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낙동강 자전거 여행_돌아오는 길

사려울 2014. 8. 1. 01:46

더는 앞으로 전진할 수 없었다.

더위는 각오했다손 치더라도 갈증엔 방법이 없었고 적당히 가던 길목에 해소책이 있었더라면 위안이 되어 더 전진했겠지.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봉촌 제방들의 수풀지대를 지나면서 편차가 적은 풍경의 갑갑함이 등짝에 진 무거운 짐인 양 어깨를 짓눌렀다.

하는 수 없이 주안교회라고 새겨진 오래된 적벽돌 건물을 바라 보곤 하나님의 계시에 의거, 왔던 방향으로 자전거를 돌려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기특한 결정인겨.




뚝방길을 따라 잠시 달렸을까?

관망대가 보이고 뒷편엔 하천관리소가 나온다.

옮다구나! 싶어 주머니에 담겨진 쓰레기도 버릴 겸 해서 두드려 보니 어르신께서 홀로 지키고 계시길래 이만저만해서 허벌나게 갈증이 심한데 물 한 모금 주십사 말씀드리니 흔쾌히 몇 잔이고 마셔도 된다고 하셨다.

덕분에 물 배 든든히 채운 후 감사 드리고 돌아 서자 낙동강 경관이 눈에 들어 온다.

이런 간사한 나 자신 같으니라구.

사진 한 장 찍고 나서 어르신께 감사했던 마음을 남기고자 하천관리소도 한 컷~



잠시 가던 길에서 이런 거대한 토란 밭 `옵빠, 힘내부러!' 응원하듯 째려 보고 있길래 다시 갈 길을 재촉.




갈 때 봉촌 제방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자전거 길로 갔더랬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광활하게 보인다.

나무는 별로 없고 온통 키가 자란 풀이 낙동강마저 집어 삼켜 버렸다.

하늘을 우러러 보니 징그럽게도 햇볕이 강하다.




강 수면과 자전거 길의 고도차가 가장 작은 곳에서 잠시 낙동강의 살랑이는 강물도 째려 봐 주는 여유도 찾고.



하천 수질 관리소 인가? 부근에서 잠시 허락되는 그늘에 앉아 에너지바 하나 보충 때리고 멀리 보이는 디아크와 그 너머 대구의 즐비한 아파트촌도 감상하시옵고.




출발해서 성주 방면으로 가다 보니 자전거 도롯가에 `강가에 노을 카페'가 보이길래 염두해 뒀다 돌아가던 차,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냉큼 들어가 카페 정원에서 강을 바라 보며 먼지처럼 묻어 있던 가쁜 숨을 진정시켰다.

또한 참새가 방앗간을 걍 지나칠 수 있으랴.

얼음 뽀개 넣은 아이스커피 생각이 넘무넘무 간절했으니 회포 풀어야지 않겠나?



내부는 요로코롬 생겼는데 사진에 나와 있지 않지만 그 시간에 생각보다 손님이 많았다.

아마도 아는 사람들이길래 여기까지 찾아 왔겠지.



자리에 앉아 창 너머를 보니 정원과 낙동강이 한 편의 영화처럼 상영 중이시다.



첨엔 아이스 아메리까~노만 마실 생각이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있자니 출출하기까지 해서 파스타 콜!



흘린 땀만 해도 몇 바가지 될 듯 한데 맛없는게 뭐가 있을꼬나.

음식이 나오는 쪽쪽 신속하고 개걸스럽게 박살내 버렸다.

파스타 사진을 보니 급 군침 땡기는구먼.



배도 뽕양해졌겠다 갈증도 해갈되었겠다, 이제 갈 길 가야긋지.

긴 직선 자전거 코스에 잠시 서서 곧게 뻗은 자전거 길을 바라보곤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이지만 선택에 대한 일말의 후회를 강물로 집어 던질 수 있었다.

출발 전에는 여러 잡념으로 망설이던 시작을 일단 저질러 놓고 보면 끝을 위한 몰입에 도움도 되고 짧은 시간 동안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연의 이채로운 스펙트럼에 씹을 수록 단맛이 느껴지는 칡뿌리처럼 쓰디 쓴 힘겨움에서 묘한 쾌감이 신경을 자극시킨다.



출발 시점으로 거의 다다를 무렵 강 위에 떠 있는 자전거길이 급히 기어가는 한 마리 뱀처럼 보인다.



강정고령보에 올라 잔잔한 클래식 곡조처럼 유유히 흐르는 성주 방향의 낙동강을 바라봤다.

강렬한 태양이 강물에 굴절되어 가뜩이나 강렬한 빛의 소나기가 시각을 마비시킬 기세처럼 아른거린다.



미류나무가 마치 먼 곳에서 한달음에 굴러 올 것만 같다.

대구 남서쪽의 즐비한 아파트 단지는 강 너머 아득한 곳에서 나와 서로 마주 보며 서둘러 서쪽으로 기우는 태양을 바라 보고 있다.



미류나무와 디아크 전방에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건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무더위의 예봉이 두려워서 일까?




억척스럽게 만들어 놓은 인간의 작품을 강물은 물거품으로 휩싸며 훌쩍 뛰어 넘는 중인데 마치 조소를 보내듯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짧은 자전거 여행의 시작이며 끝이었던 강 위의 길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어서 오라고, 바삐 가라고 유혹하는 손세례에 한시도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강정고령보에서 시작된 짧지만 힘든 여정의 끝은 이렇게 미류나무와 바람의 응원으로 기억의 장에 살포시 잉크를 뿌리며 계속되는 여백에 예측할 수 없는 색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 날의 치열했던 여정을 사진으로 틈틈히 남기고 보니 결과를 미리 예측이나 한 듯 쥐어짜는 고통은 증발해 버리고 뿌듯한 감흥의 순수함만 그려 놓았다.

항상 여행의 끝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 아쉬움은 미래에 대한 도전과 설렘으로 은유하여 이번 추억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그래서 순식간에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 선명한 각인을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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