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 65

일상_20190629

늑장을 부리는 장마 대신 보슬한 비가 나풀거리던 주말, 반석산에 올라 둘레길을 따라 비가 지나간 궤적을 되밟아 본다. 개망초 꽃길을 지나. 매력적인 독버섯.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가까워질 무렵 산딸기 군락지가 있다. 벌써 밤송이가 맺혔다. 벤치로 제2의 생을 보내고 있는 나무. 뭔 사연이 있길래 나무가 이렇게 자랄까?같은 나무일까, 아니면 다른 두 개의 나무가 함께 자라는 걸까? 하늘을 향해 아득하게 가지가 뻗은 나무. 이 꽃은 뭐지?엷은 비에도 벌 하나가 그 매력에 푹 빠져 있을 정도다. 장미 꽃잎에 피어난 보석 결정체. 산딸기 군락지에 아직 남아 있는 산딸기의 볼그스레한 열매가 탐스럽다.어느 젊은 여성이 수풀 사이에서 뭔가를 조심스레 따먹길래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산딸기를 열심히 줍..

무심한 시간의 파고에서 꽃이 피다_20190608

월류봉에서 석양이 넘어갈 무렵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가족 한 명을 제외하면 전부 서울 인근이라 함께 차로 이동할 수 없는 한 사람을 위해 황간역에서 덜컹대는 무궁화호를 이용하기 위해 배웅에 나섰다.황간까지 왔는데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동해식당에서 다슬기전과 탕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열차 시각에 맞춰 황간역에 도착했다.(숨겨진 다슬기 해장국 고수_20190305)전형적인 시골 기차역이라 규모에 비해 너른 광장에 다다르자 생각보다 많은-대략 10명 이상?-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나머지 그와 비슷한 수의 사람들은 마중을 나왔다.기차역에 들어서기 전, 광장에 유물과도 같은 것들이 멋진 조경의 일부가 되어 자리를 하나씩 꿰차고 있는데 한적한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구시대의 상징인 시골 열차역..

석양과 달이 머무는 자리_20190608

도마령을 넘어 길게 뻗은 구부정길을 따라 황간에 도착했다.절실 했던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황간을 몇 바퀴 돌다 아쉬운대로 파리바게트에서 몇 사발 들고 도착한 황간의 명물, 월류봉은 예상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북적대는 곳이었다.관광버스가 들어오는가 싶더니 공간을 메운 인파가 북적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많던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이내 다시 인파가 들어서길 몇 번 반복하는 사이 해는 서서히 기울며 머물러 있던 낮도 사라져 갔다.한 자리를 잡고 2시간 정도 앉아 마저 남은 커피를 비우며 남은 이야기도 비웠다. 홀로 우뚝 솟은 월류봉의 끝자락을 부여 잡은 월류정과 그 바위산을 단단히 부여 잡은 초강천이 함께 어우러진 월류봉은 그 일대가 그림 같은 곳이다.힘들게 이 먼 곳까지 찾아온 사람들이 건져..

긴 여름의 시작_20190601

동탄호수공원에서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이미 시간은 6시반을 훌쩍 넘겨 호수를 시계 방향으로 돌며 길이 더 꼬였고, 7시가 넘어 만나게 되었다.호수 주변에 꾸며진 공원의 테마는 제각각 달라 지루할 틈이 없었고, 걷기 알맞은 날씨라 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았다.불과 초봄에 왔을 때만 해도 호수는 텅비어 있고 공원엔 싸늘한 바람만 불었는데 그게 얼마 지났다고 완전 다른 세상의 풍경이다. 호수변 수변생태식물? 늪지? 같은 곳으로 진입해서 통화를 하며 걷는데 서로 이야기 하던 종착지가 달라 거기로 걷는다는 게 또 다시 다른 방향으로 걷게 되었고, 그럼 한 사람이 자리를 잡고 내가 찾아가는 게 수월하다고 판단하여 호수를 반 바퀴 돌아 약속 장소에 조우했다.호수 서편에 위치한 레이크자이 테라스하우..

일상_20190413

한 주 지나 찾은 오산천 산책로는 예견대로 벚꽃이 만발 했고, 거기에 맞춰 인파가 북적였다.오산천엔 물이 흐르고, 산책로엔 인파가 뒤섞여 흐르는 곳, 그곳으로 걸어가 함께 인파에 섞여 발길이 닿는대로 흘러 다녔다. 나루마을 인근에 산책로 초입부터 벚꽃을 찾은 사람들이 북적인다.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아니면 홀로 찾은 사람들로 다양하게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하나 같이 사진을 찍으며 심취한 표정이다.일 년 중 아주 잠깐 만날 수 있는 날인 만큼 일시에 사람들이 몰리는데 가을에 단풍이라면 벚꽃에 비해 꽤 오래 볼거리를 유지하지만 벚꽃은 화려하게 폈다 어느 순간 급격히 꽃잎이 떨어지며 사그라들어 사람들의 애간장을 더 태운다. 봄이라고 해서 벚꽃만 있는게 아니다.하지만 벚꽃만큼 화사한 봄의 전령사가 또..

올해 마지막 여정, 계명산_20181230

2018년의 햇불도 거의 꺼져 가는 연말 즈음 치열 했던 한 해의 조용한 마무리를 위해 도시를 떠나 인적이 뜸한 충주 계명산으로 떠났다.먼 발치에 문명의 불빛은 밤새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이미 소음은 거대한 호수와 빼곡한 숲에 상쇄되어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고, 적막이 깔린 공간의 산과 호수가 만나는 세상에 불청객인 양 끼어 들어 고요한 그들의 대화를 엿 들어 본다.간헐적으로 지나가는 바람과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한 새소리가 꾸밈 없이 생생하게 들리는 이 진솔함을 얼마 만에 들어 봤던가? 늦게 출발한 궤적으로 계명산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하여 산이 늘어뜨린 그림자가 꽤나 많은 세상을 삼킨 뒤였다. 머뭇거리는 사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일몰이 가속도가 붙어 간단한 차림으로 통나무집을 나..

일상_20181229

전형적인 겨울살껴 입으면 둔해지고 간소하면 추위가 애워싸고얇은 두 겹의 옷으로 나름 무장을 한 뒤 걷자 이내 땀이 솟는다.여우바람이 잦아든 주말이라 텅빈 거리엔 북풍이 남기고 간 싸늘한 정적 뿐이다. 호수엔 겨울왕국이 펼쳐졌고, 길가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벤치가 고독을 떠받친다.여전한 겨울의 위세.연말은 이렇게 차디차게 다가온다.

시골 장터_20180907

세속을 떠나 봉화로 가는 길.길 곳곳에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계절과 혁명은 길을 따라 전이 된다고 했던가!이왕 콘크리트 가득한 회색 도시를 벗어난 김에 시골 장터에 들러 뿌듯한 눈요기 거리도 한봇짐 챙겨야겠다. 봉화로 가던 길에 필연의 코스인 영주에서 앞만 보며 달리던 시선에 긴장을 풀자 덩달아 가을 하늘이 반긴다. 터미널 고가를 지나며. 찾아간 날이 봉화장날이라던데 역시 시골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장날이지만 이미 마무리 되는 분위기라 한적하다. 장터 갔으니까 시골 국밥 한사발 땡겨야지.국밥을 비우는 사이 장터 지붕 너머 붉은 노을이 하늘을 장식한다. 시골 하늘에 노을은 더 뜨겁다. 해가 저물자 이내 밤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