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낙동강 자전거 여행_떠나는 길

사려울 2014. 7. 29. 00:10

기상청 비소식은 거의 확실한 정보라고 생각했고 비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는 마친 상태로 선글라스니 텀블러 같은 건 짐짝이 될 거 같아 과감히 숙소에 모셔 두고 왔건만... 비는 커녕 비교적 화창한 날씨 덕분에 깨달은 바, 대구는 역시 덥구나!

25km 정도의 자전거 여행이 50km보다 더 인내를 요구하는 여행이 될 줄이야.

물론 당시만 해도 기상청의 왕창시리 비싼 슈퍼컴퓨터나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껌 씹듯 원망했었지만 역시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하나의 값진 경험이라 여겨도 아깝지 않다.

도인이 된 것처럼 여길 수 있겠으나 여행이란 거 이런 사소한데 실망하면 관광이나 가야되는데다 엄청시리 싸돌아 다니다 보니 이 정도는 새발에 피가 되겠다.

또한 이런 사소한 고생 정도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시간이 포장하겠거니 여기는건 경험에서 우러나는 직감이려나?



대실역을 목적지로 생각한 것은 두물머리와 가장 가까운 자전거 무료 대여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실역에서 자전거를 빌려 낙동강을 따라 북쪽으로 일정 거리 동안 여행해 보자는 취지 였는데 자전거 빌리면서 느낀 건 역쉬 극소수의 공무원들은 견고한 철밥통을 여전히 종교의 면죄부처럼 생각한 단 것!

자전거 빌리면서 신원 조회 과정에서 뻔히 알고는 있지만 예의상 한 마디 건네는 사회적인 소통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시민들을 대하는 건 서로에게 꽤나 피곤한 일이다.

동촌역에서 수 없이 자전거를 빌리는 과정에서 그럴 생각이 필요 없음에도 편안한 친절에 괜한 송구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던 일에 반추해 보면 첫인상은 그래서 상당히 중요한 일인 거 같다.

대실역과의 첫 단추가 몇 타이밍이 어긋나는게 내 입장에선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고 또한 세심한 배려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사람과의 대화는 여전히 쓸데 없는 에너지 누수가 심한 일이다.

각설하고.. 그래도 먼데서 여기까지 왔으니 갈 길에 대한 지체는 있어선 안 되지~

대실역 부근엔 몇 차례 가봤던 경험상 이 날 가장 인파가 적었던 날이었다.

이유는 전혀 모르지만 이전엔 5일장터처럼 상인과 인파가 장난 아니었으니 조용한 것 또한 새로운 경험이라면 경험이긋다.



폭염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덥더라.

그 더위에 동반되는 갈증을 싸그리 날리는 방법 중 하나가 아이스 아메리까~노 뎁따시 큰 사발에 원샷하는 건데 여기 올 때마다 들리는 카페베네를 지나칠 수 있으랴.

지난번 왔었던 봄에는 아마도 콜라와 결합된 커피 마셨던 기억이 난다.



이제 강을 따라서 떠나가 볼까?

여긴 금호강인데 강렬한 햇볕 때문인가? 다니는 사람들이 드물어 어쩌다 지나는 사람이 눈에 띄자 왜캐 반가운겨?

강창교 지나서 보니 내 싸랑 미류나무와 번데기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는 디아크(The Arc)가 보인다.



고수부지 만큼 텅 비어 있는 강가 벤치들.



장맛비 예보와는 달리 이렇게 매력적일 만큼 날씨가 화창하다.

어찌보면 비 오는 것보단 화창한 날씨가 사진 찍기 좋으니까 운수 좋~은 날이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구 날씨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거 같다.

일단 대구 도심가의 숙소에서 외출 시작할 무렵 첫번째 바람이 거의 없었고 두번째 도로가는 프라이팬 저리가라 할 만큼 후끈 달아오르고 세번째 그마저 부는 강바람조차 훈훈하기 그지 없을 정도.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한 동안 넋 놓고 째려 보게 되는 미류나무-맞을려나?-를 보면 군계일학이 생각난다.

풀 사이에서 홀로 우뚝 솟아 있는 그 자태를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셔터를 누르고 싶게 하는 충동이 생길 만큼 보고 있으면 주위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멋진 풍경화 같다.



요건 디아크.



요건 강정고령보.




디아크에 올라 거대한 대구의 분지를 이루는 남쪽 산지들을 바라 보며... 역쉬 덥다.



금호강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하구가 되겠다.

강 너머 먼 곳에 보이는 산들은 남쪽과 대치되는 북쪽의 높은 산지.



윗편에 자전거 통행 금지라고 써 있음에도 아이를 위해 자전거를 들고 올라 가는 걸 보면 아이 사랑이 과분한 거 같다.



이제 낙동강을 따라 출발해 볼까?

이 길에서 부터 낙동강 자전거길이 시작된다.



조금 가다 보면 자전거 곳곳에 사진 촬영을 위한 장소가 있어서 틈틈히 찍어 봤다.

처음 왔으니 신기함과 설레임은 어쩔 수 없나 보다.



4대강 삽질 사업으로 강에 녹조가 심각하다.

지난번 출장 중에 잠시 지나간 영산강이나 금강에도 이것보다 심각한 녹조를 목격했었는데 낙동강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일은 저질러 졌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시시각각 발생하는 녹조는 소홀히 넘어갈 수 없는 것.

참고로 강정보 수질 악화에 대한 JTBC방송 링크 -> 공사 전보다 녹조 50배 급증



덥지만 않으면 환상적인 날이다.

광활한 하늘을 보고 있자니 콘크리트 가득한 도심에서의 일탈을 넘어 쾌감까지 느껴진다.



자전거 도로가 끝날 무렵 낙동강 전경을 끼고 있는 영백정이 보인다.

적당한 고목과 기와가 어우러져 먼 곳에서도 시선을 잡아 끌어 사진으로 담고 싶었던 곳이다.



가던 길에 만난 습지의 규모는 대단했다.

대략 낙동강의 지류가 합쳐지는 곳으로 지천에 개망초가 널려 있고 그 지류를 넘어서면 다듬어진 공원이다.

잠시 돌아 볼 여유마저 찌는 듯한 햇볕에 불 타버려 마음을 다잡고 그냥 지나쳐 버린 곳이기도 하다.



낙동강 지류조차 녹조 투성에 비릿한 냄새가 지친 몸마저 채찍질할 정도로 급히 지나고픈 곳이었다.



여기서 부터 낙동강을 끼고 거대하게 펼쳐져 있는 봉촌 제방들이란다.

군데군데 햇빛을 겨우 모면할 수 있는 벤치엔 자전거 여행 중에 잠시 지친 피로를 달래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는데 강이면서도 바람이 거의 없어 큰 기대는 어렵고 때마침 타는 듯한 갈증에 강가의 오래된 주안교회를 기점으로 해서 발길을 돌렸다.

잠시 갈증을 시키려고 보니 자그마한 구멍가게 조차 어디로 숨어버려 뚝방의 매끈한 길로 자전거 행로를 재촉해 버렸으니 긴 거리도, 오랜 라이딩도 하지 않고 대부분의 의지가 꺾여 버렸다.

심지어 갈 길이 왜 이리 막막하게 느껴지는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