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83

가을이 떠나는 정취, 낙엽비_20241126

본격적인 추위와 함께 일기예보에선 폭설을 동반한 첫눈이 내릴 거란다.예년과 비교해 보면 첫눈의 지각이었지만 출퇴 오너드라이버 입장에선 배드 뉘우스고, 인생의 추억 쌓기엔 굿 뉘우스라 양감이 교차한다는 게 바로 겨울 눈발 아니긋나.첫눈이 몰고 오는 추위는 얼마나 매서우려나 싶어 낮에 잠시 시간 내어 걸었는데 가을 미련을 떨친 낙엽들이 세찬 바람에 낙엽 소낙비가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사무실에서 별생각 없이 있다 밖을 나오자 거의 태풍급 세기로 불어닥치는 바람은 뺨을 두드릴 때면 숨도 들이켜기 쉽지 않을 만큼 매서웠는데 나뭇가지에 얼마 남아 있지 않았던 이파리들은 앞을 다투어 낙엽이 되어 경쟁적으로 허공을 떠다녔다.길이 끝나는 삼거리 교차로에 다다르자 낙엽비는 거의 소낙비 수준으로 자욱하게 떨어졌는데 잠시 서..

단아한 주왕산 계곡, 절골_20201111

이미 가을은 떠나고 머물다 간 흔적만 공허하게 남아 무심히 불어오는 바람에 희미해져 가는 내음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을 버리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계곡은 간헐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의 모였다 이내 흩어지는 메아리만 수직 절벽 사이로 금세 사라진다. 자연이 아닌 인위적으로 이런 기이하고 미려한 솜씨를 발휘할 수 있을까? 낙엽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젖지 않고 수면 위를 유영하는 형형색색 이파리를 보노라면 일그러진 수면이 다시 평온한 모습을 찾듯 안타까움은 시간의 동정을 기대하긴 어렵다. 태고적부터 무던히 인내한 자연의 현재 모습은 지금까지 조급 했던 내게 한시도 가르침을 게을리하지 않는 위대한 스승과 진배없다. 단 하루의 짧은 밤이 못내 아쉽지만 그렇게 몸 기댄 안락함에 감사를 드리며, ..

일상_20191115

이른 귀가에 맞춰 아마도 이번 가을의 마지막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은 이 구도에 서서 우산을 쓴 채 한 참을 서 있었다.어느새 사라진 멋진 컷의 아쉬움과 함께 시간이 훌쩍 지나 벌써 올해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허전함도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다. 절정의 가을과 달리 이미 낙엽이 되어 앙상한 가지만 남아 구슬픈 빗줄기가 달래 준다. 가을을 향기롭게 만들던 단풍도 이제 이 비가 그치고 찬바람이 불면 낙엽이 될 운명이다.꽃은 후각이 향그롭지만 단풍이 시각이 향그롭고, 그에 더해 기억 속에 추억을 향그롭게 만든다.그래서 가을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세교 고인돌 공원과 동탄 탄요 공원의 가을_20191107

하얀 갈대가 가을의 파도가 되어 넘실 대던 날, 세교 고인돌 공원의 갈대밭이 떠올랐다.생각해 보면 처음 세교 신도시가 개발되어 금암초등학교 일대가 가장 먼저 번화 하던 때에 가끔 찾곤 했었다.신도시의 전형적인 수순처럼 초기의 텅빈 모습과 달리 주변 공원은 미리 자리를 잡고 있어서 마치 혼자 만의 공간인 양 착각이 들 만큼 활보하고 다녔다.(세교신도시 가을 갈대밭) 역시나 첫 인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바람에 나풀거리는 갈대밭이었다.너른 잔디 너머 한눈에 봐도 가장 먼저 하얀 갈대가 적당히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 대며,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화사한 볼거리를 제공해 줬다. 하루 해가 거의 넘어갈 무렵 서산에 석양이 걸려 있고, 쏟아지는 햇살을 갈대는 산산이 부수어 하얀 빛세례를 퍼붓는다...

가을에 남는 미련과 기억_20191103

아침부터 돌풍에 비가 추적추적 내려 마치 돌아가는 적적함을 날씨가 알아 채고, 위로를 해 주는 것만 같아 살림살이를 주섬주섬 챙기는 기분이 조금 진정은 됐다.다른 곳으로 둘러볼 겨를 없이 고속도로 정체를 감안하여 집을 향해 출발했지만 영동 고속도로 진부IC 채 못간 지점부터 정체가 심각해 잠시 정차된 틈을 타 고속도로 교통정보를 훑어 본 즉슨 유독 영동 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하고 가던 중 벌써 정체 구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그럼 내가 속한 이 정체의 무리가 앞으로 쭈욱 이어지고 갈수록 정체 구간이 길어진다는 건데 진부를 지나 속사까지 정체와 소통을 반복하던 중 차라리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낼 바에 평창을 들리자 싶어 평창IC 부근 정체 무리에 끼어 있다 바로 평창IC를 빠져 나와 평창으로 내달렸다.도로가..

월정사 전나무숲길 가을 사이로_20191102

무척 깊고 포근한 잠을 청하고 일어나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 뒤 커피 한 잔을 내려 손에 들고 창을 열어 젖혔다.만추의 서늘하고 세찬 바람이 요란하게 방충망을 흔드는 소리와 투숙객들이 분주히 차를 몰고 어디론가 바삐 향하는 소리가 뒤섞여 집을 떠나 여행지에 온 기분이 새삼 들었다. 한차례 세찬 바람이 불면서 바람에 실린 낙엽들이 날려가다 하나가 방충망에 걸려 떨어지지 않고 지나는 바람에 파르르 떨었다.비교적 낙엽이 방충망에 단단히 걸려 버렸는지 이후에도 바람에 흔들릴 뿐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매달려 바람 소리에 반응했다.바람을 타고 날아가던 낙엽이 자연스레 걸린 거라 이 장면을 두고 머그잔에 커피가 비워지길 기다렸다 바로 숙소를 나서 영동고속도로와 나란히 뻗어 있는 지방도로를 타고 월정사로 향했다.횡계..

일상_20191101

횡계로 떠나기 전, 아침에 가을을 둘러 보며 설렘을 챙긴다. 손바닥 공원을 찾아 텅빈 공원을 활보하며 남은 가을 자취를 뒤쫓는다.살랑이는 바람에도 낙엽이 떨어지지만 여전히 지각인 가을에 맞춰 옷을 늦게 갈아 입는 나무도 볼 수 있다. 나무 아래 소복한 낙엽과 달리 여전히 나뭇잎은 풍성하다. 자리를 옮겨 가을에 꼭 찾는 구도를 찾았는데 강렬한 햇살을 품고 절정의 가을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었다. 지나는 길에 시선을 피해 꽃망울을 활짝 열어 젖힌 야생화는 언제나처럼 시선을 부러워하거나 시샘하지 않고 묵묵히 피고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