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단아한 주왕산 계곡, 절골_20201111

사려울 2022. 12. 31. 13:46

이미 가을은 떠나고 머물다 간 흔적만 공허하게 남아 무심히 불어오는 바람에 희미해져 가는 내음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을 버리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계곡은 간헐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의 모였다 이내 흩어지는 메아리만 수직 절벽 사이로 금세 사라진다.
자연이 아닌 인위적으로 이런 기이하고 미려한 솜씨를 발휘할 수 있을까?
낙엽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젖지 않고 수면 위를 유영하는 형형색색 이파리를 보노라면 일그러진 수면이 다시 평온한 모습을 찾듯 안타까움은 시간의 동정을 기대하긴 어렵다.
태고적부터 무던히 인내한 자연의 현재 모습은 지금까지 조급 했던 내게 한시도 가르침을 게을리하지 않는 위대한 스승과 진배없다. 

단 하루의 짧은 밤이 못내 아쉽지만 그렇게 몸 기댄 안락함에 감사를 드리며, 이 자리를 떠난다.

먼 길 여행이라 은하수를 관람한 뒤 숙소에 들어와 기억은 밤하늘처럼 깜깜하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자연의 물길이 여울가 수직 바위를 미려한 곡선의 계곡으로 빚었다.

낙엽 자욱한 여울인데도 그 투명한 그릇에 어울린 빛깔이 어찌나 이쁜지.

대부분 사람들이 이용하는 주왕산 주방계곡 대신 절골을 택해 욕심 부리지 않고 쉬엄쉬엄 걷다 어느 순간 발길을 돌린다.

길의 끝이 궁금하지만 함께 즐기는 가족의 화합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대서사시에 함께 환호하며 즐길 수 있는 순간이었다.

부처님 손?

바위에 붙어 촘촘히도 거듭된 삶을 영위해 나간다.

물 위를 유영하는 낙엽이 여울이 이끄는 대로 유유자적한다.

수중 자욱한 낙엽을 보면 이제 이번 가을을 놓아주란다.

햇살과 바람에 대기와 여울이 잘게 부서진다.

주왕산 터미널 인근에서 버섯두부전골을 끝으로 이번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 하려는데 워째 이런 산골 전골에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팽이버섯이 가득하다.

묘하게 기만당하는 기분, 씁쓸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