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금호강 봄소식_20150404

사려울 2015. 9. 1. 23:16

전날 마신 커피향을 상기시키며 동촌유원지 투썸으로 가봤더니 전날 바람결에 살랑이던 벚꽃잎이 보얗게 땅을 뒤덮곤 바람이 부는대로 흰파도를 넘실거린다.

그 파도를 바라보며 테라스에서 진한 커피 내음에 정신을 바짝 차린 뒤 자전거를 타고 강정고령보를 향해 돌격!




봄이 되면 찾게 되는 꽃 중 하나가 이 앙증맞고 이쁜 빛깔을 물들인 녀석인데 내가 사는 주변엔 찾기 힘든 꽃이 여기선 지천에 널려 있다.

김 샐 거 같은데 도리어 혼자서 반가워 흐뭇한 썩소를 주고 받는다.



벌써 개나리가 한창

전망도 좋고 밑에서 바라 보면 봄꽃에 잔뜩 둘러싸여 응원 받는 이 건물은 다름 아닌 온천장이라는 나름 역사와 뼈대를 자랑하는 여관이란다.

워째 여관 건물을 살짝 손 본다면 펜션이라고 구라 때려도 속을 만한 포스.








자전거를 타고 아양교를 지날 무렵 일련의 화사한 벚꽃이 지나는 사람들의 발목을 빠짐 없이 붙잡아 버린다.

아니 스스로 묶는다는 표현이 더 알맞은 상황이다.

줄 지어 나란히 서 있는 벚나무에 탐스럽게 꽃이 영글어 있는데다 쉴 새 없이 흔들어 대는 바람의 장난에 꽃잎이 눈 내리듯 퍼부으니 그 경관을 그냥 지나칠 극심하게 메마른 감성의 소유자가 뉘 있겠나?

나 또한 가던 길을 잊고 한 동안 그 화사한 출렁임에 도치되어 버렸다 얼릉 현실로 돌아와 앞길을 재촉했으니 사진으로 담아둔 흡족함으로 대신해야 스것다.




금호강에 합류하는 신천 두물머리엔 이렇게 넓직한 쉼터 겸 공원 겸 만남의 광장이 있다.

그날 또한 다른 고수부지는 한적하더라도 여긴 예외없이 사람들이 많고 그걸 아는지 화사한 꽃과 힘차게 쏫아오른 들풀들이 부는 바람에 살랑이며 앞만 보며 달려온 사람들의 지친 기색을 잊게 해 준다.



오래 지체 할 수 없으니 얼릉 자리를 털고 출발하는데 화사한 벚꽃이 응원해 주는겨?



나무에서 눈을 뚫고 나온 새로운 신록은 짙푸른 여름과 달리 산뜻하고 화사한 녹색이라 참 곱다.

그런 빛깔이 고와 지나는 길에 시원한 바람을 타고 출렁이는 화사한 녹색 물결은 시선을 끊임 없이 유혹하는데 도리어 그 다소곳한 기품에 시선이 뺐기고 나면 더 신바람이 나서 앞으로 돌격하는 이내 마음 더 힘이 넘쳐 난다.

이때부터 가느다란 빗방울이 피부를 간지럽히기 시작하는데 아뿔사! 그 얕잡아 본 가늘던 빗방울이 나중엔 바람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퍼붓기 시작하는데 나름 방수 능력이 뛰어난 재킷을 걸치고 갔건만 그 재킷의 후광을 누리지 못하는 부위는 홀딱 젖어 버리더라.



강정고령보에 다다를 무렵 그 빗줄기는 거의 소나기 뺨칠 정도로 땅에 내리꽂히는데 이건 단순히 지나가는 소나기가 절대 아닌게 파스쿠찌에 들어와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나를 비웃듯 계속 내린다.

행여나 잠시 소강상태인 거 같아 밖을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또 왕창 퍼붓기를 한 시간 이상 기다렸을까?

안되겠다 싶어 행로를 급 변경했다.

근데 홀라당 비를 맞고 꽤 차갑게 와닿는 바람에 취했는지 이 따스한 커피가 왜캐 감미롭고 지친 몸땡이에 온기를 불어 넣어 주는지...

커피 옆에 있는 거시기는 내가 미리 준비해서 간 에너지바.

일행과 같이 몇 봉지 순식간에 박살내 버렸더니 효과가 있는지 희안하게 온몸에 힘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면 다시 출발해서 계속된 비를 맞고 동촌까지 갈 게 아니라 다사 대실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 놓은 자전거를 타려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심술처럼 굵어져 멍하니 비를 피해 서 있었다.

그래도 여기 오면 저 한 인물하는 미류나무를 찍어가야지 싶어 재킷 속 아이폰을 꺼내 찍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 당시 고충과 추억이 새록새록 닭살 돋듯 회상 된다.

이 멋진 장면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당췌 빗방울이 가늘어질 생각을 안하길래 마냥 넔놓고 있을 수 없어 비를 뚫고 돌격해서 대실역으로 들어가 홀랑 젖은 몸을 어느 정도 말리곤 지하철을 이용해서 동촌까지 무사 귀환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특이했던 경험이고 그렇게 많은 비를 맞았음에도 아무런 탈 없이 돌아올 수 있음을 감사감사~



인터불고 호텔에 들어와 쳐다보기도 싫을 비가 안도의 시간이 되니 거짓말처럼 청량하고 낭만적이다.

물론 호텔로 돌아와서 밖을 보니 이렇게 비가 많이 가늘어져 놀리나 싶기도 하지만 두꺼운 통유리 너머 밤을 데리고 온 비가 자칫 적막해질 뻔한 여행의 시간 일부를 촉촉하게 적셔 주니 상대적인 포근함과 아늑함을 극대화 시켜 준다.

그 여행의 기억 동화줄을 더 견고히 해 준 봄비에게 감사 드리며 이번 나들이가 뜻하지 않게 멋진 여행으로 승화되어 아주 흡족하고 뿌듯한 봄의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반응형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내린 영산홍_20150416  (0) 2015.09.05
국슈~_20150406  (0) 2015.09.03
올해 첫 꽃_20150328  (0) 2015.08.31
봄과 함께 청풍호로 간다_20150320  (0) 2015.08.31
시간의 파고에도 끄덕없는 부론_20150307  (0) 201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