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갈대가 가을의 파도가 되어 넘실 대던 날, 세교 고인돌 공원의 갈대밭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처음 세교 신도시가 개발되어 금암초등학교 일대가 가장 먼저 번화 하던 때에 가끔 찾곤 했었다.
신도시의 전형적인 수순처럼 초기의 텅빈 모습과 달리 주변 공원은 미리 자리를 잡고 있어서 마치 혼자 만의 공간인 양 착각이 들 만큼 활보하고 다녔다.
역시나 첫 인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바람에 나풀거리는 갈대밭이었다.
너른 잔디 너머 한눈에 봐도 가장 먼저 하얀 갈대가 적당히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 대며,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화사한 볼거리를 제공해 줬다.
하루 해가 거의 넘어갈 무렵 서산에 석양이 걸려 있고, 쏟아지는 햇살을 갈대는 산산이 부수어 하얀 빛세례를 퍼붓는다.
갈대가 가장 빼곡한 곳은 움푹 들어간 웅덩이 같은 곳인데 예년의 무성한 갈대에 비해 조금은 빈약한 것 같다.
갈대밭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갈대가 무성 했었는데 이번엔 길 주변 갈대는 미처 빛을 못 본채 사그라든 모양이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서 오르막길로 올라 오산 금암리 지석묘군의 너른 잔디 언덕을 바라보자 듬성듬성 바위가 솟아 있고, 홀로 선 나무 아래엔 낙엽들이 자욱히 깔려 있었다.
잔디 사잇길로 이따금 걷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는데 그런 와중에도 손짓하는 갈대에게 시선을 빼앗기기 마련이었다.
겨울이 오기 전, 이 갈대밭을 기억하고 이 시간을 차곡히 쌓아 둔채 그리워할 사람은 있을까?
너른 공원이지만 한 바퀴를 돌고 나서 이내 자리를 떴다.
동탄으로 이동한 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들른 곳은 나루마을 너머 차량 통행이 불가한 반송교 인근에 들렀다.
만추가 되면 항상 들러 사진으로 담아 두는 곳이 있는데 올해 가을은 좀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몇 번 여기를 들렀다 생각보다 가을이 설익어 돌아간 적이 있었고, 이번은 그나마 만추 풍경이 제대로 펼쳐져 있었다.
가로수 사이에 나지막한 벤치가 있고, 그 벤치 부근에 자욱하게 깔려 있는 낙엽이 고독한 가을의 단상 같아 왠지 지나는 길에 이 벤치에 앉아 잔잔한 락발라드를 듣는 다면 무척이나 어울릴 것만 같다.
다양한 가을색 아래 쓸쓸한 벤치의 풍경이 가을 정취가 물씬하거든.
마지막에 들른 곳은 동탄 국제고 뒷편 탄요공원이었다.
한 때 자전거를 이용해 동탄 곳곳을 여행하던 시절(?)엔 이 공원이 가장 마지막 단골 쉼터나 마찬가지 였고,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있는 가로수가 가을이 되면 전체적인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대부분 텅비어 있지만 가을 만큼은 가득찬 공간이었다.
특히나 음악을 듣는 스피커를 끄집어 내놓고 음악을 튼 채 텀블러에 남은 커피를 비울 때면 가지에 달린 잎을 모두 떨구고 겨울을 나기 위해 동면으로 들어가는 나무와 정감이 맞아 떨어졌다.
뒷편 언덕은 자연적으로 있던 작은 언덕을 그대로 살려 두고 언저리에 공원과 동네가 조성된 터라 자연 녹지를 품고 있는 공원 특성상 계절에 따른 매력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마지막 사진을 찍을 무렵 그마저 남아 있던 석양의 햇살이 사그라들었고, 가을이 떠나려는지 바람살이 급격히 싸늘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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