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강변의 가을_20141011

사려울 2015. 6. 23. 00:19

여행을 떠났으니 흔적은 남겨야 겠는데 급격하게 식어버린 사진 찍기 놀이가 지금 보면 참 아쉽다.

지금이라고 충실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는 건 역쉬 사진이고 그 사진을 보면 당시 기억이 놀랄만큼 생생하게 기억에 살아 나니까 나에겐 딱 맞는 기록이다.

그래도 어딜 가나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챙기는 기특한 모습을 보면 열정이 완전 식어 버린건 아닌가 보다.

작년 가을의 한가운데 떠난 여행에서도 몇 장 찍어 놓은게 있는걸 보면 난 여전히 사진에 관심이 있다는 반증인게로...

어떤 기억을 되살리나 함 볼까나~



10월의 전형적인 가을인데도 들판은 여름 잔해가 많이 남아 있는 반면 대기는 완죤 가을 같다, 아니 영락 없는 가을이다.

명상교를 덮고 있는 하늘엔 하나의 티끌도 보이지 않을만큼 구름 한 점 없으니 이런 날 자전거 타고 가을 바람 쐬는 그 감흥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게다가 좀 있으면 후덥지근한 여름이라 그 청량감이 그립기도 하다.



멀리 금호강 건너편에 자리를 틀고 있는 불로동.

불로동?

늙지 않는 곳이란 건가?

이렇게 봐선 산 밑의 너른 평원에 자리 잡고 있어 공기 좋고 물 좋은 자리 같다.

허나 나는 갈 길을 계속 가야긋지.



바람이 부는대로 갈대 파도가 눈부신다.

비록 강렬한 햇살이 부담스럽긴 하나 사진과 달리 전혀 덥지는 않았다.

다만 막무가내 자전거 라이딩이라 음료 하나 준비가 없었다는 것.

얼마나 갈 수 있으려나?






갈대의 빗질에 잘게 부서지는 햇살이 넘무 화사해서 눈이 부실지경이다.

가을이 되면 빠질 수 없는 풍경 중 하나라 가던 길을 멈추고 잠깐 갈대밭을 걸으면서 스치듯 지나가 버릴 계절에 심취해 본다.



왕꽃잎 코스모스가 사정 없이 불어대는 바람에도 전혀 꺾이지 않고 보란 듯이 과감하게 흔들어 대지만 전혀 지쳐 보이지는 않았다.

연약하게 보이는 품새지만 전혀 연약하지 않고 유연하게 그 흐름을 대처하면서도 전혀 싫지 않은 몸짓을 보고 있자니 잠시 스치듯 지나치려는 가을을 붙잡아 두고 자칫 아쉬움에 넋 놓지 않으려는 의지로 보인다.

 

그래서 가던 길을 멈춰 서서 어깨를 펼쳐 보니 와닿는 바람도, 펄럭이는 꽃들도 정겹기만 하다.

 

 


 

이런 가을 날에 가을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은?

바로 온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

나처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앞만 보며 달리는 것 같지만 약속한 것처럼 주위를 찬찬히 둘러 보는 여유는 가을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들의 습관적인 행동인가 보다.

최종 목적지에서 빵과 탄산수로 허기를 달랜 후 출발한 장소로 재촉해 보는데 낮이 짧은 아쉬움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사진 찍을 겨를 없이 출발지로 돌아 왔을땐 이렇게 땅거미만 남아 영롱한 빛을 하늘에 뿌려 놓았다.

긴 시간 같지만 전날 밤에 도착할 수 밖에 없어 제대로 된 저녁 일몰을 바라 볼 수 있는 건 하루 뿐.

다음 날이면 다시 점심 시간 무렵에 상행해야 되니 한참을 바라 본 석양과 땅거미는 찰나지만 여운은 길기만 하다.

이런 좋은 날을 좋다고 느끼고 누릴 수 있는건 이 순간 나만의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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