불편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환했다.내려오는 길에 한적한 완주순천고속도로를 갈아타 전주를 지날 무렵부터 좌측 산간지대 산벚이 어찌나 이쁜지 속도를 줄여 천천히 달려오는 바람에 그래서 6시가 훌쩍 넘었는데 급한 장실 볼일로 임실을 통과하는 순간 영업소를 방문했고, 급한 불을 끄자 다시 화사한 벚꽃이 눈에..

장엄한 석양을 담은 봉화 축서사_20240407

붉은 석양이 질 때면 아쉬움도 붉게 타들어간다.그럼에도 밤이 지나 다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진리로 인해 오래 머무르지 않고 내일을 기다린다.석양 맛집에서 아쉬움을 털고 땅거미 등에 염원을 실어 날린다.더불어 문수산에 둘러 쌓인 사찰에 첫 발을 들이는 순간 장엄해지는 기분에 습관처럼 감탄사를 뱉게 된다.3대 청정탄산약수와 축서사를 품은 문수산(높이 1,205m)은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개단리, 춘양면 서벽리, 봉성면 우곡리에 걸쳐 있다. 백두대간 옥돌봉에서 남동쪽으로 안동의 학가산까지 뻗어가는 문수지맥의 산으로 봉화의 진산(鎭山:도읍지나 각 고을에서 그곳을 지켜주는 주산으로 정하여 제사 지내던 산)이다. 신라시대에 강원도 수다사에서 도를 닦던 자장 율사가 태백산을 찾아 헤매던 문수보살이 이산에 화현(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