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날씨라 그냥 집에만 붙어 있을 수 있나? 또한 엑백스 들여놨는데 이 녀석이 온 몸에 가려움증이 있는지 근질근질해 하길래 후딱 집 청소하곤 카메라와 텀블러를 챙겨서 자전거 몰고 가출(?)했다.
가출 전 내 몸의 배터리를 잠시 충전하고자 충남 홍성에서 직접 구입한 양질의 붉은 감자를 먹고..
껍질은 붉은데 육질은 영락없이 고구마다.
맛은 물론 감자맛~!!
2박스를 구입했는데 워째 금새 바닥 나 버렸네.
이야기가 삼천포로 새버렸다.
밖으로 나갈 무렵엔 이미 5시.
항상 말동무, 동행자가 되어 주는 아이폰5와 얼마 전 새로운 가족으로 합류한 후지 x100s.
그래도 해가 긴 덕분에 열심히 페달을 저었고 땀이 등짝을 적실 무렵 라마다호텔 커피빈에 도착, 야외 테라스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스원~한 커피 한 잔에 갈증을 달랬다.
아이폰 트랙어플에선 출발 후 7km 정도 왔다고...
마치 여름이 지나가는 길목처럼 바람도 세차고 하늘도 높거니와 그 하늘 아래 선명한 구름의 행렬이 끝없다.
손을 뻗으면 구름들 중 하나가 손아귀에 걸려 폭신한 느낌을 줄 것 같은 착각도 들고
세찬 바람이 한 올 몰아칠 땐 내 등을 밀어서 구름 위까지 실어 줄 것도 같다.
이 구름을 보고 있자니 손오공이 타던 구름이 아닐까 언듯 스친다.
밑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양탄자처럼 편평하고 위엔 승차감을 위해 폭신한 꾸션이 잔뜩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의 시간도 오래 가지 못한 게 하늘 가득 구름으로 덮여 버려 행여 비가 오지 않을까 조바심이 났었고, 가던 길을 쫓기듯 재촉했다.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후지는 역시 사진 잘 뽑아 준다.
이 녀석 물건이여...
보정할 필요도, 어설픈 실력으로 잘못 보정했다가 감흥만 날아가느니...
요렇게 구름 작렬.
물론 요 사진은 거실에서 찍은 거지만.
동탄 국제고 뒷편 근린공원에 마지막 통과의례인 양 항상 들르게 된다.
여기서 텀블러에 남은 커피가 있다면 여운을 음미하듯 마셔버리고 아쉬운 담배가 있다면 한 모금 마시고
짧은 여행이지만 머릿속에 정리가 되지 않았다면 마지막 기억의 습작들을 퇴고하게 된다.
또한 여기 도착할 무렵이면 일몰 즈음되는 시각이라 아이폰이나 카메라로 그 일몰의 아쉬움을 담게 된다.
오늘도 어김 없이 마지막 코스로 도착, 바른 밥상 문화원이란 타이틀이 있는 공공화장실에 도착해서 마지막 담배 한 모금 쪽쪽 빨아 분지고, 일몰을 찍으려니 하늘을 덮어버린 구름 떼로 인해 구름 너머로 비치는 주홍빛만 담아 봤다.
주홍의 일몰 잔해가 대기로 비치는 걸 보면 다가올 가을의 노을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다.
공원 곳곳에는 이런 정자가 한 두 개씩은 꼭 있는데 이 녀석들은 항상 오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기다리겠지?
그 앞으로 사람이 지날 때마다 유독 마룻바닥은 더 광채가 나는 것 같다.
마치 관심의 대상에 정신이 홀린 어린아이 초롱초롱한 눈처럼...
남은 커피도 바닥을 보이고 체력도 바닥을 드러낼 즈음 집으로 향하는 길.
17km 남짓 자전거를 탄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던 아이들도, 공원길에 산책 나온 여러 가족들도, 내일을 준비해야 될 햇님도 각각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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