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비가 내려 영롱한 불금_20180518

사려울 2019. 6. 20. 00:35

퇴근길에 내린 소나기가 그치고 급작스레 구름이 걷히면서 늦은 밤에 청명한 하늘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서 산책을 했다.

비가 내린 뒤 잠깐 동안 볼 수 있는 물방울 보석을 보기 위함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나서는 밤 산책이라 큰 망설임 없이 도리어 설렘만 챙겨 나섰다.



약간 높은 곳을 찾다 육교 위에 올라 하늘을 쳐다 보자 이내 선명하고 또렷한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이 보인다.

금요일 밤이라 평일에 비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많은데 오산천 산책로에 들어서자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비 내린 여파는 사람들 발길을 묶어 놓았다.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걷다 요란한 자연 여울의 힘찬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요란한 물소리와 밤에도 쉽게 볼 수 있는 흰 물거품을 보면 잠깐이지만 얼만큼 비가 많이 내린 건지 알게 된다.




산책로를 걷는데 먼 발치에 뭔가 움직임이 포착된다.

반석산에 사는 고라니 한 마리가 산책로로 내려왔다 어슬렁 거리는 건데 천천히 따라가 보지만 조금 멀찌감치 걷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반석산에 몸을 던져 이내 숨어 버린다.












수줍음 많은 물방울들은 비가 내리거나 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동안만 관찰되고 이내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쉽게 느끼기 힘든 영롱한 자태는 조금 부지런을 떨어야 되는데 대기가 맑은 밤에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방울을 보게 되면 별빛 보다 더욱 영롱하게 반짝여 마치 보석을 땅에 뿌려 놓은 것만 같다.

이 영롱한 자태를 보기 위해 귀찮음을 물리치고 부지런을 떨었지만 막상 이 초롱이는 방울들을 보게 되면 역시 잘 선택했다는 위안과 보상을 받게 된다.

유독 올 봄에 비가 잦은데 반해 교육이라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다 보니 이런 여유가 없어져 아쉬웠는데 이렇게라도 닫혀 있던 마음을 열어 젖히는 것 같아 휴식의 달콤함을 맛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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